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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에 이어진 트럼프의 유산

입력
2023.12.21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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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오른쪽 사진)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사진)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 AFP 연합뉴스

냉전 종식 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 국제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 기본 가치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경제질서의 확대는 세계화와 상호의존도를 높이며 국제사회에 안정과 경제성장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동시에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의 부상과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역이용한 경제적 위협 가능성을 높이며 국제사회 힘의 균형에 변화도 가져왔다. 특히 최근 중국의 부상으로 미중 간 지정학적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며칠 전 참석했던 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동아시아 외교를 총괄하는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였던 수전 손턴(Susan Thornton)은 "미중 전략 경쟁의 근본적 원인은 미국의 자신감 결여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필자에게 이것은 미국이 국내 및 국외 문제를 동시에 잘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적 자신감이 결여되었다는 것으로 들린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을 불문하고 동일한 문제의식으로 보인다.

이러한 불안감을 간파하고 활용한 대표적인 인물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트럼프가 정계에 진출하기 전부터 안정적인 중산층 일자리와 세계에서의 미국의 압도적인 경제력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었는데, 이러한 불안을 부추긴 사람이 바로 트럼프인 것이다. 어쩌면 트럼프가 미국 경제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은 경제에 대한 생각의 틀 자체를 바꾼 것일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보수주의자가 자유무역주의자라는 통념을 바꿔놓았다. 트럼프는 미국 보수주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전통적 가치와 제도를 지키고, 사회 구조를 보존하며, 가족과 공동체가 번영할 수 있는 조건을 보장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관세, 인프라 투자, 그리고 필요한 경우 보조금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이 진정한 보수주의식 정책 방향이라는 인식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이민', '세계화', '작은 정부' 등 주요 이슈에 대한 공화당의 입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전통적으로 자유무역과 긴축재정을 주장하던 공화당은 트럼프 아래서 동맹국들과도 무역전쟁을 벌이고, 평시인데도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적자를 기록하는 등 변신을 거듭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트럼프의 주장과 접근이 미국 여론을 움직였고 세계화의 이점을 강조하던 바이든을 오히려 수세에 몰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산업의 해외 이전과 외국 기업과의 경쟁 등의 논점에서 공화당에 밀리고, 방어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바이든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때 스스로 부정했던 보호주의 요소를 도입했다. 바이든은 '모든 것을 미국산으로(Build America Buy America)'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연방정부의 총력을 모아 미국의 산업적, 기술적 우위를 강화하는 산업정책들을 펴고 있다.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공화 모두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회의적 태도 관련 찬반은 더 이상 미국 대선의 쟁점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내년 미국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중국과의 경쟁으로 위협받는 미국의 일자리 보호와 산업 육성을 위해서 재정적자마저 두려워하지 않는 미국을 우리는 당분간 계속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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