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가구 평균 자산 5억2727만 원
부채 9186만 원, 이자 247만 원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자산이 1년 전보다 2,000만 원 넘게 줄었다. 가구 자산이 ‘역주행’한 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계속된 고금리 여파로 가계 이자 부담은 역대 최고로 올라 가구의 삶을 팍팍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7일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가구당 평균 자산은 5억2,727만 원으로 1년 전보다 2,045만 원(3.7%) 감소했다. 자산별로 보면 금융자산은 1억2,587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3.8% 증가한 반면, 실물자산은 4억140만 원으로 5.9%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가격이 10% 하락한 탓이다.
부채는 9,186만 원으로 1년 전보다 0.2% 증가했다. 금융부채(6,694만 원)는 1.6% 줄었지만, 임대보증금(2,492만 원)은 5.3% 늘었다. 치솟은 전월세 보증금이 가구 부채 증가를 이끌었다는 뜻이다.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놓여 있는 저소득층일수록 부채 부담이 컸다.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부채(2,004만 원)는 전년 대비 22.7% 증가해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평균 4억3,540만 원으로 전년 대비 4.5% 줄었다. 순자산이 뒷걸음친 건 2013년(-0.2%)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가구의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일곱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1월 1.25%이던 금리는 같은 해 11월 3.25%까지 치솟았다. 그 여파로 가구의 평균 이자비용(247만 원)은 전년 대비 18.3% 늘었다. 통계 조사 시작 이후 최대 증가율이다.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약 68%가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만큼 고금리로 가계의 소비 활동이 얼어붙고 있다.
소득 불평등은 전체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으나, 준비되지 않은 은퇴를 맞이하게 된 노년층에선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324로 전년보다 0.005 하락한 반면, 66세 이상 은퇴연령층(0.383)에선 오히려 0.005 높아졌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 불평등이 없다는 뜻이라 은퇴 이후 소득 격차가 커진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기 회복의 온기가 취약계층에 미칠 수 있도록 고용·사회 안전망 확충 노력을 강화하고 물가 등 민생 안정에도 총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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