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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 된 정부' 스타트업들의 분노

입력
2024.01.27 05: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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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진
최연진IT전문기자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을 방문해 스타트업 지원사업인 팁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을 방문해 스타트업 지원사업인 팁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어떻게 이런 정부를 믿고 일할 수 있겠습니까. 기업이라면 고소당할 겁니다."

최근 만난 신생기업(스타트업) 대표들과 육성업체(액셀러레이터), 벤처투자사 관계자들은 일제히 정부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느닷없이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인 팁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스타트업들에 손바닥 뒤집듯 당초 약속을 바꿔 지원금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주관하는 팁스 프로그램은 창업 3년 미만의 초기 스타트업을 선정해 업체당 최대 5억 원의 연구개발(R&D) 비용을 2년에 걸쳐 나눠서 지원한다. 그런데 정부의 R&D 예산 축소로 올해 중기부 R&D 예산이 전년 대비 22.7% 줄면서 여기 포함된 팁스 지원금 또한 20% 삭감됐다.

문제는 줄어든 지원금이 올해 새로 선정하는 스타트업들이 아니라 2022년 선정된 업체들에 적용되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당초 정부 약속과 달리 20%씩 줄어든 2년 차 지원금을 받는다. 업계에서는 여기 해당하는 스타트업들이 500개 이상으로 보고 있다. 팁스를 관장하는 중기부 산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지난주부터 지역별로 돌아가며 이 같은 내용을 알리는 설명회를 하고 있다.

황당한 것은 중기부가 올해 새로 선정하는 팁스 예산을 1,201억 원으로 지난해 859억 원보다 300억 원 이상 늘린 점이다. 그렇다 보니 스타트업들은 기존 지원금을 깎아 신규업체 선정을 늘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R&D 지원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도록 올해 팁스 예산을 올리면서 기존 지원금을 줄인 꼼수 정책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팁스 지원금은 돈 없는 초기 스타트업에 생존이 걸린 젖줄이다. 팁스 지원금으로 인력을 뽑고 장비를 구입해 개발하는데 지원금을 줄이면 미리 비용을 쓴 스타트업들은 고스란히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팁스 운영에 참여하는 액셀러레이터들도 불만이다. 이들이 팁스 지원금의 5%를 간접비로 쓰는데 이것도 함께 줄어 스타트업 육성에 차질을 빚게 된다. 한마디로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는 셈이다. 이런 식이면 지난해 선정 업체들과 올해 새로 선정되는 스타트업들도 안심할 수 없다. 언제 정부가 말을 바꿔 지원을 줄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말마따나 기업들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 소송감이다. 정부는 팁스 지원 대상을 선정하며 해당 스타트업과 계약서 성격의 협약서를 쓴다. 스타트업들은 정부의 지원금 삭감이 협약 내용을 무시한 것이어서 계약 위반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설명회에서도 업체들의 협약서 변경을 요구했다.

과연 중기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궁금해 물어봤다. 중기부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한 듯 변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중기부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보완책을 마련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즉 팁스 지원금 축소를 재검토할 분위기다.

이번 사태로 정부에 대한 스타트업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그렇더라도 잘못된 일은 빨리 바로잡는 게 좋다. 뒤늦게라도 정부가 전향적 정책을 검토한다니 긍정적 보완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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