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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돈 시장 “사당 같은 ’언터처블’ 독립기념관, 백범도 싫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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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돈 시장 “사당 같은 ’언터처블’ 독립기념관, 백범도 싫어할 것”

입력
2023.11.28 04:30
수정
2023.11.2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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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머드축제 산파, 천안춤축제도 대박
독립기념관서 K-컬처박람회 '신선 충격'
이번에 축구메카 꿈꾸며 축구시설 건립
16개 산업단지 동시 개발중 "완판 자신"

박상돈 천안시장이 24일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문화, 스포츠 도시로서의 경쟁력 을 키우기 위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천안시 제공

박상돈 천안시장이 24일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문화, 스포츠 도시로서의 경쟁력 을 키우기 위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천안시 제공

독립기념관을 품은 충남 천안은 애국 충절의 도시다. 순국선열의 희생을 기록한 독립기념관은 엄숙과 경건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붙는 공간. 그러나 이곳에선 지난 8월 11~15일 춤과 노래 공연이 포함된 ‘K-컬처박람회’가 열렸다. ‘이런 곳에서 춤판을 벌이는 게 마땅한가’ 하는 비판에도 닷새 동안 13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 염천을 달궜다. 작년 한 해 독립기념관 방문객(135만 명)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120만 평 부지의 독립기념관은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6시에 문을 닫는 완전히 ‘언터처블’한 곳이었다”며 “기념관이 유공자들의 유훈만 되뇌고, 조상 신주 모시는 사당처럼 운영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천안흥타령춤축제, 빵빵데이 등의 ‘히트작’에 이어 K-컬처박람회를 통해 ‘문화산업 도시’로도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는 박 시장을 24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독립기념관에서 노래ㆍ춤판 벌일 생각을 어떻게 했나.

“독립기념관이 신성불가침 구역으로 존재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던 백범 김구 선생의 글(나의 소원)이 떠올랐다. 학령인구 감소로 예전 같지 않은 단체 관람객 수를 보이고 있는 독립기념관 활용 필요성도 있었다.”

-반대가 많았다. 어떻게 극복했나.

“나는 아산군수, 대천(현 보령)시장, 서산시장 등을 지낼 때도 싸움을 해가면서 일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백범의 글에는 선열들이 목숨을 던져 되찾고자 했던 나라가 ‘우리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하게 하는 문화의 힘을 가진, 문화강국’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은가. ‘사당 같은 독립기념관은 선열들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대를 설득하고 설득했다. 처음에는 국가보훈부도 극렬 반대했지만, 흥행에 성공하자 이제는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됐다. 올해 독립기념관 방문객 수는 150만 명이 넘을 것이다. 내년 박람회는 더 알차게 준비해서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

-K-컬처’축제’가 아닌 K-컬처’박람회’인 이유는 무엇인가.

“K-컬처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방향은 문화산업이어야 한다. 축제도 의미 있지만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 하려면 산업이 되어야 한다. 행복하기 위해 문화를 하지만, 문화를 통해 돈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문화진흥 계획을 수립하면서 그 중심에 K-컬처를 놨는데, 그것도 결국 문화의 산업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K-컬처박람회 흥행 후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시를 접촉하고 있다.”

-10월 천안흥타령춤축제도 ‘대박’을 냈다. 무엇이 비결이었나.

“‘누구나 흥겹게’ 놀 수 있도록 한 게 비결이라고 본다. 브라질, 리투아니아, 남아공 등 16개국 2,000여 명의 무용수가 참가했고, 그 주변에서 87만 명이 춤판을 벌여 길바닥을 땀으로 적셨다. 막춤이면 어떤가. 전통춤, 현대춤, 왈츠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관람객들과 어우러져 신나게 논다면 그게 ‘흥타령’이다.”

천안흥타령춤축제에 참가한 브라질 삼바 무용수들이 신부동 길거리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23. 10.7 천안시 제공

천안흥타령춤축제에 참가한 브라질 삼바 무용수들이 신부동 길거리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23. 10.7 천안시 제공

-흥타령춤축제 성공엔 국제춤축제연맹(FIDAF) 역할이 컸다.

“당연하다. 연맹국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이룬 성과다. FIDAF는 천안문화재단에 본부를 두고 있고 79개국이 참여하는 조직이다. 당연직 총재로서 밤 11시에 화상회의를 소집했는데, 42개국이 참여했을 정도였다. 화상회의 시스템이 없는 회원국 수를 감안하면 90%가 참석한 것이다. 올해 16개국 팀을 선별 초청했고, FIDAF 출범 20년이 되는 내년엔 30개국으로 늘릴 계획이다.”

-‘빵 순례’ 신조어를 만든 '빵빵데이 천안' 축제도 전국구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2회째인데, 14만1,000여 명이 빵 축제장을 찾았다. 호두’과자’로 유명한 천안이지만, 호두과자도 수분함량이 높아 실제로는 빵으로 분류된다. 천안 시내 빵 가게가 370개에 이르는데, 다른 도시와 달리 프랜차이즈 빵집 비율이 낮고 개인 빵집이 많다. 빵산업이 부흥할수록 지역경제가 활성화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애국 충절의 도시, 춤의 도시, 빵의 도시를 잇는 다음 도시 브랜드 전략은.

“세계적인 축구 도시다. 대한축구협회와 함께 건립 중인 한국 축구의 새로운 보금자리,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가 2026년 완공된다. 주 경기장과 9.5면의 축구장, 국가대표 실내 훈련장, 실내 체육관 등이 들어선다. 현재 국가대표팀이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의 4배 규모로 NFC를 천안으로 유치하려고 한다. 또 140년 우리나라 축구 역사를 체계적으로 조망하고 대한민국 축구 유산과 문화를 보존·전승할 ‘축구 역사박물관’도 들어설 예정인데,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통과해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천안은 한국 축구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고, 미래를 향해 국민과 함께하는 장소가 될 것이다."

-현재 16개의 산업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무리하는 거 아닌가.

“수도권과 가까워 노동력 확보가 쉽고 사통팔달이라 기업들이 선호한다. 15개 산업단지를 개발해 '완판'한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 한 번 들어온 기업은 반드시 성공하도록 '애프터서비스'를 철저히 한다는 소문이 났다. 16개 단지 모두 완판 행진을 이어갈 것이다.”

-기대 효과는.

“민간과 공공부문에서 5조1,000여억 원을 투자해 LG생활건강, 빙그레 등 400여 개 이상이 입주해 10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임기 중 11개 산업단지를 준공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360여 개 기업이 입주하고 신규 일자리 3만6,000여 개가 생겨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수도권 밀도를 낮추고 국가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윤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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