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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학폭센터 삭감 예산 복구됐는데 경찰청 "고용승계 불가"...상담사들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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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학폭센터 삭감 예산 복구됐는데 경찰청 "고용승계 불가"...상담사들 '부글부글'

입력
2023.12.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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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예산 삭감→경찰청 예산에 복구
경찰청, 여가부 상담사 고용승계 '난색'
상담사들 "전문 인력 두고 신규 채용 부당"

학교폭력 신고 상담전화가 117로 통합된 2012년 1월 서울 용산구 갈월동 아동여성장애인 경찰지원센터 내 117학교폭력신고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전화를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학교폭력 신고 상담전화가 117로 통합된 2012년 1월 서울 용산구 갈월동 아동여성장애인 경찰지원센터 내 117학교폭력신고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전화를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성가족부가 삭감한 117학교폭력신고센터(117센터) 예산이 우여곡절 끝에 경찰청 예산으로 부활했지만 경찰청은 상담사 고용승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찰청이 상담사를 계약직으로 신규 채용하려고 하자 여가부 파견 상담사들은 "수천 시간 쌓아 온 노하우를 무시하고 신규 인력을 배치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2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117센터 운영 예산으로 15억1,300만 원이 증액된 후 117센터를 운영 중인 각 지방경찰청에 "기존 여가부 인력 고용승계는 불가해 인력을 신규로 선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근시일 내 인력을 선발해 즉시 투입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최장 3개월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117센터는 상담사 179명 중 34명이 여가부 파견인데, 여가부가 삭감한 예산이 경찰청 예산으로 복구돼 고용승계가 어렵다는 것이다. 117센터는 2012년부터 여가부, 경찰청, 교육부(교육청)가 공동으로 운영했지만 지난 9월 여가부는 사업 종료를 결정하고 내년도 관련 예산(인건비 11억5,000만 원)을 전액 없앴다.

경찰청의 움직임에 여가부 파견 상담사들은 "수년간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한 대가가 이거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이날 경찰청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상담사들의 눈물과 국회의원의 노력으로 어렵게 마련된 소중한 예산을 경찰청에 배정했더니 첫 단추부터 잘못 꿰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물에 빠진 사람이 있고 이를 구할 가장 빠른 방법이 있음에도 돈이 얼마나 드는지 계산하고 서류까지 완벽해야 구해줄 수 있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상담사들은 국회가 예산을 복구한 취지대로 117센터를 정상 운영하려면 길게는 10년 넘게 일하며 전문성을 축적한 기존 인원들의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신규 인원을 충원한다는 것은 1년 이상의 시간과 국가 예산의 낭비이고, 아울러 아이들이 학폭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상담사들에 따르면 117센터 매뉴얼을 파악하는 데 기본 3개월, 숙련까지는 최소 6개월이 걸린다. 사례가 다양하고 학폭 상황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채용 및 배치까지 최소 3개월이 소요된다면 이 과정에서 학폭 상담의 공백도 우려된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 처리를 마친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 처리를 마친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은 예산이 연말에 예고 없이 확보됐고, 자체 기준에 맞게 채용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또 여가부 파견 상담사들이 각 지자체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계약직으로 근로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계약직 신규 채용'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상담사들을 어떤 신분으로 채용할지 등 검토할 부분이 너무 많다"며 "여가부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계약이 끝난 분도 있는데 어떻게 고용승계를 하겠나"라고 했다.

여가부 파견 상담사는 34명이다. 19명이 무기계약직이며, 15명은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한 계약직이다. 계약직으로 2년 넘게 일했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은 상담사도 있다. 10년간 117센터에서 일한 한 상담사는 "무기계약직으로 117센터에서 일을 하다가 계약직으로 신규 채용을 하니 지원하라고 한다면 누가 받아들이겠는가"라고 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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