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건축가 드로잉전-사유' 개최
25인 가치관·예술세계 한눈에
"건축가의 드로잉은 발상의 단계를 거쳐 도면화되고, 궁극적으로 지어진다. 건축가의 사유는 이 과정 중 지속적으로 변모하는데, 니체의 시적 아포리즘처럼 시와 같은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논리성과 합리성의 구조적인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건축가 드로잉전 '사유', 전시의 말 중에서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건축가 25명의 비밀스러운 스케치북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토포하우스에서 열리는 '2024 건축가 드로잉전-사유(思惟)'에서는 이들의 건축작업이 아닌 예술적 드로잉을 볼 수 있다. 설계 드로잉이나 작업 소묘를 보여주는 전시는 많지만 여러 건축가의 예술적 드로잉을 모아 회화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전시 장소부터 특별함을 더한다. 토포하우스는 건축가이자 건축이론가인 정진국 한양대 명예교수가 설계한 건물. 건축가가 설계한 공간에서 건축가들이 모여 예술적 감성을 선보이는 셈이다.
곽데오도르, 곽희수, 구영민, 김동진 등 25명이 각자 2, 3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건축적 용도를 위한 것이 아닌 개인적 예술 활동에서 출발한 스케치와 회화 작업으로, 특징에 따라 '구축으로서의 사유'와 '심상으로의 사유'라는 2개의 전시 공간에 나눠 설치됐다.
건축가들은 평생 드로잉을 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전시장에 등장한 작품은 화가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화가의 드로잉이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라면 건축가의 드로잉은 발상의 단계를 남겨 도면화하고, 현물의 건축을 만들기 위한 도구이자 과정에 가깝다. 대부분 드로잉이 공간의 본질을 살피거나 단순하고 절제된 기호로 공간을 표현하는 이유다.
한지에 먹으로 나무의 나이테를 표현한 작품 '연륜'을 출품한 방철린 건축가는 "건축가로서 딴전을 펴는 게 아니라 건축 사고의 범위 안에 들어가는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나무가 아무리 망가져도 나무의 속성과 특징은 간직하는 것처럼 건축 디자인도 언제까지나 남아있을 지역의 자연 환경과 인문적 환경으로서의 속성이 입혀져야 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미술 장르에 빗댄다면 대부분 작품이 크로키나 에스키스(밑그림) 류로 분류되지만 어떤 작품은 꼼꼼한 붓터치와 강렬한 색채로 완성한 회화 작품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전시는 8일까지, 관람료는 무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