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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눈사람 만들기

입력
2023.12.21 19:30
수정
2023.12.22 07:3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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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문제가 불통으로 눈사람처럼 커져
정치에 가려진 민생 불안 불신도 높아
골든타임 살리려면 새 소통 방식 찾아야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중랑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한파 시기 독거 어르신 가구를 방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중랑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한파 시기 독거 어르신 가구를 방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 해를 돌아보면 안타까움이 크다.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길 원했던 유권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빚이 있었다.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빚을 갚았다고 생각한다.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정권심판론이 커진 건 이들이 청산에 들어갔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지자 입장에서 정권 되찾기는 ‘서울의 봄’에 비견될 수 있다. 그것이 실망으로 변하는데도 여당과 정부는 못 본 채 놔두고, 윤심(尹心)찾기에 매달렸다. 안타까움을 더하는 건 레토릭과 봉합이 있을 뿐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 있다. 국정기조 변화에 호기인 부처와 대통령실 인사도 놓치고 있다. 역대 정권의 골든타임을 보면 집권 2, 3년 차였다. 그런데도 적임자라 말하기 어려운 회전문 인사로 국민에게 감동 대신 의아함만 던지고 있다. 축구감독이 필요한 곳에 야구감독을 배치해도 된다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지지자들이 돌아서는 이유는 정치보다 민생, 경제 문제가 크다. 정치에 가려져 있긴 하나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위기감은 맛집도 가지 않을 정도다. 이전엔 대통령이 술을 마시든 말든 ‘괜찮다’는 주변의 반응이 많았다. 이제는 ‘먹고살기도 힘든데 뭐 하느냐’고 입길에 오르내리는 게 그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문제는 경제가 나아지기 어렵고, 위기가 닥치면 타개해 내지 못할 것이란 불신이 팽배해지는 점이다. 지나치게 위기감을 키우는 게 분명하지만 그런 배경에는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상저하고만 외치면서 명확하게 진상과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당국자들 역시 불신을 키웠다.

돌아서는 지지자를 돌려세우고 리더십의 신뢰를 높이려면 소통하는 수밖에 없다. 반대만 하는 야당 책임도 없지 않지만 정책을 구현해야 하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에 비할 바 아니다. 솔직히 지금의 많은 문제들은 불통의 눈밭에서 구르고 굴러 작은 문제가 눈사람처럼 커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논란의 '김건희 여사 특검' 역시 여야 대화 단절로 국회가 기능 정지 상태에 빠지면서 사안을 키운 측면이 강하다. 여당은 방치하고 검찰은 미적대다 특검이란 입법 코스에 올려져 눈사람이 된 격이다. 우리 정부의 감세, 긴축 기조와 유사한 레이거노믹스는 미국 경제를 기사회생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레이거노믹스의 성공은 기나긴 설득이 없었다면 장담하기 어려웠다. 레이건 대통령은 두 달 넘게 백악관에서 여야 지도부와 10여 차례 만나며 대국민 설득, 대중연설까지 전방위 소통 끝에 불신과 의구심을 걷어낼 수 있었다. 윤 대통령도 이처럼 언론, 국민과 만나 듣고 설득해야 불신하며 의문을 갖는 필부필부(匹夫匹婦)에게 답이 될 것이다.

얼마전 대검 간부들과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한 이원석 검찰총장이 사법연수생 시절 ‘전두환 재판’을 방청하고 쓴 글에 ‘절차와 과정의 민주주의’를 언급한 대목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찢기고 왜곡된 법치주의를 복원시키는 정도이고,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유훈의 하나라고 그는 적었다. 굳이 절차와 과정의 존중을 말한 건, 그것이 뒤집어진 12.12 군사반란의 교훈을 새기려는 뜻이었을 것이다. 검사 입장에서 이런 법적 절차와 과정은 위법과 합법을 규정하는 선명한 틀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분법이 검찰청을 떠나 사회, 정치 현안으로 연장될 때 해법을 찾기 어려운 데 있다. 정부 3대 개혁과제인 노동 교육 연금이 회계부정, 사교육 카르텔 등 불법 문제에 자리를 내주고 논의가 중단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치 관점에서 사고하는 검찰 스타일이 빚어낸 것임은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단지 법전에서 실정법을 끄집어내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어렵다. 새 소통 방식이 아니면 길을 찾지 못한 채 날이 저물지도 모른다.


이태규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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