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보통합(영유아 보육·교육 통합)'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교사·학부모 단체가 "구체안 없는 졸속 법 개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여당은 최근 보건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 업무를 교육부로 이관해 일원화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 중인데, 유보통합 모델, 교원 양성 방안 및 교사 자격, 추가 재정 소요 등 구체적 방안은 없이 법 개정부터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조 유치원위원회, 행복한교육학부모회 등 12개 교사·학부모 단체로 구성된 유아학교연대는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가 구체안을 내놓고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이전에 졸속으로 각종 법 개정이 이뤄지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유치원은 교육부 관할, 어린이집은 복지부 관할이다. 만 0~2살은 어린이집이 교육과 보육 모두 담당하지만, 만 3~5살에는 유치원(교육)·어린이집(보육)으로 이원화돼 재정 지원과 교육 격차를 유발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여당은 어린이집 관련 예산과 업무를 교육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교육부 내 사무를 △영유아 보육·교육 △학교 교육 △평생 교육으로 구분하여 교육과 보육 업무를 모두 맡긴다는 구상이다. 이를 두고 유아교육연대는 "헌법에서 규정하는 학교 교육, 평생교육 시스템을 흔드는 조직 구성"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3∼5세 유아는 보육이 아니라 반드시 학교 교육의 범주에 포함돼야 한다"며 "상향평준화된 유아교육 체제 구축을 위해서 교육 시스템을 갖춘 유치원을 학교 정체성에 기반한 '유아학교' 체제로 명확히 확립하고 확실하게 재정을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아교육연대는 정부가 유보통합을 위한 예산 대책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6년부터 어린이집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지원하는 방향에 대해서 "교육기관이 아닌 보육시설에 교부금을 지원하는 것은 학교 제도를 붕괴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주최 측 추산 3천 명의 참가자는 추운 날씨에도 검은 옷을 입고 거리에 모여 "학교교육 질 낮추는 대한민국 반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무책임한 법 개정으로 붕괴될 교육·보육 현장을 애도한다며 1분간 묵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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