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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상 이어 오스카도 한국계 바람...셀린 송 감독 데뷔작으로 작품상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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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상 이어 오스카도 한국계 바람...셀린 송 감독 데뷔작으로 작품상 후보

입력
2024.01.24 20: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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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 각본상 포함 2개 부문
피터 손 '엘리멘탈'은 장편 애니 후보 올라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20년 만에 만난 남녀를 통해 인연과 운명을 이야기한다. 배우 유태오는 이 영화로 영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다. CJ ENM 제공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20년 만에 만난 남녀를 통해 인연과 운명을 이야기한다. 배우 유태오는 이 영화로 영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다. CJ ENM 제공

한국계 감독의 영화 2편이 미국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 한국적 감성으로 이민자의 삶을 다뤘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한국계가 뭉쳐 만든 '성난 사람들(비프)'이 지난 15일(현지시간) 'TV드라마의 아카데미' 에미상 8관왕을 차지한데 이어 오스카에도 코리안 바람이 몰아치게 됐다.


23일(현지시간)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새무얼 골드윈 극장에서 올해 아카데미 23개 부문 후보작과 후보자를 발표했다. 재캐나다동포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상과 각본상 2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재미동포 피터 손 감독의 ‘엘리멘탈’은 장편애니메이션 부문 후보가 됐다. 한국계 감독의 장편영화 2편이 동시에 오스카 후보가 된 건 사상 최초다.


송 감독은 한국계 감독으로는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 2021년 재미동포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2020) 이후 사상 세 번째로 작품상 후보가 됐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송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한국계 감독 영화가 장편애니메이션 후보에 오른 건 2012년 여인영 감독의 ‘쿵푸팬더2’ 이후 두 번째다.

한국계 감독들이 이민자의 삶 그려

셀린 송 감독이 지난 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버리힐스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베벌리힐스=AFP 연합뉴스

셀린 송 감독이 지난 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버리힐스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베벌리힐스=AFP 연합뉴스

‘패스트 라이브즈’는 어린 시절 각별한 사이였던 한국 남녀 중 여성이 미국으로 이민 간 후 20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하면서 벌어진 일을 담았다. 둘의 사랑 이야기에 이민자의 삶을 녹였다. 송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한국 CJ ENM과 미국 A24가 공동 투자하고 함께 배급했다.

이날 미국 연애매체 데드라인은 여성 감독 데뷔작의 작품상 후보 포함에 대해 "획기적인 일"이라고 표현했다. 송 감독은 “‘패스트 라이브즈’는 내 몸에서 나온 살아있는 것이고 내가 인생을 살아온 방법이기도 하다”며 “솔직히 나는 막 구름 너머에 있다”고 기쁨을 나타냈다. 송 감독이 작품상을 받으면 신인 여성 감독으로선 최초가 된다. 여성 감독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건 두 차례(2010년 ‘허트 로커’의 캐스린 비글로 감독, 2021년 ‘노매드 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에 불과하다.

'엘리멘탈'은 이민자의 삶을 다루면서 한국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엘리멘탈'은 이민자의 삶을 다루면서 한국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엘리멘탈’은 원소들이 사는 가상 도시를 바탕으로 불과 물의 사랑 이야기를 펼치는 픽사 애니메이션이다. 불인 앰버는 이민 가정 출신으로 재미동포를 떠올리게 한다. 피터 손 감독은 지난해 5월 한국 개봉을 앞두고 방한해 "내 가족 이야기에서 착안한 영화"라고 밝혔다.

한국계의 약진은 AMPAS의 최근 변화와 무관치 않다. AMPAS는 2015년 아카데미가 백인 위주 잔치라고 비판하는 ‘오스카 소 화이트(Oscar So White)’ 운동이 벌어진 후 매년 다양성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밖 유력 영화인들을 회원으로 대거 영입하고 여성 회원을 늘려 다양한 목소리들이 조직 내부에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로컬 상’ 아카데미의 세계화와 연관된 움직임이기도 하다. 달라진 오스카는 ‘기생충’의 비영어 영화 최초 작품상 수상 등 4관왕 등극, ‘미나리’의 윤여정 여우조연상 수상 등에 영향을 줬다.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적어도 할리우드에서 문화다양성은 보편적 현상이 됐다"며 "''패스트 라이브즈' 등의 후보 지명은 새로운 시대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회원 국적 93개로 사상 최다.. 다양성 더 강화

영화 '오펜하이머'.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영화 '오펜하이머'.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올해 아카데미의 다양성은 더욱 강화됐다. 후보 선정 투표에 참여한 회원은 1만1,000명 가량으로 93개국 출신이다. 아카데미 회원 국적 수로는 사상 최다다. 지난해 79개국에서 14개국이 늘었다. 23일 후보작(자)을 발표한 배우 재지 비츠와 잭 퀘이드는 숫자 ‘93’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아카데미의 변신은 다른 후보작(자) 발표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패스트 라이브즈’를 비롯해 여성감독 영화 3편(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 그레타 거위그 감독의 ‘바비’)이 작품상 후보 명단에 포함됐다. 사상 최다다. 프랑스 영화 ‘추락의 해부’는 5개 부문(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 등) 후보에 올랐다. ‘플라워 킬링 문’의 릴리 글래드스턴은 미국 원주민 최초로 여우주연상 후보가 됐다.

올해 아카데미 최다 부문 후보작은 ‘오펜하이머’다. 원자탄 개발을 주도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다룬 영화로 작품상과 감독상(크리스토퍼 놀런), 남우주연상(킬리언 머피), 남녀조연상(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에밀리 블런트), 각색상, 편집상, 촬영상, 미술상, 음향상, 음악상, 분장상, 의상상 등 13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2018년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13개) 이후 최다 부문 지명이다. 지난해 ‘오펜하이머’와 함께 미국 극장가에 ‘바벤하이머’ 바람을 일으킨 ‘바비’는 작품상과 각색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감독상 후보가 점쳐지던 거위그 감독은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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