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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짝이 입양간 뒤, 외로움에 몸서리치던 댕댕이의 해피엔딩

입력
2024.02.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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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초, 미국 오클라호마 주에 위치한 동물보호소 ‘스틸워터 동물복지’.(Still Water Animal Welfare)

강아지 '보니'가 보호소 견사 한 구석에 웅크려 있다. 스틸워터 동물복지 페이스북

강아지 '보니'가 보호소 견사 한 구석에 웅크려 있다. 스틸워터 동물복지 페이스북

이곳의 견사 한 구석에 강아지 한 마리가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있습니다.

몸이 안 좋은 걸까요?

아니면 무서운 꿈이라도 꾸었던 걸까요?

보호소 측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 아이의 상태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 아이는 먼저 입양된 형제를 그리워하는 것 같습니다.”

대체 이 강아지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지난 11월, 보호소 구조대는 오클라호마 시티를 떠돌고 있는 두 마리 개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구조대는 두 마리가 꼭 달라붙어 다니는 모습을 목격하고, 이들을 따로 구조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고 합니다. 두 마리의 유대감이 깊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린 겁니다.

보니(왼쪽)와 클라이드가 보호소 입소할 당시의 모습. 스틸워터 동물복지 페이스북

보니(왼쪽)와 클라이드가 보호소 입소할 당시의 모습. 스틸워터 동물복지 페이스북


얼마나 오랜 시간 바깥 생활을 하며 떠돌았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이 개들이 오랜 시간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살아왔다는 것만큼은 분명했어요.

보호소 관계자 애슐리 저크스

결국 두 마리 모두 스틸워터 동물복지 보호소에 들어와, 한 견사에서 생활하게 됐습니다. 보호소 측은 이 두 마리에게 ‘보니’와 ‘클라이드’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뮤지컬과 영화 등으로 각색된 실제 범죄자 커플 ‘보니 앤 클라이드’에서 따온 것으로, 미국에서 흔히 둘이 함께 짝지어 다니는 커플이나 콤비에 지어주는 이름이죠.

오랜 시간 바깥 생활을 하다 보니, 질병 문제도 있었는데요. 건강검진 결과, 보니와 클라이드는 심장사상충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해요. 심장사상충 치료는 꾸준히 약을 복용하며 체내 기생충이 사라지기를 기다려야 해서, 완치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다행히도 약을 먹기 시작한 뒤로 건강 상태는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해요.

건강 상태가 점점 나아지면서, 보호소 측은 보니와 클라이드의 입양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고민거리가 있었는데요.

보니와 클라이드는 웬만해서는 서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스틸워터 동물복지 페이스북

보니와 클라이드는 웬만해서는 서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스틸워터 동물복지 페이스북

그건 바로 보니와 클라이드가 서로의 곁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 어미 곁에서 태어난 형제 강아지 중에서 유독 우애가 깊은 친구들끼리도 이런 경우를 찾기 드물었는데, 둘은 유별나다시피 서로를 찾았습니다.

잠시 운동장에서 놀게 해줄 때도 보니와 클라이드는 함께 뛰어놀았죠. 다른 강아지 친구들도 있었지만, 둘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서로에게만 관심이 있었어요.

보호소 관계자 애슐리 저크스

그러나, 두 마리를 모두 받아줄 수 있는 입양 가족은 거의 없었습니다. 보호소 봉사자들은 최대한 둘이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았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고, 클라이드가 먼저 입양자를 만나서 입양 가정으로 떠났습니다.

11월 30일, 클라이드는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줄 입양자와 함께 보호소를 떠났다. 스틸워터 동물복지 페이스북

11월 30일, 클라이드는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줄 입양자와 함께 보호소를 떠났다. 스틸워터 동물복지 페이스북

클라이드가 떠난 뒤, 보니는 기운이 잔뜩 빠져 보였습니다. 장난감도 마다하고 보호소 구석에 있는 작은 침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웅크려 있기만 했습니다.

이 모습을 보다 못한 보호소 직원 중 한 사람이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게재했습니다.

보니는 클라이드가 떠난 뒤, 실의에 빠진 표정을 계속 지었다. 스틸워터 동물복지 페이스북

보니는 클라이드가 떠난 뒤, 실의에 빠진 표정을 계속 지었다. 스틸워터 동물복지 페이스북


보니는 클라이드가 입양된 이후, 줄곧 저렇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껴안고 지내던 형제를 그리워하는 것만 같습니다.

스틸워터 동물복지 페이스북

그렇게 우울한 나날이 계속되는 듯했습니다. 유기견 입양이라는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었기에, 보호소 관계자들은 보니의 상처를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보니를 품어줄 입양자는 입양공고 3일만에 나타났다. 스틸워터 동물복지 페이스북

보니를 품어줄 입양자는 입양공고 3일만에 나타났다. 스틸워터 동물복지 페이스북

그런데, 불과 사흘 만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보니를 품어주겠다고 나선 입양 희망자가 나타난 겁니다. 보니의 입양글은 금요일에 올라왔는데, 주말 사이 입양 희망자가 그 글을 보고는 입양하기로 마음을 굳혔고, 월요일이 되자마자 보호소에 전화를 걸어온 겁니다. “그 아이, 제가 입양할게요.”

보니의 입양 소식이 생각보다 빠르게 전해지자 보호소 소셜 미디어에는 400개에 이르는 축하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믿을 수가 없어요. 놀라운데요!”

“저 예쁜 아가씨가 드디어 보호소 밖으로 나간다니 정말 기쁘네요!”

보니를 입양한 새 가족은 현직 수의사인 브레이든 루스(Brayden Routh) 씨였습니다. 그는 보니의 사연을 자세히 살펴본 뒤, 심장사상충 치료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수의사인 자신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침, 보니가 형제와 헤어지게 돼 우울해 한다는 얘기를 듣자 그는 이런 생각도 했었다고 하네요.

제게는 블루 힐러 품종 반려견이 있어요. 모르긴 몰라도 보니에게 아주 좋은 가족이 되어줄 겁니다.

브레이든 루스, 보니의 새 가족

입양 초기 보니의 모습. 푹신한 반려견 침대가 어색하다는 듯 적응기를 거쳐야 했다. 브레이든 루스 페이스북

입양 초기 보니의 모습. 푹신한 반려견 침대가 어색하다는 듯 적응기를 거쳐야 했다. 브레이든 루스 페이스북

사흘 만에 지옥에서 천당으로 견생이 뒤집힌 보니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처음에는 차가운 보호소 견사 바닥이 아닌 푹신한 강아지 침대가 매우 어색했었다고 해요. 그러나 오래 지나지 않아 침대에 털썩 드러누우면서 제 집인 양 편안해졌다고 하네요.

루스 씨는 보니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누리꾼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보니의 소식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루스 씨의 집에 놀러온 반려견 친구들과 보니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고, 심장사상충 치료를 받는 근황도 전해주기도 했죠.

보니는 보호소 밖에서도 수많은 친구들을 만날 기회를 받고 있다. 브레이든 루스 페이스북

보니는 보호소 밖에서도 수많은 친구들을 만날 기회를 받고 있다. 브레이든 루스 페이스북

루스 씨는 보니와 함께 산 지 얼마 안 됐어도 보니가 모험이 넘치는 삶을 살아갈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비록 이제 곁에 클라이드는 없지만, 또 다른 친구가 함께 생활하고 있고, 무엇보다 반려견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수의사가 가족이 되어줬으니 어떤 근심 걱정 없이 뛰어놀 일만 남았겠죠?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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