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받은 4억원은 공소실효 지났다" 주장
그러나 법원은 모든 행위를 동일범죄로 봐
마지막 행위 시효 살아있어 첫 행위도 처벌
한 부부의 노후자금을 노리고 접근해 5억 원이 넘는 거액을 등친 사기꾼이 있었다. 남편도 속이고 아내도 속인 이 사기범은 수사기관에서 "시간이 많이 지났다"며 공소시효 완성을 주장했으나, '포괄일죄'라는 형법 개념에 걸려 가중 처벌을 받게 됐다. 일부 범죄의 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부부를 상대로 한 범행은 모두 '한 묶음'으로 취급해 하나의 범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동산 개발업자 A씨에게 총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21일 확정했다.
A씨는 2010년 11월 부부 B·C씨에게 '경기 양평군 옥천면 임야를 분양해 수익금을 지급하거나 분양이 안 되더라도 부동산 명의를 이전해주겠다'는 취지로 속여, 총 5억7,5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2021년 4월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10년 11월 B씨로부터 4억7,500만 원 △2011년 5월 C씨로부터 1억 원을 송금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상 사기 피해금액이 5억 원 이상이면 가중처벌법(특경법)이 적용된다.
A씨 측은 법정에서 사기죄 공소시효(10년) 완성을 주장하며 혐의의 일부는 면소(실체적 판결을 하지 않고 소송을 끝내는 것) 판결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부에게 첫 번째로 받은 돈은 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인데, 그의 말대로라면 피해액이 1억 원이라 특경법을 적용할 수 없었다.
법원은 부부 각자를 속인 A씨의 행위를 별도 범죄로 볼 것인지, 하나의 연결된 범죄(포괄일죄)로 볼 것인지를 판단해야 했다. 포괄일죄가 되면 마지막 행위 시점으로부터 공소시효 계산이 시작되므로, 앞선 B씨의 송금도 묶어서 처벌할 수가 있다. 결국 1심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부는 법정에서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 공동재산을 증식하기 위해 투자를 했다고 진술했다"며 "부부는 A씨와 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함께 있었는데, A씨 역시 부부를 기망하여 돈을 편취할 생각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혐의를 포함해 다른 사기 및 무면허 운전 등 혐의까지 더해 재판부는 A씨에게 총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1심과 같은 논리로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으나, 처벌불원서가 제출된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1년 10개월로 대폭 감형했다. 대법원도 유죄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사기행위의 공통성, 사기에 이르게 된 경위, 재산의 형성·유지 과정, 재산 교부의 목적 및 방법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죄의 피해법익은 동일하다고 평가될 수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사기죄는 포괄일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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