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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맞은 가자지구 전쟁 '악화일로'… 휴전은커녕 확전 가능성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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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맞은 가자지구 전쟁 '악화일로'… 휴전은커녕 확전 가능성만 커졌다

입력
2024.01.14 19:30
수정
2024.01.14 20:5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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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예멘 후티 근거지 연이틀 타격
"양측 교전 과열… 중동 확전 수순"
이스라엘 "전쟁 계속한다" 재천명

미국과 영국이 예멘 수도 사나 등 본토 16개 지역을 공습한 12일 예멘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사나 광장에 모여 반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나=AP 연합뉴스

미국과 영국이 예멘 수도 사나 등 본토 16개 지역을 공습한 12일 예멘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사나 광장에 모여 반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나=AP 연합뉴스

미국이 예멘 후티 반군 근거지를 연이틀 타격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14일(현지시간)로 100일째를 맞은 가운데, 휴전은커녕 오히려 확전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도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강경 메시지를 내놨다. 더구나 후티가 친이란 무장 정파라는 점에서, 미국의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이란까지 참전할 경우 중동 전역이 걷잡을 수 없는 포화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13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군 중부사령부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날 오전 3시 45분쯤 예멘에 위치한 후티 반군 레이다 시설 한 곳을 구축함 USS카니호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로 파괴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이 12일 예멘 수도 사나를 포함, 16개 지역에 74차례 공습을 퍼부은 지 하루 만에 미군이 단독 작전을 벌인 것이다. NYT는 “전날 미처 파괴하지 못한 목표물을 재공격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후티 공격... 이미 전쟁은 번져 나갔다"

예멘 후티 반군이 지난 11일 예멘 북부 사다주(州) 알바카 지역에서 미국 성조기를 밟고 훈련하는 모습을 13일 공개했다. EPA 연합뉴스

예멘 후티 반군이 지난 11일 예멘 북부 사다주(州) 알바카 지역에서 미국 성조기를 밟고 훈련하는 모습을 13일 공개했다. EPA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미군의 이번 공격을 사실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확전의 신호탄이라고 본다. 스스로를 ‘미국과 직접 교전하는 군사 세력’으로 과시하려는 후티 반군은 미국을 더욱 자극할 게 뻔하고, 미군 역시 이에 응수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이유에서다. 엘리자베스 켄달 영국 케임브리지대 거튼 컬리지 학장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군의 공습으로) 후티는 영웅적 순교자가 됐다”며 “그들에겐 전쟁을 멈춰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 했던 미국의 인내심도 바닥날 공산이 크다. 물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후티 포격 후 이란에 비공개 메시지를 보냈다”며 확전 억제 노력을 여전히 강조했다. 그러나 미군의 후티 공격은 친이란 진영에서 볼 때 전쟁 개입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BBC방송은 “(미국·후티 교전이 과열되면)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전면전을 막으려던 미국의 외교적 노력도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이미 전쟁이 번져 나갔다”고 짚었다.

후티도 미국과의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후티는 13일 미국·이스라엘 국기를 표기한 목표물에 타격 훈련을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나스루딘 아메르 후티 대변인은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미국의 공격은) 우리의 군사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있을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NYT는 “미국도 후티의 잠재적 군사 시설 식별을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100일간의 전쟁, 모두의 인간성을 더럽히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의 상공이 14일 이스라엘방위군(IDF) 공습으로 발생한 연기로 뒤덮여 있다. 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의 상공이 14일 이스라엘방위군(IDF) 공습으로 발생한 연기로 뒤덮여 있다. AFP 연합뉴스

국제사회는 자제를 촉구했다.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집행위원장은 13일 가자지구를 찾아 “지난 100일간 벌어진 죽음과 파괴가 우리 모두의 인간성을 더럽히고 있다”며 휴전을 호소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세계 곳곳에선 반전 시위가 열렸고,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가족들도 휴전·인질 석방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개전 이래 팔레스타인인 최소 2만3,843명이 숨졌다고 13일 밝혔다. 이제는 사망자가 가자지구 인구(220만 명)의 10분의 1마저 넘어섰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멈출 의사가 없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개전 100일을 하루 앞둔 13일 기자회견에서 “승리할 때까지 하마스와의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집단 학살 혐의로 제소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해서도 “새로운 나치(하마스)의 지지자들이 우리를 비난한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ICJ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무시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내면서 “전쟁 종료 전까지는 이집트와 가자지구 사이 국경을 계속 폐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김현종 기자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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