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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랐나"... 자율주행 택시 과속페달 밟던 GM 크루즈 '공중분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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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랐나"... 자율주행 택시 과속페달 밟던 GM 크루즈 '공중분해' 위기

입력
2023.12.16 04:30
수정
2023.12.16 07:55
8면
0 0

크루즈 "900명 해고"... 전체의 24%
보행자 덮치는 사고 낸 뒤 존립 위기

GM의 완전무인 자율주행 택시 크루즈. AFP 연합뉴스

GM의 완전무인 자율주행 택시 크루즈. AFP 연합뉴스


완전무인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 산하 크루즈가 전체 직원의 24%를 해고한다. 지난 10월 보행자를 덮치는 사고를 낸 뒤 그 여파로 최고경영자(CEO)를 자르고 핵심 임원들도 쫓아낸 데 이은 조치다. 혼란은 회사의 존립까지 위협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최초로 로보택시가 전면 허용된 지 네 달 만에, 잘나가던 업계 선도 기업이 사실상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핵심 임원 9명 자른 다음 날 대규모 해고

미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크루즈는 14일(현지시간) 전체 직원의 24%에 해당하는 약 900명을 해고하겠다고 공지했다. 법무, 대관, 운영, 안전 및 시스템 등을 담당하는 임원 9명이 무더기로 쫓겨난 지 하루 만이다. 크루즈 측은 "이 같은 변화는 '안전'을 목표로 보다 신중한 상용화 계획에 집중하기로 한 결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크루즈는 지난 8월 캘리포니아주 교통당국으로부터 샌프란시스코 시내 연중무휴 운행을 허가받았다. 24시간 무인택시 활보가 가능해진 최초의 사례였다. 그만큼 기술적으로 안정이 됐다고 당국이 판단한 셈이었다.

이후 운행 시간과 대수 등을 차츰 늘려가던 크루즈는 10월 보행자에게 큰 부상을 입히는 사고를 냈다. 한 여성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량에 치여 옆 차선으로 튕겨 나갔는데, 해당 차선에서 달려오던 크루즈가 그를 그대로 덮친 것이다. 크루즈의 브레이크는 피해자의 몸이 땅에 닿자마자 작동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차가 멈췄을 땐 이미 그가 밑에 깔린 뒤였다.

사고 직후 주정부는 크루즈의 연중무휴 주행 허가를 중지하고 사고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크루즈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영하던 로보택시 약 950대를 전량 리콜했고 △이후 공동 창업자이자 CEO였던 카일 보그트가 사임을 밝혔으며 △GM은 크루즈의 자율주행 기술 실험을 중단하고 투자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크루즈와 관련한 GM의 누적 손실은 80억 달러(약 10조3,600억 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GM의 완전무인 자율주행 택시 크루즈. 크루즈 홈페이지 캡처

GM의 완전무인 자율주행 택시 크루즈. 크루즈 홈페이지 캡처


GM, 로보택시 포기 수순... 경쟁도 주춤해질 듯

테크업계에선 사실상 GM이 자율주행 택시 사업에서 손을 떼는 수순이라 보고 있다. GM 크루즈는 구글 자회사 웨이모와 함께 로보택시 개발과 상용화를 선도해 왔는데, 최근 사고로 신뢰가 추락하며 재기가 쉽지 않아진 상황이다.

크루즈의 실패는 로보택시 상용화가 아직 이르며 캘리포니아의 운행 확대 결정이 섣불렀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로보택시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크루즈가 이탈하면서 세계 자율주행 택시 경쟁도 주춤해질 전망이다. 기업들이 빠른 상용화보다는 안전을 우선할 뿐 아니라, 각국 교통당국 역시 운행 허가 결정에 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공산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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