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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인 줄 알았는데 새출발 족쇄였어요"... '문신 청소년' 눈물 닦는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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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인 줄 알았는데 새출발 족쇄였어요"... '문신 청소년' 눈물 닦는 지자체

입력
2023.12.05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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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이씨가 팔에 새겨진 그림 문신을 내보이고 있다. 김나연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이씨가 팔에 새겨진 그림 문신을 내보이고 있다. 김나연 기자

이모(23)씨의 양팔과 얼굴엔 십자가, 비행기, 로켓 등 2년 전부터 하나둘 새겨 넣은 컬러 '문신(타투)'이 있다. 고교를 자퇴한 뒤 헛헛한 마음을 추스르기 어렵던 차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를 보고 큰 고민 없이 시술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만족감은 불안감으로 변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교정직 공무원'에 도전하려 했지만, 면접 등 채용 과정에서 문신이 불리할 수 있다는 말이 숱하게 들려왔다. 수백만 원이나 되는 문신제거 비용은 직업이 없던 그에게 언감생심이었다.

최근 들어 문신에 대한 편견은 많이 사라졌다. 아직 합법화는 안 됐어도 패션과 자기만족을 위해 시술을 받는 젊은이가 적지 않다. 그러나 청소년이나 20대 초반 청년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대개 호기심에, 또 우정의 상징으로 덜컥 문신을 했다가 이씨처럼 진로 선택 등 사회생활을 앞두고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시술할 때야 몇십만 원이 고작이지만, 정작 지우려면 많으면 10번 넘게, 수백만 원은 족히 들여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으로 고1 때 목과 손등, 손목에 문신을 했던 나모(18)군은 4일 "문신이 있어 취업 면접에서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털어놨다. 작은 문신인데도 제거 비용은 77만 원에 달했다. 미성년자 문신에 관한 제도적 규제도 없어 요즘 같은 입시철이면 불법 시술을 내건 SNS 광고가 판친다.

법의 사각지대 속에서 실수를 바로잡지 못해 고민하는 청년들을 보듬는 당국의 노력은 그래서 중요하다. 모범 사례도 있다. 지자체 유일의 문신 제거 지원 사업 '클린핸즈'를 운영하는 서울 관악구청은 올 들어 위기 청소년 4명의 문신을 없애줬다. 정부기관인 경찰청이 한 해 11명을 지원한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인원이다. 이씨도 관악구청으로부터 최근 22만 원 상당의 얼굴 문신 제거술 비용을 지원받았고, 내년엔 프로그램에 참여해 컬러 문신도 없앨 예정이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도움을 받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씨에겐 얼굴과 양팔에 문신이 있었지만, 오른쪽 눈가에 있던 십자가 모양 흑백 문신은 지자체의 도움으로 말끔하게 지웠다. 김나연 기자

이씨에겐 얼굴과 양팔에 문신이 있었지만, 오른쪽 눈가에 있던 십자가 모양 흑백 문신은 지자체의 도움으로 말끔하게 지웠다. 김나연 기자

경찰과 지자체의 협업도 문신 탓에 좌절하는 이들을 발굴하는 데 효과적이다. 범죄 피해자였던 A(19)양은 후유증에 시달리다 마음을 다잡고 사회로 진출하려 했지만, 문신이 발목을 잡았다. 다행히 A양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관이 나서 관악구청과 그를 연결했다.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원활한 사회 복귀 방법을 찾다가 지자체와의 협력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직 수혜 대상이 적어 "꼭 필요한 정책이냐"고 힐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한때의 잘못된 선택을 극복하고 청년들을 사회 일원으로 연착륙하게 하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문신을 한 청소년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범죄 피해자인 경우가 많아 자립을 더욱 어려워한다"면서 "문신 제거 지원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게끔 사회가 도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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