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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에선 ‘금·은·동’ 효자였는데…K바둑, 안방에선 ‘찬밥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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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에선 ‘금·은·동’ 효자였는데…K바둑, 안방에선 ‘찬밥 신세’

입력
2024.01.05 04:30
수정
2024.02.2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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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마바둑 예산 21억원→올해 ‘0원’
정부의 고강도 긴축 재정 기조 속 전액 삭감
대한바둑협회, 전국서 장외 투쟁 돌입
문체부, 한국기원 예산 분배 권고…혼란 가중

대한바둑협회 관계자들이 지난 3일 올해 예산 심사를 주도한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대외지원 예산 복원을 요구하면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한바둑협회 제공

대한바둑협회 관계자들이 지난 3일 올해 예산 심사를 주도한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대외지원 예산 복원을 요구하면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한바둑협회 제공

연초부터 국내 바둑계가 시끄럽다. 지난해 21억 원대에 책정됐던 아마바둑계 대회지원 예산이 정부의 고강도 긴축재정 기조 아래 올해엔 전액 삭감되면서다. 이에 따른 여파는 프로바둑 중심의 한국기원에 배정된 예산 분배까지 초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태의 중심에 선 아마바둑계는 급기야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5일 바둑계에 따르면 대한바둑협회는 지난 3일부터 올해 예산 심사를 주도한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피켓 시위에 들어갔다. 협회 측 관계자는 “바둑대회지원 예산 용도는 국내 바둑 대중화에 필요한 취약계층 바둑 보급에서부터 학생, 성인선수 육성과 각종 동호인바둑대회 개최 등이다”라며 “일부 삭감도 아니고 전액 삭감이 되면 올해 바둑대회지원 사업은 전면 백지화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2005년 출범한 대한바둑협회는 국내 아마추어 바둑 활성화 등을 목표로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정부는 지난해 바둑 보급 부문에 17억1,300만 원을, 바둑대회지원 분야에 21억6,200만 원을 각각 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엔 지난해 편성됐던 바둑대회지원 분야의 예산은 삭제되고 보급 부문에만 15억4,200만 원을 책정했다. 이 가운데 바둑 보급은 한국기원에서, 바둑대회지원은 대한바둑협회에서 주로 챙기고 있다.

협회 측 관계자는 또 “진흥법으로 제정된 또 다른 종목인 씨름의 올해 예산(66억6,600만 원)은 지난해(62억7,600만 원)보다 오히려 더 늘었고 전통무예의 올해 예산(15억 원)은 지난해와 동일했다”며 “형평성 차원에서도 심하게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바둑은 씨름이나 전통무예 등과 동일하게 정부에서 진흥법으로 제정한 종목인데, 차별적인 지원 정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예산을 심의한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보조금 부문에 대해선 원점 재검토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었다”며 “바둑의 경우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예산 배분 항목이 보급과 대회지원으로 나뉘어 있었던 데다, 대회지원 부문 예산이 과도하게 잡혀 있다는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삭감을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도 “바둑과 관련된 삭감 예산에 대해선 (기재부에) 최대한 걱정되는 상황을 전달했지만 정부의 전반적인 예산 감축 분위기에 따라 결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둑계에선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위선양 측면에선 오히려 다른 종목에 비해 가산점을 가져온 부분이 분명한데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실제 지난해 열렸던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종목에서 남자단체전 금메달, 여자단체전 은메달, 남자개인전 동메달 등을 포함, 전 종목 메달 획득과 더불어 ‘효자’로 자리매김했던 성과들도 올해 예산 편성에선 감안됐어야 했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바둑계 내부에선 ‘홀대론’도 공공연하게 불거지고 있다. 한 중견 프로바둑 기사는 “국제대회 성적은 대부분 국가대표인 프로바둑기사들이 가져오는 것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바둑계의 대중화가 뒷받침될 때 더 힘을 받을 수 있다”며 “정부의 이번 예산 삭감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바둑대회지원(대한바둑협회)에서 삭감된 부분을 보급(한국기원) 부문에 배정된 예산 가운데 배분해줄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한국기원 측에선 가뜩이나 전년에 비해 줄어든 예산을 또다시 쪼개야 하는 상황에 난감해하고 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당장 바둑 국가대표 운영 예산부터 줄여나가야 할 판”이라며 “국제대회 성적도 괜찮은데, 지원은 왜 축소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올해 예산 삭감과 관련해 바둑계 내부에서 나오는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서 문체부 장관과 별도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삭감된 예산 복원을 강조하고 나선 대한바둑협회는 향후 한 달간 전국 17개 시·도에서 릴레이 바둑인 총궐기대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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