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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노후 대비, 집 한 채론 불가능... 그럼 어떻게?

입력
2024.01.15 10:1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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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 성취도 크지만, 한국의 중년은 격변에 휩쓸려 유달리 힘들다. 이 시대 중년의 고민을 진단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해법들을 전문가 연재 기고로 모색한다.

경제 : <7> '금퇴'를 위한 재테크... 퇴직연금 활용법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만으론 '금퇴 설계' 한계
잠자는 퇴직연금 활용, 고려해야
포트폴리오, 디폴트 옵션 등 다양

“독거노인, 절반이 파산 위기… 연금으로 생활 못해”

‘100세 시대’를 외치는 우리에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뉴스 제목이다. 하지만 일본 공영방송 NHK가 다룬 기획 보도다. 그렇다고 마냥 안도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고령화 현상이 일본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이 ‘고령화 사회’(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를 우리보다 30년 앞섰지만, 초고령화 사회(20% 이상)의 격차는 10년 이상 줄었다.

2022년 10월 기준 국민연금 수급대상자는 65세 이상 노인 916만 명 중 448만 명(48.9%)이며 노령연금 수령액은 월 60만 원 미만이 76.7%, 100만 원 미만이 8.9%다. 노인 85% 이상이 100만 원 미만의 연금을 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50대 중년들의 자산 구성을 들여다보면 고민이 더 깊어진다. 순자산에서 부동산을 제외한 ‘가용 금융자산’은 가구당 3,900만 원으로 전체 자산의 10%에도 못 미친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우리나라 가구별 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일본(63%) 미국(71%)과 단순 비교해도 부동산 비중이 상당히 높다.

대한민국 50대의 평균 보유자산 현황

대한민국 50대의 평균 보유자산 현황


그렇다면 현실은 어떤가? 2022년 기준 출산율이 0.77명까지 떨어졌다. 이런 변화가 10~20년 후 집값 등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부동산 불패 신화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결국, ‘집 한 채’로 대변되는 부동산 자산과 가용 금융자산이 40~50대 중년들의 ‘100세 노후’를 책임질 수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미래 부동산 시장에 큰 침체기가 생길 경우를 가정하면 어떨까?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은 물론 연금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퇴직연금 DB형 vs DC형

퇴직연금 DB형 vs DC형


퇴직연금, DB형 → DC형으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 연금’ 구조가 잘 짜인 개인이라면 걱정이 덜하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중년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은퇴 준비는 뭐가 있을까? 당장 집을 팔거나 줄일 수도 없고, 저축액을 ‘드라마틱하게’ 올려 금융자산 비중을 늘릴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은퇴 전 퇴직연금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퇴직연금의 종류엔 DB형과 DC형이 있다. DB형은 퇴직 금액이 정해져 있고 회사가 운용ㆍ관리하는 유형이다. DC형은 회사가 납입하고 근로자가 자유롭게 운용하며 추가 납입도 가능하다. 향후 승진, 호봉 상승 등 상당한 급여 상승이 예상되는 경우 DB형이 유리하다. 그렇지 않다면, DC형으로 적극적 투자를 권유한다.

퇴직연금 시장 343조 원 시대를 맞아 매년 납입액은 늘어나고 있지만, 장기 수익률은 연평균 1.92%에 불과하다. 전체 퇴직연금 중 DB형 가입자가 61%(2022년 기준)에 달하고, DC형 가입자라 해도 원리금 보장형이 83.3%로 DB형과 별반 다르지 않다. ‘투자’라기 보단, 가입 후 방치에 가깝게 운용되기 때문이다. 물론, ‘퇴직금을 날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있지만, 미국의 성공한 DC형 퇴직연금제도를 감안하면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연금 백만장자'를 탄생시킨 미국 '401K'

혼잡한 국내 주식 시장에 뛰어들어 여기저기 베팅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S&P 500, 다우 ETF, 일본 닛케이 ETF 등 포트폴리오를 ‘지수형’으로 조절만 해도 충분하다.

한 번도 퇴직연금 투자에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직접 관여하고 싶지 않다면? 정부와 금융당국이 도입한 ‘디폴트 옵션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디폴트 옵션은 상품을 직접 결정하지 않고 퇴직연금 사업자(증권 은행 보험사)가 사전에 지정해 둔 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투자하는 방식이다. 방치되는 돈을 최소화하고 수익률을 높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미국의 DC형 퇴직연금제도 ‘401K’는 26만 명의 연금 백만장자를 탄생시키며 대성공한 제도로 평가받는다. DC형이 64%를 차지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가입자들이 퇴직금에 대해 적극성을 갖도록 구성돼 있어 투자 지식도 함께 높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DC형이 39% 수준에 불과하다. 퇴직연금에 대해 생각의 전환뿐 아니라, 지금 즉시 행동할 때다.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의 저자 랄프 웬저는 “저축하고 투자하라, 여유롭고 멋진 삶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얘기를 스무 살 청년에게 해보면, 좀처럼 관심을 갖지 않는다. 신형 휴대폰과 즐길 거리가 눈앞에 즐비한데 어떤 청년이 40년 뒤 은퇴를 고려하겠는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막 은퇴한 60세 고객에게 같은 말을 꺼내면 이런 답이 돌아오곤 한다. “글쎄 말이야, 좀더 젊었을 때 관심을 가졌어야 했는데…”



공우진 DB증권 알파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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