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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자" 약속한 바이든·시진핑...'갈등의 핵'은 건드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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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자" 약속한 바이든·시진핑...'갈등의 핵'은 건드리지 않았다

입력
2023.11.17 04:30
수정
2023.11.17 05: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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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채널 재가동·정상 직접 통화 성과
방화벽 세웠지만 기저엔 '냉기류' 여전
대선·경제 고전에 관계 안정 이해 일치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5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 회담장 앞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으며 악수하고 있다. 우드사이드=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5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 회담장 앞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으며 악수하고 있다. 우드사이드=AFP 연합뉴스

‘소통은 한다. 그러나 국익이 걸린 핵심 현안은 양보하지 않는다.’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결과는 이같이 요약된다. 1년 만에 마주 앉은 두 정상은 핫라인(직통 전화) 가동과 군사 소통채널 복원에 합의하는 등 긴장 완화를 위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 통제와 대만 문제 등 양국 갈등의 진앙 격인 이슈를 놓고는 두 정상 모두 물러서지 않았다. 당장의 충돌 격화만 막은 셈이다.

펜타닐 단속·AI 위험 해소에도 합의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만나 4시간 넘게 대화했다. 두 정상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회담한 이후 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와 중국의 보복 조치, 미국 영토를 침범한 중국 정찰 풍선 격추 사건 등을 거치며 갈등을 빚었다.

1년 만의 정상회담으로 갈등 관리의 계기가 만들어졌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이 항의의 표시로 닫은 군사 채널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정상 간의 핫라인 개설에도 동의했다. 우발적 충돌을 막는 이중의 가드레일이 생긴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뒤 단독 기자회견에서 “역내 어떤 일이든 우려가 있으면 둘 중 누가 수화기를 들어 상대방에게 전화해도 받기로 했다”며 “중요한 진전”이라고 소개했다.

시진핑(맨 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우드사이드=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맨 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우드사이드=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은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단속과 인공지능(AI) 위험성 완화, 기후 위기 대응을 놓고도 공조하기로 했다. 18~49세 미국인 사망 원인 1위가 될 정도로 펜타닐 과다 복용이 심각한 사회 문제인 상황에서 미국은 멕시코 마약 조직에 펜타닐 원료를 공급하는 중국 기업들을 제지해 달라고 중국에 거듭 요구해 왔다.

회담 모두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고, 시 주석은 “충돌과 대치는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회담 직후 시진핑에 “독재자”

미중 정상회담 주요 내용. 그래픽=송정근 기자

미중 정상회담 주요 내용. 그래픽=송정근 기자

갈등의 근원은 해소되지 않았다. 시 주석이 “중국과 미국 관계에서 가장 민감하다”고 콕 집은 대만 문제를 두고 양국은 평행선을 달렸다. 시 주석은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반드시 통일될 것”이라며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체적 행동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몇 년 내에 대만을 침공할 계획이 없다고 하면서도 통일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은 닫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중국이 대만해협 인근에서 군사 활동을 자제하고 대만 선거 절차를 존중할 것을 요구했다. 친중국 정부 탄생을 위해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수출 통제를 놓고도 시 주석은 “(미국이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 발전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훼손하고 있다”고 반발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앞으로도 중국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조 바이든(맨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우드사이드=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맨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우드사이드=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직후 시 주석을 “독재자”로 부르며 중국에 대한 적대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한 기자가 ‘시 주석과의 회담 이후에도 그를 여전히 독재자로 보느냐’고 묻자 “알다시피 그렇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미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기자들에게 책임을 돌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직접 공격을 피했다.


시진핑, 미국 기업인들에 “친구 되자”

미중의 ‘표면적 봉합’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내년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숙이 간여 중인 만큼 당장의 미중 관계 악화를 막아야 한다. 시 주석 역시 부동산 시장 붕괴 위기 등 경제 위기 관리가 다급해 미국의 견제를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시 주석은 15일 미국 기업인들을 만나 “중국은 미국의 동반자이자 친구가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선 한반도 문제도 논의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고 백악관이 공개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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