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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를 뒤집어 놓은 ‘오타니 강아지’… 인기가 불러온 나비효과?

입력
2023.12.05 09:00
수정
2023.12.0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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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지난달 17일,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MLB 아메리칸리그 MVP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MLB닷컴 영상 캡처

올해 세계 야구계 최고 스타는 단연 오타니 쇼헤이 선수일 겁니다. 오타니 선수는 올해 초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을 정상에 올려놓았고, 메이저리그 베이스볼(MLB) 시즌 내내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죠.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며 ‘이도류’로 불리는 오타니 선수는 투수로서는 10승5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고, 타자로서는 타율 3할4리, 44홈런, 95타점을 기록했습니다. 두 분야에서 모두 정상급 활약을 보인 만큼 MVP 수상은 예약해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결국 오타니 선수는 지난달 17일, 미국야구기자협회 투표 결과 만장일치로 MLB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상(MVP)를 수상했습니다. 그는 2021 시즌에도 만장일치로 MVP를 수상했는데요. 이처럼 2회 이상 만장일치로 MVP에 선정된 사례는 MLB 역사상 오타니 선수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최대 스타인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반려견과 함께 수상을 자축하고 있다. MLB닷컴 영상 캡처

그런데, 이 역사적인 날의 주인공은 오타니 선수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MVP 시상 인터뷰에서 오타니 선수는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자신의 집에서 수상 소감을 밝혔는데요. 이날 오타니 선수는 수상자로 호명되자 반려견과 함께 하이파이브를 하며 자축하기도 했습니다. 화면으로 중계되는 내내 반려견은 오타니 선수의 지시어를 따라 ‘앉아’, ‘손’ 등을 완벽히 해내기도 했습니다. 오타니 선수는 그런 반려견을 꼭 안아주며 뽀뽀해 주기도 했죠. MLB닷컴은 이 모습을 전하는 글 제목을 “오타니의 반려견이 진짜 MVP다”라고 정할 정도였습니다.

이처럼 반려견과의 단란한 모습이 전해지며 미국 현지는 물론이고 오타니 선수의 고국인 일본에서도 반려견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 강아지의 이름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강아지도 오타니 선수가 후원받는 한 의류 브랜드의 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오타니 선수가 직접 키우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일본 매체 ‘풀카운트’는 전했습니다. 또한 ‘스포니치 아넥스’는 “지난 9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이후 반려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습니다.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이 개의 품종만큼은 널리 알려졌습니다. 네덜란드가 고향으로 전해지는 ‘쿠이커혼제’(Kooikerhondje)라는 품종이라고 합니다. 국제반려견연맹(FCI)에 따르면 쿠이커혼제는 오리 사냥에 동원됐다고 하는데요. 네덜란드에서는 오리를 사냥하기 위해 만든 인공 호수를 ‘엔덴쿠이’(Eendenkooi)라 불렀고, 이 사냥꾼들을 ‘쿠이커’(Kooiker)라 불렀습니다. 즉, 쿠이커혼제란 사냥꾼들의 개(Hondje)라는 뜻이죠. 이 개는 꼬리를 흔들며 오리를 유인하는 미끼 역할을 주로 했다고 하는데요. 보통 38cm~40cm 정도의 체고를 가지고 10kg 초반 안팎의 소형견이라고 합니다.

쿠이커혼제는 네덜란드의 사냥개로, 긴 꼬리를 흔들며 오리를 유인하는 역할을 해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사실 쿠이커혼제라는 품종을 생소하게 느낄 분들은 많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소셜 미디어 해시태그를 통해 400건 정도의 게시글만 확인될 정도로 키우는 보호자가 많지 않습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로, 2022년 한해 동안 등록된 반려견이 155마리에 그칠 정도라고 하네요. 일본애견협회는 오타니 선수가 반려견과 인터뷰에 모습을 드러낸 당일, 이 개에 대해 묻는 전화를 50통 넘게 받았다고 합니다. 일본애견협회 관계자는 “희귀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보기 드문 품종인 것은 맞다”며 최근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에 대해 “예전에 본 적이 없었던 현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폭발적인 관심이 오타니 선수의 유명세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씁쓸한 이야기도 오가는 게 현실입니다. 유명인이나 유명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반짝 관심을 받는 품종견이 유행을 타다가 이 개들이 모두 유기견으로 전락해버리는 현실을 수차례 목격해왔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후반 한 예능프로그램에 ‘상근이’라는 이름으로 유명세를 탄 그레이트 피레네즈 품종의 대형견은 최근에는 유기동물보호소나 길거리를 떠도는 들개로 더 잘 알려질 정도입니다.

미디어나 유명인으로 인해 동물을 데려오게 된다는 사실을 또 한 가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펫숍의 ‘스타 마케팅’입니다. 상당수 펫숍들은 유명인에게 반려동물을 분양했다는 사실을 홍보에 적극 활용합니다. 한 펫숍에서는 아이돌 가수를 비롯해 방송인, 스포츠 스타 등의 사진과 사인이 내걸려 있습니다.

국내 한 펫숍 프랜차이즈의 홈페이지의 모습. 유명 연예인의 사진과 사인을 게재하며 스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최근에는 물론 펫숍을 통한 분양을 지양하는 여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KB경영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유기동물 입양 비율은 2021년 15.5%에서 19.9%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20~30대의 경우 유기동물 입양 비율이 23%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펫숍을 통한 입양은 여전히 높은 편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펫숍을 통한 분양을 받은 사례는 23.1%로 유기동물 입양보다는 높은 편입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진행한 ‘2022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펫숍에서 분양받은 비율은 24.1%로 나타났으며 지자체 및 민간 동물보호소 입양은 7.5%에 그쳤습니다. 아직까지 펫숍 분양이 공고한 현실에서 유명인을 통한 마케팅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동물복지 전문가들은 이처럼 ‘수요에 따른 공급’ 방식으로 동물 판매가 지속될 경우 동물복지를 크게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동그람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현행 제도는 동물 한 마리가 임신하고 출산하는 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며 “사실상 대량 사육을 용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번식장 소유주가 마음만 먹으면 유행하는 품종견을 계속 낳도록 해 팔 수 있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동물 개체 수가 늘어나고, 어미 개는 출산을 반복하면 번식장 동물들의 건강은 자연스레 악화될 수 있습니다.

특정 품종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이 수요를 맞추기 위한 공급은 자연스레 열악한 '강아지 공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물론 오타니 선수가 의도적으로 반려견을 노출시킨 것은 아닙니다. 일본애견협회에서도 이처럼 과도한 관심을 경계하는 분위기입니다. 일본애견협회는 “강아지 판매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등록된 자에게서만 구매해야 한다”며 “무리하게 번식하는 건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강아지마다 성격이 다른 점, 그리고 사육하는 데 적잖은 비용이 드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10~15년 이상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점도 기억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무엇보다 오타니 선수는 잠깐의 호기심으로 지금의 반려견을 키우는 게 아닙니다. 오타니 선수는 청소년기에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이 있었습니다. ‘에이스’라는 이름의 이 반려견은 오타니 선수가 일본 프로야구 선수였던 2017년 7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시즌이 끝난 뒤 미국 진출을 선언하는 날을 에이스의 생일인 11월 11일로 잡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오타니 선수는 에이스를 기억하는 말을 남겼습니다.


오늘이 에이스의 생일이다. 살아 있으면 16세가 되는 날이다. 그 친구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오타니 쇼헤이, 2017년 11월 11일 기자회견에서

적어도 오타니 선수처럼 반려견을 가슴 깊이 묻어둘 사람이어야만 반려생활을 시작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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