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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격동의 시대...'책의 힘' 보여준 수작 많았다" [한국출판문화상 심사총평]

입력
2023.12.30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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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심사총평

제64회 출판문화상 심사위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본심 심사를 하고 있다.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표정훈 출판평론가,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조영학 번역가,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윤경희 문학평론가, 백승종 역사가. 김예원 인턴기자

제64회 출판문화상 심사위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본심 심사를 하고 있다.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표정훈 출판평론가,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조영학 번역가,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윤경희 문학평론가, 백승종 역사가. 김예원 인턴기자

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책에 관해 가장 빛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일보사가 주최한 제64회 한국출판문화상의 심사를 위해서, 올해 발간된 많은 책들을 살펴보며 심사위원단이 계속 던졌던 질문이다. 책이 어디서 왔는지,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엄청난 변화의 시대에 책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분명치 않을 때가 있다. 책은 저 영광의 길을 여전히 걷고 있는 것인지, 새롭게 난 좁은 길로 들어서서 다른 매체들과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인지, 출품된 책들을 살피며 우리 스스로 묻고 또 물었다.

우리는 한국출판문화상의 다섯 분야에서 최종 수상작을 가려냈다. 학술 분야의 수상작 조문영의 '빈곤 과정'은 학술서가 갖추어야 할 미덕들을 빠짐없이 보여주는 수작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선명한 주제 의식과 치열한 현장 조사, 그리고 빛나는 통찰들과 진지한 대안적 모색까지 갖춘, 그야말로 압도적인 저작이었다. 교양 분야의 수상작은 남종영의 '동물 권력'이다. 저자는 인류가 걸어온 역사에서 동물이 차지하는 존재론적 위상을 상기시키며 비인간동물의 눈높이에서 저 장구한 시간의 흐름을 재구성한다. 이 놀라운 책에서 인간의 역사는 인간과 동물의 역사로 대체된다.

번역 분야에는 존 에이거가 저술하고 김동광과 김명진이 번역한 '20세기, 그 너머의 과학사'가 선정됐다. 20세기에서 21세기에 이르는 과학의 역사를 분석하며 오늘날 과학이 가진 역사적 성격을 보다 분명하게 보여준 이 방대한 역작을, 오랜 기간에 걸쳐서 알찬 우리말로 번역해낸 두 번역자에게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편집 분야는 구인모가 주해를 하고 소명출판사에서 출간한 '오뇌의 무도 주해'가 빛나는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책은 편집의 결과물이라는 평범하지만 잊기 쉬운 진리를, 이 아둔하리만큼 두툼한 책이 일깨워 주었다. 저술의 근본주의와 편집의 완벽주의가 만나서 이런 역사적 모범을 성취하였다. 어린이·청소년 분야에는 김양미의 '잘 헤어졌어'와 곽미영의 '받침구조대' 2종이 선정되었다. 두 책은 문학과 비문학 분야에서, 국내 아동 청소년 분야에서 가장 앞선 전선을 대표하고 있다는 데에 심사위원 모두가 동의했다.

"'후보작'은 없다...'올해의 책'이라 부르자"

매년 한국출판문화상은 5개의 분야에 각 10종의 책들을 선정해 이를 '후보작'이라 부르고, 여기에서 분야별 하나의 '수상작'을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우리 심사위원들은 올해부터 이 분야별 10종의 책들에 대해서 '후보작'이라는 표현 대신 각 분야의 '올해의 책'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한 해에 쏟아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책들 중에서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 그 분야의 10권 안에 들었다면 이미 그 자체로 수상작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들은 후보작이 아니라 이미 수상작이다.

우리는 올해 50종에 이르는 올해의 책 수상작, 그리고 5권의 최종 수상작을 가려냈다. 책은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매번 묻고 또 묻지만, 정작 책은 자신의 길을 힘차게 걷고 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책 덕분이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책의 길을 걷는다. 때로 불안하고 때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아도, 책의 힘을 믿으며 우리는 그 길을 간다. 오래된 책의 길을 따라간다.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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