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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돌파 '서울의 봄'...2030 남성이 흥행 끌고 40대 여성이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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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돌파 '서울의 봄'...2030 남성이 흥행 끌고 40대 여성이 밀었다

입력
2023.12.24 14:14
수정
2023.12.24 15: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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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몰랐던 현대사 분노" 젊은 세대 관람 열기
장태완·김오랑 후일담 전해지며 재관람 이어져
정우성, 데뷔 29년 만에 1000만 배우 등극
김성수, 최초의 60대 1000만 감독...'노장 파워'

영화 '서울의 봄'은 12·12 군사반란이라는 젊은 세대에게는 생소한 소재를 군사 액션 형식으로 다뤄 관객들에게 보는 재미를 줬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은 12·12 군사반란이라는 젊은 세대에게는 생소한 소재를 군사 액션 형식으로 다뤄 관객들에게 보는 재미를 줬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12ㆍ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이 24일 오전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 영화로는 역대 22번째다. ‘범죄도시3’(1,068만 명·5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1,000만 영화다. 여름 시장과 추석 연휴에 흥행 성적이 저조했던 한국 영화가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30대와 20대가 관객 비중 1, 2위

'서울의 봄' 속 군인들의 대결은 긴장감을 빚어내며 관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의 봄' 속 군인들의 대결은 긴장감을 빚어내며 관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의 봄’은 1979년 현대사의 물길을 돌려놓은 실화에 허구를 보탠 영화다. 군사반란을 주도하려는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과 군인의 길을 지키려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의 대결을 돋보기 삼아 신군부 집권 과정을 들여다본다.

"44년 전 발생한 사건을 소재로 해 중장년층이 선호할 영화"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2030세대가 흥행을 주도했다. 멀티플렉스 체인 CGV 집계에 따르면 상영 첫 주(11월 22~26일) 관객 비중이 가장 컸던 연령은 30대(29.4%)였고, 20대(28.5%)가 뒤를 이었다. 40대는 21.8%, 50대는 12.9%, 60대 이상은 3.5%였다. 여느 영화와 달리 남성 관객이 50% 넘게 차지했다.

10ㆍ26 사태와 광주민주화운동 등에 비해 덜 알려진 12ㆍ12 군사반란이라는 생소한 소재가 2030세대의 눈길을 잡았다. 몰랐던 현대사를 영화로 알고 분노한 관객들이 또래들에게 관람을 권하면서 열기가 조성됐다. 군대가 동원되고 충돌하는 과정이 주는 재미가 더해진 점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군사 액션 형식으로 선악의 분명한 대결을 그려 접근하기 쉬운 영화”라며 “당시 진정한 군인이 있었다는 놀라움도 젊은 관객 유입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2030세대와 남성이 지핀 흥행 열기는 시간이 갈수록 40대와 여성 관객으로 퍼져나갔다. 지난 22일 기준 40대 관객 비중은 24.1%를 차지하고 있다. 30대(29%)와 20대(24.5%)에 이어 여전히 3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비중은 커졌다. 50대 이상(18%) 관객이 많아지기도 했다. 여성 관객 비중은 53.2%다. 2030세대와 남성이 ‘서울의 봄’의 초기 흥행을 이끌었다면 40대와 여성이 흥행 뒷심의 원천인 셈이다.

이태신의 실제 인물인 장태완 장군, 특전사령관을 끝까지 지키려다 숨진 김오랑(영화 속 오진호) 소령의 불우한 사연은 재관람 열풍을 일으키면서 관객 동원에 한몫했다. 한 관객이 여러 차례 영화를 보는 ‘N차 관람’ 비율은 상영 초기 6%(관객 100명 중 6명이 재관람이라는 의미)에서 7.5%(22일 기준)로 늘었다. 황재현 CGV 전략담당은 “관객들은 몰랐던 인물의 이야기를 알게 된 후 영화를 다시 보고 해당 인물의 모습을 다시 확인하고 싶어하는 듯하다”며 “친구랑 영화를 본 후 부모와 다시 보는 젊은 관객이 많은 점도 흥행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첫 60대 1,000만 감독 등 진기록

'서울의 봄'은 그래픽을 이용해 군사반란의 진행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등 젊은 관객층이 이해하기 쉽게 내용을 전달한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의 봄'은 그래픽을 이용해 군사반란의 진행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등 젊은 관객층이 이해하기 쉽게 내용을 전달한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의 봄’의 흥행은 위기감이 감돌던 극장가와 한국 영화계에 훈풍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여름 한국 영화는 ‘밀수’(514만 명)와 ‘콘크리트 유토피아’(384만 명), ‘비공식작전’(105만 명), ‘더 문’(51만 명) 등 대작 4편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거뒀다. 추석 대목에도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191만 명), ‘1947 보스톤’(102만 명), ‘거미집’(31만 명)이 실망스러운 흥행 결과를 냈다. 황재현 담당은 “아무리 관람료 부담이 있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강세라고 하나 영화가 좋으면 관객이 극장을 찾는다는 점을 ‘서울의 봄’이 보여줬다”며 “한국 영화가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서울의 봄' 김성수(맨 오른쪽)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관객 1,000만 명 돌파 기념 사진 촬영으로 흥행을 자축하고 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 김성수(맨 오른쪽)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관객 1,000만 명 돌파 기념 사진 촬영으로 흥행을 자축하고 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로나19 이후 1,000만 관객에 이른 ‘범죄도시2’ ‘아바타: 물의 길(2022), ‘범죄도시3’과 달리 전편의 흥행을 등에 업은 속편 영화가 아니란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검증된 영화가 아니면 관객이 극장을 잘 찾지 않던 관람 패턴에 변화 조짐이 읽혀서다.

‘서울의 봄’은 여러 이색 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김성수(62) 감독은 60대로서는 처음으로 관객 1,000만 명을 달성했다. 이전 1,000만 한국 영화 감독들은 30, 40대였다. 60대 이상 한국 감독의 활동이 드문 상황에서 김 감독의 활약은 노장 영화인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배우 정우성은 영화 ‘구미호’(1994)로 데뷔한 이후 29년 만에 1,000만 배우가 됐다. 정우성의 이전 최고 흥행 영화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으로 668만 명이 봤다. 한국 영화계 1급 스타 중 한 명인 정우성이 흥행력을 제대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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