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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과 국회의 역할(2)

입력
2023.11.16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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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인
소제인변호사

편집자주

변호사 3만 명 시대라지만 수임료 때문에 억울한 시민의 ‘나 홀로 소송’이 전체 민사사건의 70%다. 11년 로펌 경험을 쉽게 풀어내 일반 시민이 편하게 법원 문턱을 넘는 방법과 약자를 향한 법의 따뜻한 측면을 소개한다.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9일 본회의를 통과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민주당은 이번 달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고, 거부권이 행사되면 노란봉투법은 다시 국회로 넘어온다.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고, 국민의힘의 동의가 없다면 법안은 폐기될 것이다. 노란봉투법을 반대하는 쪽은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법'이라고 주장한다. 찬성하는 쪽은 '원청이 하청근로자 개인에게 수백억 원의 손배 가압류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현행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은 1950년대에 들어온 개념이다. 당시 근로관계는 대부분 사용자와 근로자가 '명시적, 묵시적 근로계약'을 맺는 단순한 형태였고 그 이후로도 비슷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분화되었고, 원청과 하청 등 계층적이고 다양한 근로형태가 확산되었다.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수많은 차별에 시달렸지만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목적 아래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많았다. 그러나 아무리 정당한 목적이 있더라도 헌법의 테두리를 넘으면 안 된다는 제한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원·하청 구조에서 노동을 제공하는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 중 A, B를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한다. 하청근로자는 A, B를 개선하기 위해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원청은 '나는 당신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는데 왜 나에게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느냐. 하청업체와 얘기하라'고 하며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청업체는 애초에 A, B에 대한 지배력이나 결정권이 없으므로 교섭을 해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 결과 하청근로자는 A, B에 대해서는 교섭해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로써 하청근로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근로 3권은 A, B라는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사실상 형해화되고, 원청이 지배·결정하는 조건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형해화되는 범위도 더 커진다. 원청 입장에서는 경영상 필요에 의해 하도급을 준 것이고 하청근로자의 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적자치와 계약자유 원칙이라는 미명하에 위헌적 상황이 합법의 외관을 띠게 된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연 1950년대의 노조법은 이러한 상황까지 예상했을까?

국회는 현실 변화를 반영하여 법률이 헌법에 부합하도록 개정할 의무가 있다. 최소한 하청근로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부분에서는 사용자 개념을 확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노란봉투법이 (1) 사용자 개념 확대뿐만이 아니라 (2) 노동쟁의의 개념 확대 (3)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개별화도 내용으로 담고 있어서 '사용자 개념'과 '노동쟁의 개념'을 동시에 확대할 경우 그야말로 1년 내내 파업이 가능하다는 반대쪽 논리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장의 혼란에 대한 대처방안이 준비되지 않는다면 노란봉투법은 반드시 필요한 법임에도 불구하고 국민 대다수의 공감을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던 날, 필자는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보기 위해 본회의를 방청했으나 막판에 철회되어 기대했던 장면을 보지 못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국민을 위한 좋은 법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소제인 법무법인 (유)세한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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