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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으로 기관지가 좁아진 고양이 건강관리법

입력
2023.11.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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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9세로 추정되는 중성화된 수컷 고양이 누찌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누찌는 2018년도 겨울에 저희집 둘째로 입양된 유기묘입니다. 누군가 이사를 가면서 누찌와 형제들을 버리고 가서 6개월 이상 길에서 떠돌다가, 당시 고양이 구조단체에서 누찌를 구조해 저희 집으로 오게 되었답니다.

누찌는 길 생활을 오래 해서 몸이 안 좋아진 건지, 입양된 초반에 기침이 멈추지 않는 천식 증상을 보였고, 스테로이드 약을 먹고 나은 경험이 있습니다. 아직도 환절기가 되면 가끔씩 기침을 하더라고요. 최근 받은 건강검진 결과 누찌의 폐에 동글동글한 모양의 천식 흔적이 남아있고 기관지가 다른 고양이에 비해 좁다고 합니다.

조만간 스케일링이나 발치를 위해 마취가 필요할 것 같은데, 기관지가 약한 탓에 마취할 때 위험할 수도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네요. 누찌처럼 기관지가 좁은 고양이의 마취가 최대한 안전하게 이루어지려면, 보호자가 어떤 점을 체크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요. 또 누찌가 계속 깨끗하고 건강한 기관지로 지내기 위한 영양제를 추천 받을 수 있을까요?

A. 안녕하세요.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자 [24시간 고양이 육아대백과]의 저자인 김효진 수의사입니다. 이번에는 유기 고양이를 구조해서 입양하신 고마우신 집사님이 사연을 보내주셨는데요. 고양이가 천식을 앓았고, 아직도 환절기면 기침을 해서 걱정이 크시네요. 그렇다면 대체 왜 고양이가 기침을 하고, 또 이런 경우 고양이를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고양이의 기침과 재채기 알아보기

사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기침을 자주하는 동물은 아닙니다. 기침보다는 ‘칙, 칙’ 하는 식의 재채기를 주로 하는데요. 이는 고양이에서 상당히 흔한 ‘*상부 호흡기 증후군(Feline upper respiratory syndrome: FURS)’으로 인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기침을 할 때 고양이는 좀 더 깊숙한 곳에서 끓어오르는 듯이 ‘컥, 컥’ 혹은 ‘헉, 헉’ 하는 식의 소리를 내는 것이 흔합니다. 또 이때 바닥에 납작하게 웅크린 상태로 목을 쭉 펴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양이 기침의 원인으로는 천식, 심장사상충 감염, 폐종양, 폐부종 등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 상부 호흡기 증후군: 감기와 비슷한 호흡기 질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대체로 기침은 세기관지(기관지에서 갈라져 나와 폐에 공기를 전달하는 작은 통로)의 문제로 인한 경우가 흔하고, 세기관지 문제 중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바로 ‘천식’입니다. 천식은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기관지에 급성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질병입니다. 이 염증으로 인해 기관지가 좁아지면서 공기의 흐름이 방해받게 되는데요. 이때 스테로이드 약물을 사용하면 잘못된 면역 반응을 억제해 줄 뿐 아니라, 기관지 점막의 부종을 감소시켜 공기가 원활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고양이 천식 알아보기

특히 이런 천식은 계절성을 띠는 경우가 많은데요.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꽃가루 같은 물질이 계절에 따라 나타나고, 에어컨 바람 같은 계절에 따른 환경 변화가 증상을 심화시키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입니다. 또 계절성 원인물질이 없더라도 기존에 호흡기 질환을 심하게 앓았던 경우라면 기관지나 폐실질(폐를 실제적으로 구성하고 있는 조직)이 섬유화되어서 기관지 내경이 좁아질 수 있습니다. 갑작스레 기온이 내려가도 기관지 수축이 가중되면 기침이 증가될 수 있죠.

만약 고양이가 천식을 앓았었다면, 원인 물질에 노출 시 다시 증상이 생기기 때문에 원인 물질을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방향제나 커튼, 카펫, 담배 연기나 새로운 가구 등 가능한 모든 환경 변화를 확인해주세요. 원인 물질을 발견했다면 최대한 피하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원인 물질을 정확히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는 가운데, 특정 계절에 증상이 발현된다고 생각되면 그 시기에는 공기청정기를 틀어주고, 침구류 빨래를 자주 하는 등 원인 예상 물질을 제거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양이 기관지 건강 관리법

천식 증상은 온도 변화나 습도에 민감한 만큼 실내 환경을 약간 선선한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해 주세요. 갑작스러운 추위는 기관지를 수축하게 하고, 반대로 더운 경우에는 호흡이 가빠지면서 증상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 습도 역시 적정(40~50% 정도)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너무 건조하면 기관지 점막이 마르면서 마른 기침을 유도하고, 습한 경우 천식 유발 물질이 증식하거나 호흡을 힘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비만한 경우 호흡곤란이 심해지기 때문에 고양이를 적정 체중으로 유지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집사 입장에서는 고양이가 기침을 할 때 영양제라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크실 텐데요. 사실 고양이 호흡기용으로 나와있는 영양제는 대부분 앞서 재채기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설명드렸던 ‘고양이 상부 호흡기 증후군’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이 질환은 허피스 및 칼리시 바이러스, 클라미디어 등 특정 감염체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고양이의 면역을 높여주는 주는 데에 도움을 주거나, 감염을 억제할 수 있는 물질들이 영양제로 판매되기도 합니다.

영양제와 사료를 먹는 고양이. 게티이미지뱅크

영양제와 사료를 먹는 고양이. 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영양제의 가장 대표적인 성분은 필수 아미노산인 L-라이신입니다. L-라이신은 상부 호흡기 증후군의 원인체를 증가(생장)시키는 '아르기닌'을 억제하는 성분인데요. 다만 아르기닌 역시 필수 아미노산이며, 아르기닌 결핍된 고양이는 심각한 질환에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재 증상 없는 고양이에게 급여하는 것은 추천되지 않습니다. 이 외에 많은 항산화제나 허브 등의 성분들이 면역증강을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호흡기계에 대한 효능이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위에서 설명한 영양제의 성분들은 어디까지나 상부호흡기 증후군을 위한 것으로, 천식과 같은 기관지 질환에 효과가 입증된 영양제는 특별히 없습니다.

다만 기관지염도 일종의 염증이기 때문에 오메가3와 같이 염증을 완화하기 위한 영양제를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엄청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특히 영양제의 경우 필수 지방산이나, 지방산을 추출하는 용매(용질을 녹여 용액을 만드는 물질)로 지방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를 급여하면서 체중이 증가한다면 되려 증상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으니 유의해 주세요.

고양이 기관지 증상 치료 방법

예방 목적이 아니라 실제 증상이 있다면 투약이나 흡인제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흡인제제의 경우 아래의 사진처럼 에어로졸 챔버 등을 이용해서 흡입액을 들이마시고 10번 정도 호흡하도록 하는 제품인데요. 이런 약물의 적용은 기침 완화나 호흡 개선뿐 아니라 증상이 만성화되거나 반복되는 염증으로 기관지 등이 섬유화되는 것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적용이 권장됩니다.

마취가 필요한 경우라면 수의사가 일반적인 검사 외에도 호흡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락테이트 검사나 산소 포화도, 혈액 가스 분석 등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세밀한 마취 전 검사를 통해 마취가 가능하다고 평가된다면, 마취 전 미리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또 기관지를 확장해 주거나 기관지 점막의 부종을 완화해 주는 약물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전처치를 해 줄 수 있는데요. 이러한 조치들이 마취 위험도를 줄여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환자를 검사 및 진단 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병원을 찾아 수의사와 충분히 상담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고양이는 아픈 것을 잘 드러내지 않는 동물이죠. 그중에서도 호흡곤란은 특히 집사가 알아차리기 어려운데요. 고양이는 호흡곤란이 생기면 강아지처럼 헥헥거리지 않고, 최대한 안정해서 숨을 고르려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평소에 집사가 고양이의 호흡수를 측정해보는 것은 호흡곤란을 조기에 알아차리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움직이거나 흥분하면 정상인 경우에도 호흡수가 많이 오를 수 있기 때문에 고양이가 잠들었을 때 호흡수를 측정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고양이의 배가 호흡하면서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을 측정하고, 이때 1분에 20번 정도로 호흡하면 정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만약 고양이가 수면 중에도 호흡수가 30회를 넘거나, 호흡이 이상하다면 동물병원으로 즉시 문의하거나 내원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누찌가 기침도 하고, 마취 시에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하니 집사분의 걱정이 크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내주신 사연을 보니 누찌가 좋은 집사를 만나 세심하게 관리받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이번 글이 집사분이 누찌를 관리하시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또 누찌와 함께 키우는 고양이 모두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김효진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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