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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규제법, 독점 횡포 막아야 혁신도 산다

입력
2023.12.21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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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구글 본사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구글 본사 모습. AP=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대 플랫폼 기업의 횡포와 부당 행위를 막기 위해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한다. 매출액과 점유율 등을 따져 시장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 지정한 뒤 독과점 지위를 남용한 갑질이나 불공정 행위는 강력 규제하는 내용이다. 지금도 공정거래법이 있긴 하지만 소비자 피해 규모에 비하면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플랫폼 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한 뒤 수수료를 올리거나 다른 경쟁사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각종 꼼수로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친다는 지적이 나온 건 이미 오래다. 실제로 구글은 자사 앱 장터 내부결제를 강제하고 다른 장터엔 앱을 출시도 못하게 해 질타를 받았다. 카카오도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T를 운영하며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가맹 택시를 우대한 사실로 도마에 올랐다. 공정위는 두 곳에 모두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이미 경쟁사는 시장에서 퇴출된 뒤였다. 이런 사후약방문식 뒷북 제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선제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법 제정은 타당하다.

외국도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했다. 알파벳(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MS 바이트댄스(틱톡) 등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플랫폼을 통해 자사 상품과 서비스를 우대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 독일도 경쟁제한방지법(GWB)을 개정,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선 에픽게임즈가 앱 수수료 30%를 강요한 구글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겨, 결국 구글이 30여 개 주와 7억 달러 지급에 합의했다.

다만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횡포를 막는 건 마땅하나 이 과정에서 자칫 혁신의 싹마저 꺾거나 앞길이 창창한 스타트업의 발목까지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제2의 ‘타다금지법’은 곤란하다. EU 규제 대상에 EU 기업은 없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적어도 국내 기업이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 세심한 운영으로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플랫폼 독점의 폐해를 줄여야 혁신도 살고 소비자 권익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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