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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은 아니라는데, 여기저기 아파요. 왜 그런 거죠?"

입력
2024.01.22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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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 성취도 크지만, 한국의 중년은 격변에 휩쓸려 유달리 힘들다. 이 시대 중년의 고민을 진단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해법들을 전문가 연재 기고로 모색한다.

건강 : <7>자율신경계의 균형을 위하여


자율신경 장애, 10년 새 3배 급증
신체 치료 후 심리 안정이 원칙
침술로 급한 불 끄고 명상ㆍ다도 등

자율신경계통 환자 수.

자율신경계통 환자 수.

요즘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논할 때 보통 조현병, 불안증, 우울증 등 정신적 질병을 떠올리지만, 이번 칼럼에선 부정적 정서가 신체 증상으로 표출되는 ‘심신증’(心身症)에 주목하고자 한다.

특별한 병리적 원인이 없는데도 신체적으로 불편한 증상은 ‘자율신경 장애’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질환은 최근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자율신경 장애 질환자 수는 10년 새 무려 3배가 늘었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2배나 많다.

자율신경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심장! 나대지 마!”다. 심장처럼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그러면서도 생명을 유지하는 자동 제어 장치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둘로 나뉘는데, 이 중 교감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자율신경 장애로 이어진다.

긴장하고 생각이 많아지면 입맛이 떨어지고 만성 변비, 설사, 가스로 인한 복부 팽만 등이 지속된다. 또 목뒤 근육이 긴장해 뇌로 올라가는 혈류량이 줄면서 두통이 생기거나 어지럽고, 불면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만성 위염이 위궤양으로 발전하고, 혈압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혈압). 피부에서는 두드러기나 원형 탈모증도 생긴다.

왜 여성 환자가 많을까?

자율신경 장애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다. 자율신경의 중추는 뇌의 시상하부에 있다. 호르몬 중추는 시상하부 아래에 있는 뇌하수체에서 분비를 조정한다. 특히 생리, 임신, 출산 등 생식기능을 담당하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량 변화가 자율신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에스트로겐 등 여성호르몬 분비량이 들쭉날쭉해진다. 그 결과 자율신경이 영향을 받으면서,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거나 춥고 덥고 가슴이 답답하고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증상이 나타난다. 병원을 찾아도 뾰족한 수가 없으니 환자만 답답할 뿐이다.

진단과 치료는?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우주에 비교해 설명하는데, 자율신경은 우리 몸의 일월성신(日月星辰) 가운데 성신(星辰)에 해당한다. 일월(日月)은 뇌의 좌반구, 우반구다. 즉, 자율신경은 뇌가 직접 관장할 수 없는 부위에서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몸을 통제한다. 그리고 교감신경계는 양의 작용, 부교감신경계는 음의 작용으로 균형을 유지한다. 정신과 육체 사이에 자율신경이 있다. 그러므로 자율신경의 조화가 깨지는 것은 곧 정신과 육체의 조화가 깨지는 것이다. 육체의 피로와 고통을 정신에, 정신의 불안과 스트레스는 육체에 서로 전가하는 상황이 된다.

한의학의 일차적인 치료 목표는 바로 이 음양 조절에 있다. 현대 의학으로 해석하면 ‘자율신경의 균형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신체 증상을 치료한 후에 심리적 안정을 꾀하는 것이 원칙이다. 환자가 당장 위궤양, 고혈압, 두드러기를 호소하는데, 심리 요법을 먼저 쓰는 것은 난센스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보통 자율신경 장애 환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호흡기, 순환기, 소화기, 근골격계 등 전신에 걸쳐 질병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하나하나 대응하려면 ‘병원 쇼핑’이 불가피하다.

여기서 한의학, 특히 침술의 장점이 도드라진다. 침술은 자율신경의 균형을 조절하는 내관과 공손혈 등의 혈자리를 자극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조화를 돕는다. 이렇게 자율신경이 균형을 찾으면 위궤양, 고혈압, 두드러기 등 주 증상뿐만 아니라 부차적인 증상도 완화한다.

급한 불을 끄고 나면, 향후 자율신경의 조화가 깨지는 일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한 일상생활 예방법이 있다. 최근 뇌과학계에서 주목받는 ‘명상’이 그 가운데 하나다. 미국 에모리대학교의 연구 결과를 보면, 명상을 3년 이상 한 사람은 문자를 읽고 뇌가 반응한 후 다시 잠잠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았다. 명상은 ‘지금’ ‘여기’ ‘자기’에게 주목함으로써 쓸데없는 잡념과 망상을 없애는 데 도움을 준다.

생활 습관 개선도 도움이 된다. 불규칙한 식사 시간, 수면 시간 등은 신체 리듬을 깨뜨려 심신의 균형을 깬다. 특히 공복감과 피로감은 몸이 나에게 주는 경고다. 공복감이나 피로감이 나타나면 지금 나의 생활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세심하게 배려할 때다.

감정 표현은 솔직한 게 좋다. 슬픔, 분노, 불안, 불쾌감은 누른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억지로 누르면 언젠가는 튀어 오른다. 지나치게 자기를 희생하거나 남에게 맞추려는 노력도 결국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할 수 없는 일이면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게 마음 건강에 좋을뿐더러, 중장기적으로는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

운동도 좋다. 운동을 시작하면 신체는 긴장하고 마치면 이완한다. 운동 후 신체를 편안하게 하고 머릿속을 비우는 것은 자율신경의 해방감을 돕는다. 운동할 땐 가능하면 일상에서 벗어나는 게 좋다. 휴대전화는 멀리 두고 운동하자.

차를 마시는 것도 스트레스를 진정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일본 사무라이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팽팽한 긴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도(茶道)에 심취했다. 잠시 차를 마시면서 업무 압박에서 벗어나면 건강도 지킬뿐더러 업무 효율도 되레 오른다.

한의학에서는 인간을 우주에 비교하는 소우주론으로 설명한다. 몸과 마음이 자기 쪽으로 기우는 데에서 모든 문제와 고통이 발생한다. ‘내가 옳다’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이 고통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부부, 친구, 직장에서도 나만 옳다는 생각이 갈등을 일으키지 않나.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공감의 폭을 넓히는 일은 나뿐만 아니라 가족, 공동체 등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최선의 방안이다. 연초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 환자를 진료하면서 해본 생각이다.



이상곤 한의학 박사ㆍ전 대구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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