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재택근무와 출산율 제고

입력
2023.11.29 00:00
26면
0 0

눈에 띄게 증가한 30대 여성 고용률
재택근무의 긍정적 효과도 주목해야
가사노동의 적절한 분담도 이뤄져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고용통계의 뚜렷한 특징은 30대 여성 고용률 증가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이 그려온 M자형 곡선에서 하강하는 부분, 즉 경력단절의 깊은 골짜기를 만들어 온 바로 그 집단이다. 이들이 이번에는 전체 고용률 증가를 견인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제 30대 여성들은 '돌봄을 위해 경력을 포기하는 사람들'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중 미혼 여성들이 고용률 증가를 주도했다. 경력 유지를 열망하는 이들은 가족 만들기를 주저한다. 독박 돌봄과 차별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그러는 중에도 어떤 이들은 일과 가족이 공존할 방법은 없을지 고심할 것이다. 누군가 이 방법을 구체화할 수만 있다면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사회혁신가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통계가 있다. 팬데믹 초기, '뉴노멀'을 주도할 변화라며 언론이 앞다투어 보도했던 재택근무에 관한 것이다. 팬데믹은 확실히 전통적 근무방식을 흔드는 데 기여했다. 시차출퇴근, 재택근무 등을 통칭하는 '유연근무' 제도의 2023년 8월 사용 비율(15.6%)은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년 전 (16.8%)에 비해 살짝 하락했지만,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비해서는 약 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유연근무 유형 중 팬데믹 시기 가장 주목을 받았던 재택근무의 활용 비율은 2023년 8월 기준 임금 노동자의 3.1%에 불과하다. 2019년 0.5%로부터는 증가했지만 2021년 5.4%에 비해서는 꽤 낮아졌다.

한국에서 재택근무는 여전히 소수만 활용 가능한 제도다. 팬데믹을 거치며 주중 며칠은 원격으로 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넓게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여러 나라들과 대비된다.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의 몇몇 국가는 재택근무 요청권을 법제화하는데 이르렀다. 최근 한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 따르면 경제가 발전한 나라의 경우 노동시간의 28~30% 정도는 원격근무를 해도 생산성 손실이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런 결과도 한국 기업들에서 반향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

생산성 손실 없는 재택근무를 위해서는 기술적 뒷받침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조직 내 사회적 자원과 관계의 성숙도다. 위계적 통제에 기반한 일터에서는 애당초 재택근무를 도입하기 어렵다. 구성원이 일의 수행 과정과 결과에 참여하고 함께 책임지는 '참여적 팀 기반' 작업 조직이어야 재택근무가 무리 없이 유지될 수 있다. 또한 경영진과 노동자 사이에 신뢰가 없으면, 재택 노동자들은 '논다'는 인식을 떨치기 어렵다. 그나마 여유가 있는 기업들은 직원 복지 차원으로 재택근무를 최소한의 수준으로 유지하겠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재택근무를 명목상으로만 유지하는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이 문제는 일터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것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사정, 특히 자녀 돌봄 부담을 진 여성들의 사정이다. 재택근무가 '워라밸'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다. 부부가 함께 적절히 사용할 수 있다면 둘 다의 경력 유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한쪽이 돌봄을 주로 떠안는 경우라면, 일과 생활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양쪽 모두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진다. 많은 여성들이 재택근무를 하면 가족들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자신은 더 많은 일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들이 잠을 줄여가며 성과를 유지하려 고군분투할수록 이들을 보고 있는 후배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게 된다.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 경력 유지에 대한 열망 증가는 한국사회 전환의 중요한 축이다. 다른 한편, 다양성을 지원하는 유연한 근무 방식과 노사 간 신뢰와 소통, 참여에 기반한 일터는 남녀를 떠나 누구나 원하는 변화이며 조직에도 꼭 필요한 혁신 과제다. 그렇다면, 변해야 할 것은 누구일까?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