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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직전 복도 뛰게 했다"... 실험비글 내보낸 한 연구원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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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직전 복도 뛰게 했다"... 실험비글 내보낸 한 연구원의 고백

입력
2024.01.17 16:00
수정
2024.01.1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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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구조네트워크, 지난달 28일 30마리 구조


지난달 28일 비글구조네트워크가 구조한 실험비글의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지난달 28일 비글구조네트워크가 구조한 실험비글의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지금까지 (실험에 동원한) 비글들을 안락사하기 몇 분 전 마지막으로 작은 케이지에서 꺼내 복도를 뛰어다니게 했습니다. 개들의 마지막 뜀박질을 보며, 그들에게는 아마 ‘최고의 순간’이었을 거라고 회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안락사하지 않고 보내줄 곳(동물단체)이 생겨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한 제약회사 연구원

지난달 28일 한 제약회사의 연구원이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에 실험비글을 기증하면서 전한 고백이다.

17일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단체는 제약회사를 포함 대학교, 대학병원으로부터 같은 날 총 30마리의 실험비글을 구조했다. 단체는 구조한 개들을 6개월가량의 사회화 과정을 거쳐 국내외 가정으로 입양시킬 예정이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달 28일 대학교, 병원, 제약회사로부터 총 30마리의 실험비글을 구조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달 28일 대학교, 병원, 제약회사로부터 총 30마리의 실험비글을 구조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단체에 따르면 2019년 15마리에서 2020년 42마리, 2021년 28마리, 2022년 41마리, 2023년 56마리 등 구조되는 실험비글 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은 한 대기업이 다수의 비글을 기증해 증가폭이 컸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상임이사는 "생명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실험견을 그대로 안락사시키지 않으려는 연구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먼저 실험비글 구조 초기에는 기증하는 기관이 대학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병원, 기업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는 개들도 확연히 줄었다. 이는 전보다 실험동물에 대한 처우가 나아졌고 실험기간도 전보다 크게 짧아져서다. 유 상임이사는 "예전에는 실험 종료 후 다른 실험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기증 시 연령이 평균 8세에 달했지만 지금은 4세로 절반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구조 후 검진을 받고 있는 실험비글.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구조 후 검진을 받고 있는 실험비글.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구조된 비글 중 절반 이상은 해외로 입양을 간다. '건강상 어딘가 이상이 있을 것 같다'는 등 아직까지 국내에 실험견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실험견 입양이 쉬운 게 아닌 것도 사실이다. 트라우마 극복뿐 아니라 배변 훈련도 필수다. 단체는 국내에서 입양처를 찾지 못한 개들을 미국 실험 동물 전문구조단체 비글프리덤프로젝트(BFP)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99% 이상의 실험비글들은 실험실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험에 동원된 개는 1만8,888마리로 늘고 있는 추세며 이 가운데 매년 실험실 밖으로 나오는 수는 50여 마리 정도다.

실험실에서 구조된 뒤 비글구조네트워크 보호센터에 도착한 실험비글의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실험실에서 구조된 뒤 비글구조네트워크 보호센터에 도착한 실험비글의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구조된 뒤 사람을 반기는 실험비글의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구조된 뒤 사람을 반기는 실험비글의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유 상임이사는 "단체로 기증되는 실험비글이 늘어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개를 포함해 전반적인 실험동물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실험동물의 처우 개선, 대체시험 증가 등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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