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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녀서 꽃가게 사장님으로… "지방은 기회의 공간"

입력
2023.11.27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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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남 목포 '두리하나 플라워' 임효백씨
아이 때문에 결심한 '지방살이'서 꿈 이뤄
청년이 귀한 공간, 다양한 창업 기회 제공
"새 시작 때 도움받을 수 있는 곳 찾아야"

15일 전남 목포시 '두리하나 플라워'에서 만난 임효백씨가 자신이 디자인한 꽃을 보여주고 있다. 목포=김진영 기자

“서울이 꼭 정답일까요?”

15일 전남 목포시에 위치한 꽃가게 ‘두리하나 플라워’에서 만난 임효백(41)씨가 자신이 만든 화사한 꽃을 보여주며 말했다. 목포에서 태어나 한때 ‘서울살이’를 했던 그는 7년 전 고향으로 다시 내려왔다.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에 참여한 목포시의 청년창업 지원금 1,400만 원, 그간 모은 돈을 털어 2억5,000만 원의 종잣돈을 마련했다. 서울에선 작은 전셋집 하나 구하기 힘든 금액이지만, 이곳에선 어엿한 3층짜리 건물을 한 채 살 수 있었다. 1층에는 평소 꿈꾸던 꽃가게를 차렸고, 2ㆍ3층은 그와 가족들이 사는 보금자리로 꾸몄다.

서울살이 7년 만에 고향으로

임효백씨가 목포시노인복지관에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임효백씨 제공

임씨는 주위 청년들이 그렇듯 2006년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상경했다. 대학에서 한약 신약개발 분야를 전공한 그는 3년간 서울 한의원에서 근무했고, 2008년부터는 대학병원 연구원으로 일했다. 전공과는 무관하게 대학을 다닐 때부터 꽃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낮에는 연구원, 밤에는 플로리스트 학원 강사로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결혼 후 아이를 낳으며 퇴사했고, 그렇게 흔히 말하는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됐다.

임씨가 처음에 귀향을 결심한 건 아이들 교육 때문이었다. 서울에선 어린이집을 보내려 해도 한참 입소 대기를 해야 했고,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책도 그리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목포는 달랐다. 인구가 줄어 아이가 귀한 지방 특성상 아이 한 명 한 명에 대한 지원과 관심은 서울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임씨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귀향은)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청년이 귀한 공간서 꿈 키워

임효백씨가 제작한 상품. QR코드를 통해 쉽게 제작 방법을 알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임효백씨 제공

육아에만 얽매여 있던 삶에서 벗어나면서 임씨 본인만의 시간도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던 꽃가게 창업의 꿈도 다시 꿀 수 있게 됐다.

사실 그는 서울에서 아이를 키울 때도 틈틈이 창업 지원 사업 등을 알아봤다. 그러나 대부분 초기 창업 자본을 대출해줄 뿐 직접 교육이나 안내는 부족한 편이었다. 반면 목포에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창원 지원 사업이 다양했다. 특히 초기 창업자에게 꼭 필요한 전문 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 창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매장 위치를 선정하는 방법, 고객층을 선정해 제품을 구상하는 방법까지 세세한 멘토링이 이어졌다. 1년 차엔 초기 창업 정착금, 2년 차엔 직원 인건비(1인당 210만 원)를 지원받을 수 있었던 것도 적잖은 힘이 됐다. 이런 여러 지원을 발판 삼아 임씨는 기존의 꽃가게와 차별화를 둔 상품을 개발해 두리하나 플라워를 설립할 수 있었다.

임씨가 직원까지 채용해야 할 정도로 사업을 키울 수 있었던 비결은 꽃 상품이나 화분에 부착된 개별 정보무늬(QR코드).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하면 간편하게 꽃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영상이나 메시지 카드도 담을 수 있다. 임씨는 “서울에 쭉 살았다면 꽃가게 운영은 그저 꿈으로만 남았을 것”이라고 했다.

임씨의 사례는 목포지역 청년일자리사업의 성공 모델로 꼽힌다. 행안부 관계자는 “임씨처럼 창업 지원을 받아 성공한 청년들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직원까지 채용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효과를 내고 있다”며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으로 더 많은 젊은이들이 지역에 정주하도록 하고, 소멸위기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 정착 위해선 끊임없는 혁신

어느덧 창업 3년차.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그는 최근 특별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목포 유달산 봄 축제에서 행사장 포토존을 자신의 꽃으로 장식한 것이다. 그는 “어렸을 때 유달산 봄 축제를 자주 갔는데 직접 행사장을 장식하는 일을 하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며 “내가 장식한 꽃들 사이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고 뿌듯해했다.

임씨가 손님에게 추천할 꽃을 고르고 있다. 목포=김진영 기자

다만, 임씨는 “지방살이가 그저 낭만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냉정한 평가도 잊지 않았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 일단 절대 인구가 적은 게 문제다. 그는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인 오후 6시가 되기 전에 손님이 뚝 끊겨 일찍 마감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아쉬워했다. 그래서 지방 청년은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궁리해야 한다는 게 임씨 생각이다. 그도 요즘 ‘스마트 스토어’를 준비하고 있다. 인건비가 싼 지방의 장점을 살리면서 인구는 적은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구상에서다.

대학 졸업 후 10년을 서울, 최근 7년을 목포에서 산 임씨는 자신처럼 ‘지방살이’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래도 아이는 서울에서 교육시켜야 한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건 뿌리 깊은 선입견이라는 사실이다.

“보다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시작하는 걸 선택지에서 지우지 마세요. 지방은 기회를 품은 공간입니다.”

목포=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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