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차기 지명… 보수 우위 재편 예고
사형제 헌법소원, 헌정사 첫 검사탄핵 등
재판관 토의 실종에 소장 리더십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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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인 유남석(66·사법연수원 13기) 전 헌법재판소장의 후임으로 지명된 이는 보수 성향의 이종석(62·15기) 후보자다. 그는 이미 헌법재판관(임기 6년)으로 일하고 있어, 국회 인준 절차를 통과하면 자신의 재판관 임기까지(내년 10월)만 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윤 대통령에게 헌재소장을 한 번 더 지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얘기인데, 내년에 지명되는 후보자 역시나 보수 법조인일 가능성이 높다. 유 전 소장(대통령 지명 몫) 자리를 대신하게 될 정형식(62·17기) 대전고법원장 역시 보수 원칙주의자로 통하는 법관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시절 '진보 5 대 중도·보수 4'였던 헌재의 이념 지형은 이 정부 들어 급격하게 보수 쪽으로 쏠리고 있다. 전 정부 시절 임명됐던 모든 재판관들이 윤석열 정부 기간 동안 모두 바뀐다는 점도 헌재의 보수화를 부채질하는 요소다.
이렇게 이념추가 보수 쪽으로 기울어지는 상황에서, 헌재의 영원한 숙제인 '사형제 폐지' 문제가 다시 한번 재판관들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사형제가 헌재 심판대에 오른 건 1996년·2010년에 이어 세 번째로, 당시엔 7대 2 합헌(1996년)과 5대 4 합헌(2010년) 등 점차 위헌 판단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법원이 연쇄살인 사건에서도 거의 사형 선고를 하지 않으면서 사형이 사문화의 길을 걷고 있고, 정부 역시 26년간 사형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전보다 위헌 선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헌재의 결정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올해 9월 국회를 통과한 안동완 부산지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포스트 유남석' 헌재가 해결할 몫이다. 현직 검사에 대한 헌재 탄핵심판은 헌정사 최초다. 민주당이 추가 검사탄핵도 추진하고 있어 헌재로 공이 또 넘어올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정치적 사건의 중심에 또 헌재가 서게 된 셈이다.
이 밖에도 전국 여러 법원에서 유류분 제도(유언이나 생전 증여와 관계없이 법정상속인들의 최소상속분을 보장하는 민법 조항)와 관련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도 심리 중이다. 헌재 결정 전까지 관련 재판은 중단된다. 이외 종합부동산세 개정, KBS 수신료 분리징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 직무감찰을 두고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국민의힘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철회를 수용한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등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들이 줄지어 재판관들을 기다리고 있다.
법조계에선 재판관 지명권을 가진 대통령·국회가 이념 지향 인사를 거듭하면서, 헌재의 숙의 전통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관들 정치적 성향이 극단화돼 재판에 반영되는 문제가 심화됐다"며 "각자의 진영에 고착돼 (재판관들의) 토의로 의견을 좁히는 과정 없이 판단하면 나중에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년간 주요 결정이 5대 4로 갈리는 경우가 많았단 점에서 유 전 소장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군형법, 에이즈예방법 관련 5대 4, 4대 5 합헌 등은 갈등을 해결하기보단 부추기는 결정"이라며 "헌재소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정확한 지침을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헌법재판관 출신 법조인도 "헌재는 헌법 수호와 국민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이기도 하지만 엄중한 잣대로 권력을 감시·견제하는 기관이기도 하다"며 "그런데도 탄핵·권한쟁의심판 등에서 적극적이고 밀도 있는 재판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헌재소장은 재판관들 이념 배경이 다르더라도 치열한 토론과 설득을 통해 가장 좋은 결론을 내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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