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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에 일주일새 1000명… 땅을 밟지도, 돌아가지도 못하는 로힝야 보트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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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에 일주일새 1000명… 땅을 밟지도, 돌아가지도 못하는 로힝야 보트피플

입력
2023.11.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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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정부 "난민 수용 의무 없어"

16일 인도네시아 아체주 피네웅 주민들이 로힝야족의 하선을 거부하고 있다. 아체=AFP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에 살던 미얀마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인들이 인도네시아로 밀려들고 있다. 하루 한 끼 먹기 힘든 극심한 생활고와 마약, 총기 위협을 피해 목숨을 걸고 바다로 향하면서 일주일간 이 나라에 도착한 난민만 1,000명에 가깝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물론, 그간 우호적이었던 ‘무슬림’ 현지인들마저 이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 로힝야 난민이 인도네시아 땅을 밟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다. 목숨을 건 탈출에 나선 로힝야인들은 희망을 꿈꾸지도,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바다 잔잔해지자 늘어난 밀입국

2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약 1,000명의 미얀마 로힝야 난민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 아체주(州)에 도착했다. 일주일 동안 하루 이틀 간격으로 상륙한 다섯 척의 낡은 나무 배엔 적게는 36명, 많게는 249명의 로힝야족이 각각 몸을 실었다. 15~30일 전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를 떠난 사람들이었다.

이슬람계인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오랫동안 탄압받았다. 특히 2017년 8월 미얀마에서 벌어진 로힝야 대량 학살 탓에, 74만 명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로 대피했다. 하지만 난민 캠프 생활 역시 녹록지 않자,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망망대해로 떠났다. 주 목적지는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나 무슬림이 다수인 인도네시아다.

그러나 ‘희망의 종착지’로 여겨졌던 인도네시아는 난처해하고 있다. 로힝야족을 태운 선박이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게 처음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 내에 예상을 뛰어넘는 인원이 몰리면서 임시 대피소가 포화 상태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로힝야인들의 밀입국 시도가 많지 않았는데, 이달부터는 벵골만(인도양) 앞바다가 잔잔해지면서 다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방글라데시를 떠난 로힝야족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아체 지역 주민들도 노골적으로 이들을 배척하고 있다. 이슬람 근본주의 정책을 펴는 인도네시아 특별자치주인 아체는 그동안 이슬람교를 믿다가 탄압받은 로힝야 난민들에게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난민 수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면서 내부 불만이 커졌다. 심지어 일부 주민은 난민선의 해변 정박마저 거부한다.

20일 인도네시아 아체주 비룬에 있는 임시 대피소에서 로힝야 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체=AP 연합뉴스


로힝야 난민들이 주로 상륙하는 피디 지역 어촌계 지도자인 하산 바스리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난민들에게 음식과 물을 제공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의무지만, 그들의 태도와 성격은 우리 주민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대피소에서 도망쳐 나와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어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한다”고 주장했다. 거부감을 명백히 드러낸 것이다.

"항해 시즌은 이제 시작"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 16일 로힝야족 249명을 태운 낡은 목선이 아체주 비루엔 지역으로 다가오자 주민들은 해변으로 달려가 난민들이 배에서 내리지 못하도록 막았다. 프랑스24는 “일부 난민이 헤엄쳐 해변에 도착한 뒤 쓰러졌으나, 다시 만원 보트 위로 밀려났다”고 전했다.

이후 배는 수십 ㎞ 떨어진 아체주 무아라 바투 지역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해변에서 짧은 휴식만 취할 수 있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다음 날(17일) 보트가 아체 해안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을 땐 승객 수가 200명으로 줄어 있었다”고 밝혔다. 목숨을 건 난민캠프 탈출이 오도 가도 못 하는 난처한 상황으로 귀결된 셈이다.

그나마 살아 있다면 운이 좋은 편이다. UNHCR는 지난해 2,000명 이상의 로힝야족 난민이 배에 올랐고, 이들 중 약 200명은 바다에서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것으로 추산했다.

국제사회는 인도네시아에 난민들이 하선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촉구한다. 미트라 살리마 수리요노 UNHCR 인도네시아 대표부 대변인은 “우리는 당국과 지역 주민들이 계속해서 난민들을 위해 땅을 열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스만 하미드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 지부 사무총장은 “난민을 사지로 돌려보내는 것은 강제송환금지 원칙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난민 수용 의무가 없다고 반발한다. 자국은 유엔 난민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인도네시아 내무부는 “난민들에게 임시 피난처를 제공했던 친절이 밀입국자들에 의해 오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로힝야족 권리 단체 ‘아라칸프로젝트’의 크리스 레와 국장은 “방글라데시를 떠나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배들이 여러 척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항해 시즌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로선 로힝야 난민 수용 문제를 계속 맞닥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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