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쌍둥이 자녀, 시상식 대신 참석해
수상 소감 대독... “히잡은 복종의 수단”
이란 반정부 시위로 20여 년째 투옥 중
“이란 국민은 끈질김으로 장애물과 폭정을 해체할 것입니다.”
1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열린 올해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이란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51)는 이렇게 밝혔다. 다만 본인의 육성은 아니었다. 현재 감옥에 수감돼 있는 탓에, 대신 참석한 10대 쌍둥이 자녀를 통해 공개된 옥중 수상 소감이었다.
AFP통신과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시상식에는 모하마디의 17세 딸 키아나와 아들 알리가 대리 수상자로 등장했다. 이들은 8년 전 잠시 석방됐던 어머니가 다시 감옥으로 끌려가자 아버지와 함께 프랑스 파리로 망명했다. 연단에는 참석 자체가 불가능했던 모하마디를 위해 빈 의자가 하나 놓였다.
이날 모하마디는 ‘조국 이란’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드러냈다. 감옥에서 직접 쓰고, 자녀가 대독한 연설문에서 그는 “나는 중동의 여성이다. 풍요로운 문명에도 불구하고 전쟁과 테러리즘의 불길, 극단주의의 한가운데 있는 지역 출신”이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현 정권을 ‘폭압적이고 반(反)여성적인 종교 정부’라고 비난한 뒤 “정부에 의한 히잡 강제 착용은 종교적 의무도, 문화도 아니다. 사회의 권위와 복종을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모하마디는 이란 여권 신장과 반정부 시위에 앞장선 대표적 인권운동가다. 이로 인해 도합 31년의 징역형이 선고됐고, 지금까지 20여 년간 복역 중인 상태다. 지난 10월 6일 노벨위원회는 “이란 여성들에게 가해진 억압에 저항하고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쟁에 몸을 던진 투사”라면서 그를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당시 위원회는 “12월로 예정된 시상식에 참석하길 희망한다”며 이란 정부에 모하마디의 석방을 촉구했으나, 끝끝내 이란 정부는 그를 풀어주지 않았다.
이날 시상식에서 모하마디의 가족은 차디찬 감방에서 여전히 투쟁 중인 그를 향해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딸 키아나는 “어머니를 다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유와 민주주의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기에 (현 상황을) 받아들인다. 어머니는 항상 내 마음속에 있을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CNN은 “모하마디의 형량은 옥중 시위, 안보 위협, 선전 유포 등 혐의로 계속 불어나는 중”이라고 전했다. 자녀를 통해 노벨평화상 수상 소감을 밝힌 것도 선전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이란에선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당시 22세)가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후 의문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잇따랐고, 당국의 탄압에도 그 여파는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이날 오슬로 시청 밖에서도 시위 구호였던 “여성, 생명, 자유”가 여러 차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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