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양치질하는데 얼굴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입력
2023.12.03 09:20
20면
0 0

[건강이 최고] 삼차신경통, 5번째 뇌신경이 혈관에 눌리면서 극심한 통증 유발

얼굴 부위에 극심한 통증이 생기는 삼차신경통은 중년과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게티이미지뱅크

얼굴 부위에 극심한 통증이 생기는 삼차신경통은 중년과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게티이미지뱅크

“세수나 양치질, 물을 마실 때, 식사나 대화하거나 화장할 때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하는데 갑자기 얼굴 한쪽을 송곳으로 찌르거나 감전된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이 10초~2분가량 생겨요.” 극심한 얼굴 통증에 시달리는 삼차신경통 환자들의 하소연이다.

삼차신경통은 뇌에서 나오는 12개의 신경 가운데 5번째 신경(얼굴·입 등 지각 기능과 저작근(咀嚼筋) 운동 기능 담당)이 혈관에 눌리면서 극심한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5번째 뇌신경이 세 가닥으로 갈라져 각각 이마·눈 주위, 광대뼈 주변, 턱 주변의 감각과 통증을 전달하는데, 이들 세 가닥에서 만성 통증이 발생하기에 ‘삼차신경통(三叉神經痛)’으로 명명됐다. 삼차신경통 통증은 통증 평가 척도인 ‘바스(VAS) 스코어’에서 10점으로, 산통(産痛·8~9점)보다 더 심하다.

최은주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삼차신경통 환자 가운데 통증을 치과 문제로 여겨 치과에서 오랫동안 치료받아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아 마취통증의학과나 신경과, 신경외과 등을 찾기도 한다”고 했다.

일반 치통은 하루 종일 통증이 생기고, 얼굴 전체가 욱신거린다. 반면 삼차신경통 통증은 1~2분간 간헐적으로 발생하며, 얼굴 한쪽에만 나타난다. 또한 치통은 그 원인을 없애지 않으면 몇 년간 지속되기도 하지만 삼차신경통 통증은 갑자기 몇 주간, 길게는 몇 년간 없어지기도 한다(통증 휴지기).

삼차신경통의 주원인은 노화 때문이다. 나이 들면서 혈관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때 뇌혈관이 신경 가닥을 압박해 발생한다. 10만 명당 20~40명에게 나타나며, 50~60대 여성 환자가 가장 많다. 삼차신경통으로 지난해 진료받은 환자의 69.4%가 여성이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삼차신경통은 뇌혈관과 뇌신경을 모두 볼 수 있는 뇌혈관 자기공명영상(MRA) 검사로 알 수 있다. 비슷한 질환으로 ‘반측성 안면 경련’이 있는데, 다른 뇌신경인 안면신경(얼굴 움직임을 관장함)에도 혈관이 닿으면 주로 눈 밑에서 시작되는 얼굴 떨림 현상이 나타난다.

삼차신경통으로 진단되면 우선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항경련제로 증상이 대부분 완화돼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호전된다.

항경련제를 오래 복용하면 내성이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만, 혈액검사를 포함한 정기적인 모니터링으로 적절히 대처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하면 약물 내성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약물 치료로 극심한 통증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신경차단술을 진행한다. 신경차단술이라는 용어 때문에 신경을 자르는 것으로 여겨 겁내는 환자도 있지만 신경 주변에 약을 투입해 과도하게 활성화된 신경을 완화하는 치료법이다.

이 밖에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에 고주파를 흘려보내는 ‘고주파 치료’나 귀 뒤를 4~5㎝ 정도 절개해 삼차신경과 혈관 사이에 완충재(테플론)를 넣어 혈관에서 오는 자극을 줄여주는 ‘미세혈관감압술’을 고려할 수 있다.

박봉진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미세혈관감압술을 시행하면 80~90% 정도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며 “수술 후 치료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 환자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했다.

미세혈관감압술을 시행할 때 테플론을 삽입하지 않고도 신경을 압박하는 혈관을 분리하는 전이 수술도 이뤄지고 있다. 손병철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이 같은 수술을 250건 넘게 시행해 약물·주사 치료로 조절되지 않는 삼차신경통 환자의 예후(치료 경과)를 높이고 있다.

삼차신경통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약물로 잘 조절되다가도 악화할 수 있고, 수술해도 재발하기도 한다. 최은주 교수는 “하지만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증명된 치료법이 여럿 있고, 효과도 좋으므로 포기하지 말고 개인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