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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공장 지대 남겨진 떠돌이개들에게도 희망이 올까요

입력
2023.11.30 09: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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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 파고들어 피투성이 된 떠돌이개 구하려 주민들 합심
떠돌이개 포획-살처분만이 능사 아냐... 중성화-방사도 대안


경기 김포시의 한 야산에서 재개발 이후 보호자들이 남기고 간 개들이 시민들의 돌봄 속에 지내고 있다. 묶여 있는 개 옆에 떠돌이개들도 함께 있는 모습. 동물구조119는 이들을 중성화한 다음 제자리에 방사했다. 동물구조119 제공

경기 김포시의 한 야산에서 재개발 이후 보호자들이 남기고 간 개들이 시민들의 돌봄 속에 지내고 있다. 묶여 있는 개 옆에 떠돌이개들도 함께 있는 모습. 동물구조119는 이들을 중성화한 다음 제자리에 방사했다. 동물구조119 제공

경기 김포시의 한 공장지대 재개발 지역. 사람들은 떠났고 개들은 남겨졌다. 개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야산과 마을을 떠돌며 밥을 얻어먹는 것뿐이었다. 이 와중에 새끼들은 끊임없이 태어났다. 이 같은 삶도 오래 지속되지는 못한다. 개들은 누군가에게는 연민의 대상이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공포의 대상, 지저분한 동물일 뿐이다. 시민들의 신고로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포획돼 보호소로 들어간다면 이들을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다. 떠돌이개, 이른바 '들개'에 대한 유일한 정책인 '포획-살처분' 이외에 다른 방안은 없을까.

이달 6일 동물구조단체 동물구조119가 김포시 재개발 지역 떠돌이개들을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현장을 찾았다. 낮은 야산의 파란색 컨테이너 옆 간이로 만든 지붕 밑에 개 네 마리가 묶여 있었다. 보호자가 이사를 가면서 남기고 간 개들이다. 개들은 낯선 사람들의 방문에 경계심을 보였지만 캔 사료와 간식을 건네자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개에게 밥을 챙겨주는 시민이 포획에 도움을 주기로 했으나 이날 결국 나타나지 않아 활동가들은 무리한 포획을 포기했다. 대신 순한 성격의 개 한 마리를 포획하는 데 성공, 중성화 수술을 위해 동물병원으로 보냈다.

동물구조119, 5년 전부터 떠돌이개 '포획-중성화-방사' 시도

경기 김포시의 한 재개발 지역 야산에서 재개발 이후 남겨진 개들이 시민들의 돌봄 속에 지내고 있는 모습. 고은경 기자

경기 김포시의 한 재개발 지역 야산에서 재개발 이후 남겨진 개들이 시민들의 돌봄 속에 지내고 있는 모습. 고은경 기자

동물구조119가 이곳을 발견하게 된 계기는 이달 1일 김포 시민으로부터 조여오는 목줄이 파고들어 피투성이가 된 떠돌이개를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서다. 임영기 동물구조119 대표는 떠돌이개들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는 한 음식점 주변에 포획틀을 설치했다가 개가 나타나지 않자 개들이 많이 모인다는 곳 주변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이후 개의 동선을 쫓던 중 컨테이너 옆 공간에 묶인 개들을 발견한 것이다. 알고 보니 목줄이 조여오는 개를 포함, 다른 떠돌이개들도 이곳에서 밥을 나눠먹고 있었다.

임 대표는 묶인 개들을 포함한 10여 마리 가운데 순차적으로 총 7마리를 포획해 중성화를 시킨 뒤 다시 제자리에 풀어주었다. 이는 주위에서 개들의 치료를 돕고 밥을 챙겨주는 시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목줄이 조여오던 개 역시 치료 후 방사됐다. '꼬맹이'라는 이름도 생겼다. 꼬맹이의 포획을 요청하고, 치료비를 부담한 김루원(38)씨는 "실제로 피투성이가 된 개의 모습을 보니 무작정 도와주고 싶었다"며 "지역 주민들이 지자체에 신고하면 안락사될 걸 알기 때문에 힘을 합쳐 개들을 챙기고 있다"고 했다.

목줄이 조여와 피투성이가 된 채 돌아다니던 개가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동물구조119 제공

목줄이 조여와 피투성이가 된 채 돌아다니던 개가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동물구조119 제공

임 대표는 5년 전부터 떠돌이개들이 보호소에서 바로 안락사되는 현실을 막기 위해 개들을 포획해 중성화하고 다시 제자리에 방사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임 대표는 "특히 떠돌이개들이 낳은 새끼들은 보호소에 들어와 그대로 안락사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불쌍한 유기견을 왜 다시 풀어주냐는 항의도 많았지만 이제는 중성화 후 방사를 위해 포획을 요청하는 시민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가 발표한 '2021년 유실·유기동물 보고서'를 보면 보호소에 들어온 개 8만4,136건 가운데 1세 미만(53.5%)이 가장 많았고, 이들이 보호소 내에서 죽은 비율은 절반 가까이(48.5%) 됐다.

동물단체들 "떠돌이개, 포획-살처분만이 능사 아냐"

동물단체들은 떠돌이개라고 해서 죽이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2021년 서울시 민관협력 사업으로 이른바 '들개'의 포획 구조 및 사회화 활동을 한 결과 4개월령을 초과한 개들은 사회화 훈련 과정에 긴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4개월령 미만은 사회화를 통해 입양을 보내고, 4개월령 이상은 중성화 이후 제자리 방사를 하는 시범사업의 필요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해 품종견과 비품종견의 유실∙유기동물 발생 현황.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해 품종견과 비품종견의 유실∙유기동물 발생 현황. 동물자유연대 제공


경기 파주시에서 방치된 채 길러지는 개들. 올해에만 252건의 유기동물이 발생했는데 이 중 60%가 보호소 내에서 안락사됐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경기 파주시에서 방치된 채 길러지는 개들. 올해에만 252건의 유기동물이 발생했는데 이 중 60%가 보호소 내에서 안락사됐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는 논산 시보호소를 운영해 본 결과, 떠돌이개들을 덜 죽이고 사람들과의 공존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길고양이 중성화(TNR) 못지않게 떠돌이개의 TNR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떠돌이개라고 해서 다 같은 개들이 아니다"라며 "시민들과 협조를 통해 시민들로부터 돌봄을 받거나, 사람을 잘 따르는 개들부터 중성화 후 방사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떠돌이개를 양산하지 않도록 방치해서 키우는 마당개를 줄이고, 이들을 중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미금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 대표는 "떠돌이개의 중성화 및 방사는 시민들과의 공존, 떠돌이개 삶의 복지를 고려했을 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는 맞다"면서 "마당개 중성화부터 철저히 하고 제대로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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