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번조차 받지 못한 비(非)군인 신분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산화한 호국영웅의 유해가 73년 만에 가족 품에 안겼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007년 경남 함양군 백연리 일대에서 발굴한 6·25전쟁 전사자 유해 신원을 국민방위군 소속 전순돌씨로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국민방위군은 전쟁 당시 군인 신분이 아닌 제2국민병(17~40세)으로 구성된 군사조직이다. 국민방위군의 경우 군번이 부여되지 않고 병적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아 전사자 신원 확인이 쉽지 않다.
2006년 6월 주민 제보로 수습된 고인 유해 역시 신원 확인에 난항을 겪었다. 국유단은 전사 기록과 위패 현황을 보고 유가족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탐문을 하던 끝에 2021년 11월에서야 고인의 남동생인 순복씨를 찾을 수 있었다. 이후 순복씨로부터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고인의 신원을 확인했다. 국유단은 2000년 4월 유해 발굴이 시작된 이후 국민방위군 8명을 포함, 전사자 225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전쟁 당시 국민방위군에 입대해 14단 4지대 소속으로 배치됐다. 이후 경남 산청군과 함양군 일대에서 펼쳐졌던 지리산 지구 공비토벌 작전에 투입, 북한군을 소탕하던 중 1950년 12월 27일 18세 나이로 전사했다.
국유단은 고인의 유해를 유족에게 전달하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전날 서울 중랑구 유가족 자택에서 열었다. 고인의 제수 김종희씨는 "얼굴을 본 적 없지만 혈육이 살아온 것같이 실감 난다"며 "전사자 형님이 좋은 데 갈 수 있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살았는데 그 덕에 유해를 찾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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