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교수 "여성이어서 피해자 됐을 수도"
일부 온라인에서 횡행, 여성 혐오 문화 지적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습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 내부에서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 시점에서 '여성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간 정치권이 여성 정치인을 향한 막말 등을 반복하면서 혹시나 '여성 정치인'의 약자성을 부각시켜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여성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남녀 갈라치기가 심해질 수록 여성 의원을 향한 물리적 위협과 공격은 현실적으로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포문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열었다. 그는 국민의힘 수원정 예비후보다. 이 교수는 25일 TV조선과 인터뷰에서 사건 용의자가 10대 남학생인 점을 들어 "온라인상에서 여성에 대한 적대감을 야기하는 전반적인 흐름 끝에 어린 청소년이 우발적인 사건을 벌였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테러 배경에 '여성을 적대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분석으로 "배 의원의 성별이 피해자가 되는 데 일조했을 수 있다"고 조심스레 지적했다.
실제 다수의 여성 의원들은 '여성으로서의 두려움'을 호소했다. 배 의원 피습 이후 느끼는 위협의 강도가 훨씬 커졌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날 총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자신의 연구실 문틈에 누군가 협박 메시지가 담긴 쪽지를 끼워넣고 간 사실을 공개하며 "남의 일이 같지 않다"고 했다.
일부 정치인들의 여성 비하와 막말이 공론장에서 여과없이 노출된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지난 대선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 등이 앞장서 여성 혐오와 젠더 갈라치기를 권력자의 말로 승인하지 않았느냐"며 "여성 의원을 향한 물리적 타격이 무차별적으로 가해진 상황과 완전히 떼어놓고 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한 중진 여성 의원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비판하고 인신공격성 비하 댓글을 볼 때마다 섬뜩할 때가 많았다"며 "피습 사건이 벌어지니 나도 당할 수 있겠구나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여성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피습사건은 정치테러이자, 갈등과 분열이 낳은 비극"이라며 "혐오정치를 종식하고 사회적 갈등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물론 '여성'과 이번 피습을 당장 연결하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피습 용의자의 범행동기 등이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젠더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남녀 갈등 조장"(허은아 개혁신당 최고위원)이라는 지적이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배 의원 피습 관련 현 시점에선 젠더 문제보다는 일반적인 정치 혐오라는 큰 틀에서 바라보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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