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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돌팔이 의학 동영상' 보다 못해... 의학정보 스타트업 창업한 의사 황보율 위뉴 대표

입력
2023.11.29 05:00
수정
2023.11.30 13:5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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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참여해 생활 속 의료 정보 2000여 편 제공
국립암센터 내과 전문의로 일하며 사업 구상

인터넷에서 마약, 폭력 등 범죄 관련 게시물 못지않게 문제가 되는 것이 잘못된 의학 정보다. 잘못된 의학 정보는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국립암센터의 강은교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회수 1만 건 이상의 폐암 관련 유튜브 영상 171개를 분석한 결과 내용에 문제 있는 영상이 78개(45.6%)였다. 78개 중 51개(65.4%)는 잘못된 치료법이나 예방법을 소개했다. 문제는 그릇된 정보를 담은 영상의 평균 조회수가 20만8,200회로 다른 영상의 13만2,600회보다 많았다.

오죽하면 유튜브는 지난 8월 잘못된 의학 정보의 폐해가 크다고 보고 문제 영상들을 삭제하기로 했다. 유튜브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암 환자들이 유튜브에서 치료 방법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황보율(42) 대표는 인터넷에 넘쳐나는 잘못된 의학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2021년 신생기업(스타트업) 위뉴를 창업했다. 위뉴는 믿을 만한 의학 정보를 카드 뉴스나 영상 등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로 제공하는 의학 정보 스타트업이다. 현직 의사들이 콘텐츠 제작에 참여해 정보의 신뢰성을 높였다. 황보 대표도 국립암센터 의사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그를 만나 창업 배경을 들어봤다.

황보율 위뉴 대표가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각종 의학 정보를 모아 놓은 '위뉴닷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뉴닷컴은 의사들의 자문을 거쳐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궁금해하는 각종 의학 정보를 제공한다. 윤서영 인턴기자

황보율 위뉴 대표가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각종 의학 정보를 모아 놓은 '위뉴닷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뉴닷컴은 의사들의 자문을 거쳐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궁금해하는 각종 의학 정보를 제공한다. 윤서영 인턴기자


국립암센터 의사에서 창업가로 변신

서울대 의대에서 박사 과정까지 마친 황보 대표는 2014년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에서 일하다가 이듬해 국립암센터의 갑상선암센터로 옮겼다. 그는 진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정보전산팀장과 인공지능(AI) 사업팀장을 겸하고 있다. 그만큼 정보기술(IT)과 데이터를 다루는 일에 관심이 많다. "의대 시절 독학해 홈페이지를 만들었어요. 지금은 LG CNS의 의료 데이터 사업 자문 활동 등을 하고 있죠."

오래전부터 그는 의료 데이터를 다루는 사업을 꿈꿨다. "진료를 하면서 의료 데이터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병원에서 IT 관련 다양한 연구를 하지만 이를 사업화하는 것은 기업이죠."

가짜 의료 정보도 창업을 결심하는 데 한몫했다. "인터넷 시대에 정보가 넘쳐 나면서 의료진이나 환자 모두 가짜 정보 때문에 힘들어해요. 넘쳐나는 잘못된 정보 때문에 거짓을 진실로 알고 잘못 전달하는 AI의 환각 오류가 더 심해질 수 있어요."

이런 문제는 일반인이 인터넷에 올라온 의학 정보의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발생한다. 그래서 전문가인 의사들이 참여해서 잘못된 의료 정보를 바로잡는 사업을 기획했고 국립암센터 동의 아래 2021년 현재 회사를 창업해 분사했다. "국립암센터가 회사의 일부 지분을 갖고 있어요."

'0차 의료기관'을 만들다

위뉴는 두 가지 일을 한다. 우선 홈페이지 위뉴닷컴(www.weknew.com)에 각종 의학정보를 일반인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카드 뉴스와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어 올린다. 예를 들어 '임산부가 커피 마셔도 되나' '체중 조절 잘못하면 생리통 심해지나' '탄산음료 마시고 바로 양치질하면 해로운가' 등 사람들이 생활하며 겪을 만한 주제부터 '고혈당 원인과 증상' '바이오 빅데이터 산업' 등 전문적인 내용까지 다룬다.

두 번째로 여러 기업과 각종 단체의 의뢰를 받아 필요한 의학 정보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는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한다. 유튜브에 올라온 대한신장학회, 대한당뇨병학회 영상들이 대표적이다. 이 영상들을 보면 위뉴에서 제작했다는 표시가 있다.

이런 정보들은 병원에서 의사를 만나도 얻기 힘들다. "의사들은 짧은 진료 시간 동안 중요 내용을 빨리 전달하고 다음 환자를 받아야 해서 주변 정보를 자세하게 전달하기 힘들어요."

물론 의사들이 의학 정보 콘텐츠를 만들어 네이버 지식인이나 유튜브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환자가 많은 의사들은 바빠서 네이버에 글을 쓰거나 유튜브 영상을 만들 겨를이 없어요. 또 유튜브 영상 등으로 인기를 끌려는 일부 '쇼 닥터'에 대한 의사들의 반감이 커요. 일부 쇼 닥터 영상 중에서는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 있어요. 그리고 의사들이 어렵게 쓴 글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문제가 있죠. 그렇다 보니 잘못된 정보를 올려 돈 버는 사람들이 등장해요."

그런 점에서 황보 대표는 위뉴닷컴을 '0차 의료기관'이라고 표현한다. "1차 의료기관보다 앞서 정보를 전달하는 곳이라는 의미죠. 의사들도 진료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서 기본 정보를 공부하고 오는 환자들을 좋아해요. 그래서 의사들도 콘텐츠 제작에 많이 협조해요."

이런 정보 가운데 일부는 상을 받으며 진가를 인정받았다. 이들이 결핵 퇴치를 위해 만든 콘텐츠는 대한결핵협회와 건강관리 기업 비아트리스코리아 함께 진행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결핵은 전 세계에서 매년 1,000만 명이 걸리고 그중 150만 명이 사망하는 심각한 감염병이에요. 우리나라도 지난해 결핵환자가 2만 명을 넘었어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 1위, 사망률 3위예요. 따라서 결핵 예방과 퇴치를 위해 바른 정보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죠. 특히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 가운데 생활환경이 좋지 않아 결핵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사람들을 위해 다국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죠."

위뉴닷컴에 올라온 각종 의학 정보 콘텐츠들. 위뉴 제공

위뉴닷컴에 올라온 각종 의학 정보 콘텐츠들. 위뉴 제공


의사 120명이 내용 검수

위뉴 콘텐츠는 특이하게 질문형 제목이 많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궁금해야 답을 찾아요. 위뉴는 사람들이 궁금해서 질문을 하게 만드는 곳이죠. 의료 행위도 자발적 동기부여가 중요해요. 주입식으로 의학 정보를 전달하면 실패해요. 사람들이 궁금증을 갖고 답을 찾아야 건강한 습관을 갖기 위해 노력해요. 그래서 이용자의 질문을 대신하는 것처럼 콘텐츠를 만들어요."

이를 위해 전체 직원 21명 가운데 작가가 여러 명 있다. 이들은 자문 의사단의 검수를 거쳐 콘텐츠를 만든다. "120여 명의 의대 교수와 전문의로 구성된 자문 의사단을 운영해요. 이들이 여러 번 내용을 검수하죠. 검증 시스템이 없으면 지식 콘텐츠의 품질을 유지하기 힘들어요."

그뿐만 아니라 각종 의학회도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다. "대한당뇨병학회, 뇌졸중학회, 혈액학회, 호흡기학회 등을 비롯해 가천대 길병원, 경희의과학연구원, 충북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세종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인하대병원 등과 제휴를 맺고 콘텐츠를 만들죠."

이렇게 만든 의학 콘텐츠가 2,000편에 이른다. "제작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월 150개씩 만들어요. 콘텐츠들은 만성 질환, 건강 생활, 소아, 여성, 암 정보 등 다양한 분야별로 찾을 수 있어요."

콘텐츠 제작을 빠르고 쉽게 하기 위해 콘텐츠관리시스템(CMS)도 자체 개발했다. "CMS는 콘텐츠 제작과 이용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능이 들어 있어요. 이를 통해 이용자마다 각각 다른 필요한 내용을 맞춤형 콘텐츠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국립암센터에서 의사로 일하는 황보율 위뉴 대표는 의료 데이터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회사를 창업했다. 그는 바쁜 진료 시간에 쫓겨 의사들이 전달하지 못하는 건강 관련 정보를 제공해 환자와 의료계 모두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다. 윤서영 인턴기자

국립암센터에서 의사로 일하는 황보율 위뉴 대표는 의료 데이터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회사를 창업했다. 그는 바쁜 진료 시간에 쫓겨 의사들이 전달하지 못하는 건강 관련 정보를 제공해 환자와 의료계 모두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다. 윤서영 인턴기자


6개국어로 해외 진출 준비

일반인의 이용은 무료다. 매출은 기업들에 판매하는 전문 콘텐츠로 올린다. "건강사업을 하는 기업들과 이용자 확보나 직원 복지를 위해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기업들에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고 돈을 받죠."

B2B로 매출을 올리기 때문에 개인을 대상(B2C)으로 한 홈페이지의 이용자 숫자를 집계하지 않는다. "B2B가 주요 사업이어서 일부러 이용자 숫자를 추적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B2B 사업이 커지면서 올라가는 콘텐츠 열람 횟수죠. 열람 횟수는 공개하지 않아요."

매출도 비공개다. "지난해보다 올해 많이 늘었어요. 지식 서비스를 원하는 기업이 많아 꾸준히 매출이 발생하고 있어요. 그래서 투자를 한 번도 받지 않았죠." 아직까지 적자이지만 내년에 흑자 전환을 예상한다. "올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업 확대를 위해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위뉴닷컴의 해외판을 준비 중입니다. 내년에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영어 일본어 등 6개 국어로 제공할 예정이죠. 의학 지식은 전 세계 공통이어서 내용이 달라지지 않아요. 그만큼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죠."

여기에 AI 또한 도입 예정이다. "콘텐츠 제작에 AI를 활용하고 '챗GPT'처럼 대화형 AI로 이용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싶어요. 궁극적으로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AI가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죠."

의사를 겸하며 사업하는 것이 힘들 수 있는데 황 대표는 이를 즐겁게 받아들인다. "의사를 해야만 할 수 있는 사업이죠.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알려면 진료 현장에 있어야 해요. 그래야 의료계 내부의 고민도 알 수 있어요."

황보 대표의 개인적인 목표도 회사 목표와 같다. "국민들의 건강한 삶이죠. 그러기 위해서 사람들이 불필요한 정보에 돈을 쓰고 건강을 해치는 것을 막아야죠.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수록 위뉴도 세계적 기업이 될 수 있어요."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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