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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행정망 '셧다운' 80시간 지났는데… 정부 아직도 "원인 파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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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행정망 '셧다운' 80시간 지났는데… 정부 아직도 "원인 파악 중"

입력
2023.11.21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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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SW 문제, 인재 가능성" 제기
정확한 마비 원인 모른 채… '땜질 처방'
"재발 가능성 적다 볼 수 없어" 지적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 행정 전산 서비스 장애 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 행정 전산 서비스 장애 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정부행정 전산망 장애 원인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전문가들은 전산망이 일시에 먹통이 된 것도 문제지만 오류가 발생한 이유를 사태 발생 나흘이 지나도록 못 찾고 있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20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마비되며 민원 ‘올스톱’ 대란을 불러온 지방자치단체 행정망 ‘새올’과 정부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는 이날 정상 작동했다. 그러나 정부는 구체적인 장애 원인은 여전히 “파악 중”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공무원들이 전산망에 접속할 때 인증 정보를 보내는 장치(L4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는 대략적인 진단에서 진전된 게 없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날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책본부회의에서 “네트워크 장비 장애의 상세 원인을 신속, 철저하게 밝히겠다”고 했다. 사태 발생 80시간이 넘도록 명확하게 원인 규명이 안 된 것이다.

사고 원인 파악에 오랜 시간이 걸리자 전문가들은 장비 등 하드웨어(HW) 문제보다는 소프트웨어(SW)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사람의 실수, 즉 ‘인재’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버관리 업체 A사 관계자는 “서버 작업을 앞두고 이 일이 벌어진 걸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그 일을 요건을 갖춘 작업자들이 했는지, 매뉴얼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행안부 산하 국가자원정보관리원(국자원)은 사고 당일 오후 7시 서버 보안 패치 업데이트 작업 계획을 세운 뒤 앞서 전날 행정전산망 네트워크 장비의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했다. 그러나 17일 오전 새올에 접속하는 공무원들의 인증에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이날 오후로 계획됐던 서버 작업은 중단됐다.

장비 이상 시 대체수단(이중화)이 있었는데 무용지물이었던 것도 인재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전문가는 “L4 스위치가 노후화된 것도 아니고 장비 문제라면 이중화로 걸러졌을 것”이라며 “이중화된 장비가 연속 문제를 일으킨 건 잘못된 소프트웨어와 적절하지 못한 작업자의 준비 작업이 문제가 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전산망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언제 또 멈출지 모른다는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시스템을 갑자기 먹통으로 만든 ‘문제의 부위’를 확인해 통째로 바꾸는 ‘땜질식’ 처방만 이뤄졌을 뿐 ‘무엇이 문제를 일으켰는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상황이어서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정부 시스템 복구에 수일이 걸리고, 원인 파악이 아직도 안 되고 있다는 점에서 재발 가능성이 적다고 볼 수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대기업의 공공 SW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현행 제도가 사태를 키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프트웨어 진흥법은 국가안보, 신기술 분야 등을 제외하고서는 원칙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이 공공 SW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정보통신(IT) 기술력이나 경험이 부족한 중소업체가 행정전산망 유지ㆍ보수를 맡으며 사고 대응도 미진했다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장애 원인이 확인이 안 된 상황이라 (구체적인 책임 소재 등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을 아꼈다.

세종=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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