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집게손’ 좌표 찍은 직원에 사이버불링 1200건 폭격... 형사고소 나선다
알림

‘집게손’ 좌표 찍은 직원에 사이버불링 1200건 폭격... 형사고소 나선다

입력
2023.12.22 18:45
수정
2023.12.26 11:20
6면
0 0

신원노출, 사무실 무단 방문, 메시지 폭탄 등
넥슨 앞 집회 열었던 여성민우회도 항의 폭격

넥슨의 게임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엔젤릭버스터'가 등장한 홍보영상 속 집게손가락 모양을 두고 일부 이용자들이 '남성 혐오' 의혹을 제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넥슨의 게임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엔젤릭버스터'가 등장한 홍보영상 속 집게손가락 모양을 두고 일부 이용자들이 '남성 혐오' 의혹을 제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넥슨의 게임 '메이플스토리' 홍보영상에서 남성 비하 목적의 집게손가락을 그린 당사자로 지목된 애니메이터(만화나 만화 영화를 그리거나 제작하는 사람)에게 가해진 온라인상 집단 괴롭힘(사이버불링) 행위가 1,200건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온라인에 신원이 노출되기도 한 이 애니메이터는 가해자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넥슨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가 '협박 폭격'을 당한 여성단체도 고소장을 제출했다.

스튜디오 뿌리의 애니메이터인 피해자 A씨를 법률 대리하는 범유경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22일 "사이버불링과 협박을 일삼은 커뮤니티 이용자 등에 대해 모욕·명예훼손·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를 진행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뿌리 측은 개인 얼굴이 온라인에 노출된 상황에서 직원 보호를 위해 고소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홍보영상에서 논란이 된 장면은 A씨가 아닌 40대 남성 작가가 그린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법무법인이 집계한 가해 게시글은 1,200여 건으로, 그 숫자는 더 늘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A씨의 이름과 사진이 담긴 카카오톡 프로필을 온라인에 올리고, 이를 통해 A씨에게 '왜 읽고 답이 없냐'는 등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일부는 뿌리 사무실에 찾아가 문을 두드리거나 사무실을 무단 촬영하기도 했다. 범 변호사는 "2, 3주 정도 자료를 정리하고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9개 여성·시민단체는 11월 28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넥슨의 사과를 촉구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제공

한국여성민우회 등 9개 여성·시민단체는 11월 28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넥슨의 사과를 촉구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제공

비슷한 피해를 본 여성단체도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살인예고 △사무실로 계속 전화를 걸어오는 업무방해 △회원 행사에 찾아오겠다는 협박 등을 확인해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우회 로고를 사칭해 모금을 한 사례도 고소 대상에 포함됐다. 여성·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8일 넥슨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 회견을 전후로 온라인상에서 집단 괴롭힘이 이어졌다. 한 활동가는 "여전히 하루에 100통 가까이 욕설 담긴 전화를 받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남혐(남성 혐오) 논란에 따른 사이버불링은 게임업계에서 자주 반복되는 집단 괴롭힘이다. 2020년 전국여성노동조합(여성노조)의 집계를 보면, 성차별적 사이버불링을 경험한 디지털 콘텐츠 창작 노동자는 전체의 54.8%에 달한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이달 서울 소재 게임업체 10곳을 대상으로, 악성 유저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매뉴얼을 갖췄는지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유리 여성노조 조직국장은 "피해자 대다수가 산업안전보건법에 적용되지 않는 프리랜서 노동자라 문제가 적발될 지 미지수인데다 사이버불링이 이어지며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개인이 민형사 소송을 거는 것 외에 노동자를 보호할 강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현정 기자
장수현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