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루 이어 투발루도 대만과 단교 가능성"
'독립주의 강화=대만 고립' 중 경고 먹히나
태평양 도서국 나우루에 이어 투발루까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라이칭더 대만 차기 총통 당선인의 독립주의 노선을 상쇄하기 위한 중국의 '대만 고립' 외교 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모양새다.
22일 타이완뉴스 등 대만 현지 언론들은 비케니베우 파에니우 주대만 투발루 대사의 최근 발언을 인용해 "투발루가 중국을 국가로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파에니우 대사는 지난 19일 호주 주간지 위크엔드에 "투발루 정부가 오는 26일 대선을 치르고 난 뒤 (대만이 아닌) 중국으로 외교 관계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는 투발루 내부 소식통의 전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중국·대만과 동시 수교를 맺은 국가는 없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탓이다. 따라서 투발루 정부가 중국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것은 대만과의 단교를 뜻한다.
투발루는 2019년 중국의 '인공섬 건립' 제안을 거절했을 정도로 다른 태평양 도서국에 비해 반(反)중국 색채가 강한 곳으로 평가돼 왔다. 사이먼 코퍼 투발루 당시 외교장관은 "중국이 우리 섬을 구매하고 군사기지를 건설할 기회를 살피고 있다. 파트너들과 함께 중국의 영향력에 맞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 또 다른 태평양 도서국 나우루는 지난 15일 "국익을 위해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끊고, 대신 중국과 수교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으로선 수교국이 12개국으로 줄어든 마당에, 투발루마저 중국에 내줄 처지가 된 셈이다. 대만 외교부는 21일 성명에서 "양국 관계는 민주주의, 자유, 인권 등 보편적 가치관 위에 구축됐다"며 "서로의 우정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평양 도서국들의 '대만 단교' 움직임은 지난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독립주의' 성향인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된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 나우루의 '대만과 단교' 결정은 총통 선거 이틀 만에 발표됐다. 라이 당선인이 재임 중 독립주의 노선을 강화하면 대만은 국제사회에서 더 고립될 것이라는 중국의 우회 경고로 해석됐다. 투발루의 '대만 단교설'이 현시점에서 불거진 것도 라이 당선인의 강경한 독립주의 노선을 사전에 꺾어 놓겠다는 중국의 의중이 실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 차이잉원 현 대만 총통 집권 8년 동안 파나마, 엘살바도르, 키리바시 등 10개 국가가 대만과 단교했다. 대체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국가들이란 점에서 막강한 자금 지원력을 앞세운 중국의 '금전 외교'가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외교가에선 '라이칭더 총통 집권' 4년 동안 대만의 기존 수교국을 더 떼어내려는 중국 시도가 노골화할 것으로 본다. 위크엔드는 투발루뿐 아니라 대만과 국교를 맺은 다른 태평양 도서국 사이에서도 중국과의 수교를 고려하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몇 달 안에 한두 개 나라가 대만과의 단교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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