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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우주개척의 장애물, 우주방사선

입력
2023.11.21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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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아
황정아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 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그래픽=김문중기자

그래픽=김문중기자

우주방사능 위협과 항공승무원
우주탐사선 수명에도 악영향
우리 현실 속 다양한 위험요인

우주로 보낼 탐사선을 만들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우주환경 요소가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탐사선의 수명에 직결되는 것이 바로 우주방사선이다. 우주방사선은 먼 우주에서 오는 은하우주방사선, 태양에서 오는 태양우주방사선, 지구 자기권 안에 있는 밴앨런벨트(Van Allen radiation belt)에 기인한 방사선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은하우주방사선은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예측이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에, 태양우주방사선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태양에서 나오는 양성자 이벤트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우주방사선은 심지어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승객과 승무원에게 영향을 미친다. 현재 대부분 항공사들은 연중 거의 변화가 없는 은하우주방사선만을 고려하는 예측 프로그램으로 승무원의 방사선 피폭량을 계산한다. 정확한 우주방사선 피폭량을 계산하려면 태양우주방사선에 의한 급격한 변화량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항공승무원의 건강 영향 평가에 매우 중요하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항공승무원은 방사선에 많이 피폭되는 직업이다. 방사선을 다루는 비파괴 검사자나 원자력발전소 종사자보다 연평균 방사선 피폭량이 높다. 저선량 방사선에 장기간 피폭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추가로 순간적인 고선량 피폭까지 더해지면 더 위험할 수 있다.

최근 25년간 항공승무원으로 일하다 위암 판정을 받고 사망한 객실승무원에 대한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우주방사선으로 인해서 위암이 산재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항공승무원이 우주방사선으로 산업재해 신청을 한 것은 2018년으로 급성골수성백혈병이었다. 그때는 조사에 3년이 걸려 사망 후에야 산재가 인정됐다. 2021년 유방암에 대해서도 산재가 인정되었다. 그간 항공승무원의 우주방사선 산재는 백혈병, 유방암에 국한돼 있었는데, 이번에 위암처럼 단단한 덩어리 형태의 종양인 고형암에 대해서도 산재가 인정된 것이라 판정의 의미가 크다. 향후 우주방사선으로 인한 산재 인정의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이번에 산재 인정을 받은 승무원은 연평균 비행시간이 약 1,022시간이었는데, 그중 절반은 장시간 비행인 미주, 유럽 노선이었다. 이 노선은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우주방사선 노출량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승무원의 연간 방사선 피폭량의 한계선량은 6밀리시버트(mSv)이다. 항공사가 예측한 총 누적 피폭량은 약 42mSv였다. 하지만 이는 우주방사선량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의 계산값에 기인한다. 산재 심사위원들은 누적 방사선량이 과소측정 됐을 수 있고, 연간 6mSv 이하의 저선량 방사선 노출도 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우주방사선 문제는 지구의 자기장을 벗어나 장거리 우주여행을 계획한다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우주비행사 혹은 우주관광객은 우주방사선에 오랫동안 노출되기 때문에 인체에 심각한 세포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우주여행은 암을 비롯해 백내장, 급성 방사선 질병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고, 혈액 순환과 중추 신경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여성의 경우에는 유산을 하거나 불임을 야기할 수도 있다.

우주방사선은 우주공간에 나가 있는 인공위성의 생존에도 직결된다. 인공위성을 구성하고 있는 많은 전자부품은 우주방사선에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위성을 설계할 때부터 위성이 우주에서 살아갈 기간 동안 맞을 수 있는 최대 방사선량을 사전에 계산한다. 적절한 차폐를 통해서 우주방사선으로부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주와 비슷한 방사선 환경에서 우주환경 시험도 반드시 통과해야만 한다. 이처럼 우주방사선의 위협은 먼 우주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에 닿아 있는 문제인 것이다.

황정아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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