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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석방 발목 잡는 이스라엘… 또 병원 집중 포격, 인질 가족엔 막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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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석방 발목 잡는 이스라엘… 또 병원 집중 포격, 인질 가족엔 막말도

입력
2023.11.21 19: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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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전 중지·인질 석방' 협상 중 안팎서 찬물
알시파 이어 다른 병원도 공격... 12명 숨져
협상안에 내각 분열... 미·하마스 "타결 임박"

20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 의료진이 이스라엘군 공격을 받은 가자 북부 인도네시아 병원에서 이송된 팔레스타인 소년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 칸유니스=AFP 연합뉴스

20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 의료진이 이스라엘군 공격을 받은 가자 북부 인도네시아 병원에서 이송된 팔레스타인 소년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 칸유니스=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서 납치한 인질들의 석방을 위한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정작 이스라엘이 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가자지구 병원 공격·급습으로 국제적 비난을 샀던 이스라엘방위군(IDF)은 20일(현지시간) 또다시 다른 병원을 탱크로 포위한 채 집중 포격을 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극우 연립내각은 ‘팔레스타인 공격보단 인질 석방에 더 힘써 달라’고 요구하는 인질 가족을 향해 막말을 퍼부었다. 전장 안팎에서 인질 석방을 최우선 순위에 두기보다는, 오로지 ‘하마스 섬멸’에만 몰두하고 있는 셈이다.

"IDF, 중환자실 겨냥 공격"... 또 협상 물거품?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와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북부의 인도네시아 병원 2층을 IDF가 발사한 포탄이 타격해 최소 12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이후 가자 국제적십자위원회가 환자 200여 명을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으로 대피시켰지만, 병원 주변을 탱크가 에워싼 탓에 환자와 의료진, 피란민 등 약 2,400명이 전력과 수도가 끊긴 건물에 발이 묶였다.

IDF는 “테러리스트들이 선제 공격을 가했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긴급구조위원회는 “IDF가 (하마스 터널이 있다고 주장하는) 지하가 아닌, 병원 건물 위쪽 중환자실을 겨냥했다”고 반박했다. 또 IDF의 조준 사격 때문에 중환자들을 데리고 나오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20일 가자지구 북부의 인도네시아 병원에 대한 이스라엘군 포격으로 부상당한 한 팔레스타인 소년이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칸유니스=AFP 연합뉴스

20일 가자지구 북부의 인도네시아 병원에 대한 이스라엘군 포격으로 부상당한 한 팔레스타인 소년이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칸유니스=AFP 연합뉴스

IDF의 의료시설 직접 공격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5일에도 ‘지하에 하마스 주둔지가 있다’는 명분을 앞세워 가자시티 최대 의료기관 알시파 병원 인근을 공습하고 내부로 진입해 군사 작전을 벌였다. 당시 알시파 병원에선 최소 40명의 환자가 숨졌다. 지금도 약 700명이 포격을 우려해 빠져나오지 못한 채 갇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큐베이터가 작동을 멈춰 죽음 직전까지 내몰렸던 미숙아 28명은 전날 이집트 병원으로 이송됐다.

문제는 이번 인도네시아 병원 공격이 인질 석방을 가로막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례도 있다. 지난달 31일 미국·카타르 중재하에 진행된 논의 끝에 하마스는 ‘외국인 인질 일부를 풀어 주겠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이 같은 날부터 가자지구 최대 규모인 자발리아 난민촌에 사흘 연속 폭격을 가해 물거품이 됐다. 이후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석방 전까지 휴전은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고, 하마스가 1회 이상 대화를 거부하는 등 차질이 빚어졌다고 CNN은 전했다.

인질 가족들에 "당신들, 고통 독점권 없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피랍된 이스라엘인들의 사진을 든 가족과 친구들이 16일 인질 석방을 촉구하며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에 위치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공관까지 행진하고 있다. AP 뉴시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피랍된 이스라엘인들의 사진을 든 가족과 친구들이 16일 인질 석방을 촉구하며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에 위치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공관까지 행진하고 있다. AP 뉴시스

이스라엘 내부 불협화음도 문제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는 ‘인질 안전 확보가 우선이므로 석방 협상에 응해야 한다’는 제2야당과, ‘군사적 압박 강화’를 요구하는 군부 간 대립으로 전시 내각이 분열돼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일부 극우 인사는 인질 안전에 무감한 태도마저 보인다. 인질 가족들이 20일 열린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사형 선고 법안’ 공청회에 참석해 “아랍인을 죽이는 방법 대신, 살아 있는 유대인을 구할 생각을 하라”고 촉구하자, 연정에 참여 중인 극우 정당 ‘이스라엘의 힘’ 소속 의원은 “당신들은 고통의 독점권이 없다”며 윽박질렀다. 네타냐후 총리도 별도 면담에서 “인질 석방을 ‘하마스 말살’보다 우선시할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했다. 몇몇 가족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이스라엘의 이 같은 강경 일변도 행보가 거의 합의에 도달한 ‘5일간 교전 중지·최소 50명 인질 석방’ 협상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아직까진 희망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인질 석방 합의가 임박한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도 21일 성명에서 “중재자들에게 답을 전했다. 우린 교전 중지에 접근 중”이라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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