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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과 지속가능한 국민의 집

입력
2023.11.22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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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복지국가 스웨덴의 빠른 연금개혁
복지체계 핵심은 연금 건전성과 직결
과거·미래세대 모두 풍성한 연금되어야

페르 알빈 한손 ⓒBertil Norberg

페르 알빈 한손은 복지국가 스웨덴을 설계한 인물로 1932년에서 1946년까지 14년간 총리를 지냈다. 그의 유명한 개념이 국가가 국민을 위한 집이 되어야 한다는 '국민의 집(folkhemmet)'이다. 그는 이런 원칙으로 스웨덴을 사회복지의 대표적 국가로 만든 인물이다. 러시아 혁명 이후 소련 중심으로 소비에트 방식의 사회주의가 유럽에 영향력을 발휘하던 시기에 사회민주주의 요소를 시장경제체제와 결합해 복지국가를 추구하면서 소비에트 사회주의와 구별되는 방식으로 스웨덴의 현대적 발전을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추진한 흥미로운 정책으로는 연금수급자와 배우자를 여의고 홀로 된 여성을 위한 소득기반 아동수당, 출산수당, 다자녀 가정을 위한 주거수당과 주택 건설 등이 있는데, 국민의 집이라는 명칭처럼 국가가 국민을 돌보는 가정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다양한 복지정책을 설계한다.

그런데 복지 체계의 핵심에는 지속가능한 연금이 있을 수밖에 없다. 어떤 사회든지 근로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노후에 경제적으로 안정적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연금체계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다양한 복지정책이 있다 하더라도 실효성에는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 진행과 함께, 연금체계를 어떻게 개혁해 젊은 세대에 부담을 높이지 않으면서 노후에 안정적 삶을 유지하는 사회를 만들지 논의가 불가피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의 향후 경제적인 삶에 가장 핵심적 문제이기도 하다. 여러 유럽국가가 우리보다 먼저 이 문제를 겪었고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국가는 대개 재정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안정적 재원조달과 지급방식이 결합한 연금체계 없이 재정으로 메꾸는 시스템으로는 어떤 국가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8년 다른 어떤 유럽국가보다도 앞서 이 분야의 개혁을 단행한 국가 역시 복지국가의 대표였던 스웨덴이다. 스웨덴도 1998년 개혁 이전에는 자신의 가장 높은 소득이 발생하는 기간 15년 평균소득의 60%를 확정금액으로 받는, 기본적으로 '확정급여(DB)'형 연금체계였는데, 우리와 유사하게 실제로는 덜 내고 더 받는 구조였다. 물론 경제가 성장하고 인구, 특히 청년계층이 증가하고 있을 때는 어느 정도 유지 가능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고령화가 진행되고 성장 속도가 떨어지면서 유지할 수 없는 제도이기도 하다.

따라서 스웨덴은 미래 연금을 위해 소득에 비례해 납부하고 납부한 만큼 연금으로 받는 '명목확정기여(NDC)'형으로 변경하게 된다.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작업이었고, 이를 통해 연금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게 된다. 또한 핵심은 자신이 낸 만큼 돌려받게 되기 때문에 노령계층도 가능한 범위에서는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근로를 함으로써 자신이 받게 될 연금액을 쌓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인센티브를 갖게 되고 이 자체가 연금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만든다.

연금개혁은 필요성에 동의해도 연령과 계층, 납부자와 수급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달라 실제 구체적인 개혁이 쉽지 않다. 제도 변경과정에서 연금보험료 납부 부담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거나 보장성이 너무 약화해서 쓸 돈이 없거나 소득 낮은 계층은 실질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구조로 전환되면 그러한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한손 총리가 이야기한 '좋은 가정에서는 그 누구도 특권을 인정받지 않으며 소외되지도 않는다'는 '국민의 집' 개념처럼 소득에 따라 기여하되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추가로 자신의 사회적인 책임을 다한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 자신과 자녀, 그리고 특히 후손 모두가 쓸 것을 풍성히 채울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고 납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연금개혁의 출발이자 종착점임을 기억해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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