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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 "체육 활동 입시 반영 반대… 학생 선수 맞춤형 학습 지원 추진"

입력
2023.12.26 04: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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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포츠의 추락, J스포츠의 비상]
'자전거 마니아'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인터뷰
"학생 선수 온라인 학습 지원은 실효성 떨어져"
"방학 등 이용해 집중 보충 학습 등 대책 마련"
집단적 협업 능력, 단체 운동 통해 익힐 수 있어
"학교 운동장 개방에 원칙적으로 100% 공감해"
"스쿨 매니저 제도 확대로 학교 부담 덜어줘야"

편집자주

한국 스포츠, 어떻게 기억하나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크게 도약한 우리 스포츠는 국민들에게 힘과 위로를 줬습니다. 하지만 저력의 K스포츠가 위기에 섰습니다. 프로 리그가 있는 종목조차 선수가 없어 존망을 걱정합니다. 반면, 라이벌 일본은 호성적을 거두며 멀찍이 달아났습니다. 희비가 엇갈린 양국 스포츠 현실을 취재해 재도약의 해법을 찾아봤습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11일 서울 종로구 교육청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11일 서울 종로구 교육청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학교 운동부가 고립된 섬처럼 돼서는 안 됩니다. 선수가 되려는 학생과 단순히 즐기려는 학생이 함께 운동해야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조희연(67) 서울시 교육감은 자전거 마니아다. 주말에는 한강 변을 따라 40~50㎞씩 달리기한다. 그는 "궁극적으로 모든 것은 체력전"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학생들이 지금보다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고 믿는 이유다. 반대로 학교 운동부는 운동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교육을 하는 곳이 돼야 한다고 여긴다.

조 교육감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교육청 집무실에서 가진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학교의 교육 방향에 운동부 학생들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본지의 'K스포츠의 추락, J스포츠의 비상' 기획보도에서 지적한 국내 학교 체육의 문제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조 교육감은 '학생 선수들을 위한 현재의 학업 지원 프로그램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본지 지적에 동의했다. 교육당국은 경기 출전 등으로 학생이 수업에 빠지면 온라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이스쿨 등을 운영한다. 하지만 기초 학력이 높지 않은 학생 선수들이 동영상 강의만 듣고 진도를 따라잡는 건 쉽지 않다. 조 교육감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보편적 프로그램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체육하는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특화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학생 선수가 낙제점을 넘지 못하면 대회 참가가 제한되는 '최저학력제'가 시행된다. 지금까지는 중간·기말고사 점수가 기준(초등학교는 학년 평균의 50%, 중학교 40%, 고등학교 30%)에 미달해도 이스쿨로 보충 수업만 들으면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부모가 대신 온라인 수업을 들어주는 등 실효성 논란이 일자 제도를 강화한 것이다.

2018년 4월 서울 중랑스포츠클라이밍 경기장에서 열린 '제18회 서울특별시 교육감배 청소년스포츠 클라이밍대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난이도 경기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2018년 4월 서울 중랑스포츠클라이밍 경기장에서 열린 '제18회 서울특별시 교육감배 청소년스포츠 클라이밍대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난이도 경기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조 교육감은 "성적이 떨어진다고 아예 경기 출전을 막는 게 바람직한지 여부를 떠나 학생 선수들이 제도 변화에 따른 불이익을 받으면 안 된다"면서 "경기가 없는 방학 등을 이용해 운동부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보충 학습을 시켜주는 등 맞춤형 대책을 찾겠다"고 했다.

"학교 체육 활동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돼야"

조 교육감은 '학교 운동장과 체육관 등을 지역 주민과 함께 써야 한다'는 본지 지적에도 "원칙적으로 100%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방과 후 외부인이 학교 시설을 이용하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학교장에게 과도한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되며, 시설 개방에 따른 교사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의 안전 문제도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은 서울시 교육청이 올해 시범 도입한 '스쿨 매니저' 제도가 묘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교육청은 서대문·성북·은평구 등 3개 자치구와 협약을 맺어 8개 학교에 스쿨 매니저를 파견하고, 시설보험도 들 수 있게 도왔다. 비용은 교육청과 자치구가 절반씩 낸다. 스쿨 매니저는 학교 내 체육시설을 예약해 방문한 외부인의 신원을 확인하고 불법 행동을 감시한다. 조 교육감은 "내년에는 이 제도를 25개 자치구로 확대 시행하도록 추진할 것"이라면서 "시민들이 학교 시설을 깨끗하게 이용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야 개방 사업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서울 종로구 교육청 집무실에서 자전거를 만지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서울 종로구 교육청 집무실에서 자전거를 만지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조 교육감은 스포츠의 효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량이 협력적 관계에서 프로젝트를 하는 집단적 협업 능력"이라면서 "이런 역량은 단체 운동 종목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그러면서 “학교 스포츠에서는 분수 효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아이들이 운동을 직접 해볼 수 있도록 유도해, 이 가운데 특출난 아이가 선수가 되는 구조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시 교육청은 이를 위해 초중고 2,150여 개 팀에 각각 예산 280만 원과 활동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365+체육온' 사업을 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다만 '대입에 스포츠 활동을 반영하자'는 일각의 의견에는 "옛날 방식"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교과 영역을 대입에 반영하면 사교육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부작용이 늘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신 미국처럼 운동부 주장을 했다고 하면 리더십을 인정해주는 등 사회 분위기가 바뀌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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