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이 제기한 집단학살 혐의 타당해 보여"
수년 걸릴 '집단학살' 판단 앞서 임시조치 명령
"ICJ 관할 아냐" 반발해온 이, 따를지는 미지수
팔레스타인 국기를 든 시위자가 2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사법재판소(ICJ) 건물 앞에 서 있다. 이날 ICJ는 집단학살 혐의를 받고 있는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서 더 이상의 피해를 억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헤이그=AP 연합뉴스
유엔 최고 법원 국제사법재판소(ICJ)가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서 피해를 억제하라"는 임시 조치 명령을 내렸다. 수년이 걸릴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 최종 판결에 앞서 팔레스타인 국민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우선 내린 명령이다. 다만 집단학살 혐의에 강하게 반발해 온 이스라엘이 강제성 없는 ICJ의 판단을 따를지는 미지수다.
미국 AP통신, CNN방송 등은 이날 "ICJ가 이스라엘에 집단학살 협약에 속하는 모든 행위를 방지하라는 임시조치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조안 도너휴 ICJ 판사는 "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리기 전 가자지구의 비극적인 상황이 더 악화할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판단했다"며 "임시 조치를 취해야 할 긴급성이 있다"고 밝혔다.
도너휴 판사는 또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주장되는 내용 중 적어도 일부는 집단학살에 해당할 수 있어 보인다"고도 말했다. 이를 근거로 ICJ는 '집단학살 혐의 소송을 기각해 달라'는 이스라엘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임시 조치 명령은 지난달 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스라엘 ICJ 제소에 따른 후속 조치다. 남아공은 당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가, 인종, 민족집단의 상당 부분을 파괴할 의도를 갖고 집단학살에 관여하고 있다"며 이는 유엔 집단학살 협약(CPPCG)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네덜란드 헤이그 ICJ 건물 앞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이날 ICJ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혐의 공개 심리가 열렸다. 헤이그=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이스라엘이 ICJ의 조치를 이행할지는 미지수다. ICJ 판결에 법적 구속력은 있지만 강제 집행할 수단이 사실상 없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2004년에도 ICJ 판결을 무시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ICJ가 이스라엘에 요르단강 서안 보안장벽을 해체하라고 판시했지만 이는 지금까지도 이행되지 않았다. 지난 11~12일 열린 공개 심리에서도 이스라엘은 "ICJ는 가자지구 군사 행동을 중단하라고 명령할 관할권이 없다"며 임시조치 명령이 나오더라도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번 명령 역시 무시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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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보복 반격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개시된 이래 팔레스타인에서만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AP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이 최소 2만6,000명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공격은 최근에도 지속되고 있다. AFP통신·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5일 오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구호품 분배를 기다리던 민간인 행렬을 공격해 최소 20명이 숨지고, 150명이 다쳤다. 현장에 있던 아부 아타 바살은 "먹을 것이 없어서 음식과 밀가루를 구하려던 사람들을 향해 갑자기 나타난 탱크가 발포하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이 조각났다"고 AFP에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에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있는 유엔 피란민 보호시설을 공격해 최소 13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24일부터 24시간 동안에만 최소 200명이 사망하고 370명이 다쳤다"며 "끔찍한 전쟁 범죄"라고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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