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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법원 "헝다, 이제 그만 청산하라"... 중국 경제 끝없는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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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법원 "헝다, 이제 그만 청산하라"... 중국 경제 끝없는 악재

입력
2024.01.29 19: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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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위기 진앙' 헝다, 결국 청산 절차로
홍콩 법원 명령, 중국 수용 여부는 지켜봐야
"중 경제 신뢰감 하락... 투자자 심리에 영향"
공매도 금지·돈 풀기... 경기 부양책 '총동원'

홍콩 법원이 중국 대형 부동산 업체 헝다에 대해 청산 명령을 내린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헝다가 지은 대형 상가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홍콩 법원이 중국 대형 부동산 업체 헝다에 대해 청산 명령을 내린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헝다가 지은 대형 상가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홍콩 법원이 한때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였던 헝다(에버그란데)에 대해 '청산 명령'을 내렸다. 헝다의 항소가 가능한 데다, 이번 결정에 대한 중국 본토 법원의 수용 여부를 지켜봐야 해 당장 파산 절차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이미 부동산 시장 유동성 위기는 물론, 내수 위축세에 허덕이고 있는 중국 경제에는 적잖은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영국 로이터통신은 29일 "세계에서 가장 빚이 많은 부동산 개발 기업 헝다를 청산해 달라는 채권자들의 청원을 홍콩 고등법원이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재판부인 린다 찬 판사는 청산 명령 이유에 대해 "헝다가 여전히 3,280억 달러(약 438조 원) 규모의 부채 해결을 위한 구조조정안을 내놓지 못했다"며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다고 말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법원은 앞으로 임시 청산인을 지정해 경영권을 인수한 뒤, 부채 구조조정 협상과 자산 매각 등을 추진하게 된다. 헝다가 청산 명령에 항소할 순 있으나, 항소심 진행 중에도 청산 절차는 진행된다. 헝다 측은 홍콩 법원 결정 직후 "그룹 업무의 정상적 경영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경영 정상화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홍콩 증시에서 이날 헝다 주식 거래는 곧바로 중단됐다.

440조 원 부채 해소 실패... 중국 위기론 더 커진다

중국 대형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베이징 외곽 공사 현장 근처 차량에 "비구이위안 주택 구매자 권리 보호"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놓여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 대형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베이징 외곽 공사 현장 근처 차량에 "비구이위안 주택 구매자 권리 보호"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놓여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헝다는 2021년 말 역외 채권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고,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원지'로 각인됐다. 이듬해 헝다의 주요 투자자인 톱샤인글로벌은 투자금 회수 소송을 제기했다. 헝다는 채권자들에게 부채 구조조정을 약속하며 심리를 7차례 연기했지만, 결국 440조 원에 달하는 부채 해결에 실패하면서 청산 명령을 받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 같은 결정이 헝다의 '즉각적 파산'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헝다 그룹 자산의 대부분은 중국 본토에 있다. 홍콩 법원 명령이 중국 본토에서도 효력을 얻으려면, 2021년 양측이 맺은 '국경 간 파산 사건 협정'에 따라 중국이 지정한 본토 내 3개 법원 중 한 곳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현재 헝다의 부동산 개발 사업장은 1,200여 곳에 이른다. 파산 절차가 진행되면 중국 내에서 진행 중인 헝다의 부동산 프로젝트는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로선 경제 전체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홍콩 법원 결정 수용을 최대한 늦출 공산이 크다.

그러나 미국 뉴욕타임스는 "헝다 청산 결정은 중국 경제에 대한 세계의 신뢰가 흔들리는 가운데 나왔다"며 외국인들의 대(對)중국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또 다른 대형 부동산 개발 기업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까지 디폴트를 선언한 터라, 가뜩이나 시장에 퍼져 있는 중국 경제 위기론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증시·유동성·부동산 총동원' 경기 부양 나섰지만...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한 시장 풍경. 휴일이지만 손님이 많지 않아 썰렁하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한 시장 풍경. 휴일이지만 손님이 많지 않아 썰렁하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중국은 최근 '경기 반등' 신호를 이끌어내기 위해 온갖 정책 수단을 쏟아내고 있다. 29일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이날부터 공매도를 위해 필요한 주식 대여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제한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해당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투자 기법이다.

당국의 이러한 조치는 중국 증시 시가총액이 2021년 2월 이후 약 3년간 무려 6조3,000억 달러(약 8,400조 원)나 증발한 데에서 비롯됐다. 외국인 투자 급감의 후폭풍이었다. 추가적인 증시 폭락을 막기 위한 최후 수단 중 하나인 '공매도 금지'까지 동원해야 할 만큼, 지금도 계속 해외 자본의 '차이나 엑소더스(대이탈)'가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 인민은행도 다음 달 5일부터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은행이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현금을 시중에 풀어 내수 위축세를 이완시키겠다는 의도다. 부동산 규제 역시 잇따라 완화하고 있다. 예컨대 광저우시는 중국 1선 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중 처음으로 면적 120㎡(약 36평) 이상 집에 대해 주택 소유와 관계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른 1선 도시들 또한 비슷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얼마만큼의 경기 부양 효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인민은행의 26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8조1,700억 위안(약 7,000조 원)으로, 전년(38조8,000억 위안) 대비 1.6%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 제도가 중국에 도입된 1997년 이후 첫 마이너스 기록이다. 작년 내놓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들의 효과가 미미했다는 뜻이다. 미국·중국 간 갈등 심화에 따른 외국인 투자 감소 추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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