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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견인' 생산·소비 반등... 투자 감소는 지속

입력
2023.12.28 17: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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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상승→트리플 하락 후 개선 흐름
반도체 생산 12.8%↑ 재고·출하도 호조
설비투자·건설기성 부진… 불확실성 상존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11월 산업활동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11월 산업활동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줄어드는 '트리플 하락'을 털어내고 한국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제조업의 선전에 힘입어 생산·소비 지표가 반등에 성공하면서다. 정부는 앞선 하락을 일시적 조정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반도체 업황에 크게 좌우되는 한국 경제 특성상 아직 경기 전반의 회복 신호로 보긴 어렵다. 투자 지표는 여전히 감소세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산업생산, 소매판매(소비)지수는 각기 전월 대비 0.5%, 1% 증가했다. 반면 설비투자는 2.6% 감소하면서 지난달(-3.6%)에 이어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10월 세 지표가 올해 7월 이후 3개월 만에 동시에 위축됐던 것을 고려하면 긍정적이다.

전 산업생산의 반등은 반도체 등 광공업(3.3%)이 이끌었다. D램·플래시메모리 등 메모리반도체 생산 증가로 전월 대비 반도체 생산이 12.8% 뛰었다. 웨이퍼 가공·반도체 조립 장비 등 기계장비 생산도 덩달아 8% 올랐다. 반도체 출하가 큰 폭으로 늘면서 재고는 3개월 연속 줄고 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기저효과와 함께 최근 인공지능(AI)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확대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출과 생산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소매판매는 승용차·가전제품 등 내구재에서 2.6%,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에서 0.6% 판매가 늘면서 증가했다.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 판매는 0.4% 줄었다. 8월(-0.3%), 9월(0.1%), 10월(-0.8%) 하락 또는 소폭 상승을 보인 것에 비하면 1%로 비교적 크게 증가했다. 11월 각종 할인 행사와 전기차 보조금 제도 등으로 사실상 승용차 소비가 크게 늘어났지만, 다른 부문의 소비 회복 속도는 차이가 현격하다.

설비투자는 항공기 등 운송장비(-5.7%), 컴퓨터 등 기계류(-1.5%)에서 투자가 모두 줄어 지난달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에 비하면 11.9% 감소한 수치다. 건설기성지수는 건축(-3%)·토목(-7.3%) 공사 실적 저조로 전월 대비 4.1%나 떨어졌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주택 입주 물량·공사가 줄어든 점 등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현재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순환변동치는 98.9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수입액·광공업생산지수 등이 늘었지만, 건설기성액·내수출하지수 등이 감소한 영향이다. 다만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종합지수순환변동치는 99.9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코스피·경제심리지수 등이 낮아졌지만, 재고순환지표·기계류 내수출하지수가 증가한 덕이다.

정부는 9월 트리플 상승, 10월 트리플 하락 양쪽에 결정적 기여를 한 반도체 생산·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 기미로 본다. 12월 반도체 등 수출액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건설투자 부진이 뇌관이 될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가계부채, 공급망 안정 위험 등을 철저히 관리하고, 수출 중심으로 나타나는 경기 회복의 온기가 취약한 부분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세종=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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