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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 규제하는 나라 없다? 프랑스·독일은 이미 시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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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 규제하는 나라 없다? 프랑스·독일은 이미 시행 중

입력
2023.11.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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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일회용품 사용 규제 완화 발표 팩트체크
종이컵 규제 일부 국가 이미 시행 중
종이 빨대 품질 저하는 일부 수입산 문제

정부가 오는 24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식당 테이블에 종이컵이 높이 쌓아 올려져 있다. 뉴스1

정부가 오는 24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식당 테이블에 종이컵이 높이 쌓아 올려져 있다. 뉴스1

지난 7일 환경부는 일회용 종이컵의 실내 사용 규제를 철회하고 플라스틱 빨대 사용 제한 규제의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일회용품 규제 강화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한다는 이유였다. 환경부는 이날 다른 국가에서는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규제하지 않고,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품인 종이 빨대의 가격이 훨씬 비싸다는 설명도 내놨다. 기존 일회용품 사용 제한은 실제로 과도한 규제였을까. 사실관계를 따져봤다.

프랑스·독일 등은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전격 규제

환경부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종이컵 사용을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국가에서 종이컵을 규제하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규제에 따른 감량 효과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규제를 철회하거나 시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13일 한국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종이컵 사용 규제는 프랑스, 독일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일회용품에 대한 전반적인 사용 규제에 종이컵이 포함된 형태다.

프랑스에서는 올해 1월부터 새로운 일회용품 규제에 따라 식당 내 다회용기 사용만을 허용하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포크나 컵은 물론, 종이컵 역시 식당 내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독일 역시 같은 달부터 식당 안은 물론 배달 서비스를 할 때도 일회용 컵과 식기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물론 종이, 생분해플라스틱 등 원료를 불문하고 모두 다회용기로 대신해야 하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 1월부터 식당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시작한 뒤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맥도널드 매장에는 일회용 컵은 물론 감자튀김을 담는 종이 용기도 사라졌다. 리룹 제공

프랑스 정부가 지난 1월부터 식당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시작한 뒤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맥도널드 매장에는 일회용 컵은 물론 감자튀김을 담는 종이 용기도 사라졌다. 리룹 제공


네덜란드는 지난 7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에 환경세를 부과하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종이컵 하나를 사용할 때 0.25유로(약 352원)가 부과된다. 일회용 그릇은 0.5유로(725원)다. 유럽연합(EU),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자원순환정책 자문을 하는 국제 비영리 컨설팅 단체 리룹(Reloop)의 손세라 연구원은 “유럽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아이스커피 소비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회용컵이라고 하면 대부분 코팅 종이컵을 타깃으로 한다”며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다른 국가들도 종이컵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의 규제는 강력하지만 소상공인을 마냥 옥죄는 건 아니다. 프랑스는 20석 이상의 식당, 독일은 80㎡(24평)가 넘고 종업원 수 5명 이상인 경우에만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정작 소상공인 보호 필요성을 내세운 한국 정부는 당초 규제 대상을 면적 33㎡(9.9평) 이상 매장으로 폭넓게 설정했었다. 이에 비하면 유럽은 소상공인은 보호하되 비교적 영업 규모가 큰 매장에는 의무를 부과한 셈이다. 손 연구원은 “독일은 규제 불이행 시 최대 1만 유로(약 1,411만 원)의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으로 규정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위반 정도나 업장 규모에 따라 차등 부과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이 빨대 비싸고 품질 낮다? 가격경쟁력 나날이 개선 중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 제한 규제에 대한 계도기간을 무기한 유예했다. “대체품인 종이 빨대의 가격이 2.5배 이상 비싸지만 쉽게 눅눅해지는 등” 품질이 낮아 소상공인에게 이중고라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에 비해 비싼 편이다. 전자가 개당 12~13원 수준이고 후자는 5~6원이어서 2배가량 차이가 난다.

지난해 4월 서울 관악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고객이 종이 빨대를 가져가고 있다. 최주연 기자

지난해 4월 서울 관악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고객이 종이 빨대를 가져가고 있다. 최주연 기자

소규모 개인 카페에서 한 달에 사용하는 빨대가 1,000개가량인 걸 감안하면 종이 빨대 사용에 따른 추가 비용은 6,000~7,000원이다. 대형 카페에서 한 달에 빨대 1만 개를 구입한다고 가정해도 차이는 6만~7만 원으로 커피 10잔 가격 정도다. 정부 보도자료에 실린 대로 ‘종이 빨대 등 대체품 가격이 2~4배 비싸 부담이 크고 음료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라고 단정할 만한 수준인지 의문이다.

종이 빨대의 품질은 어떨까. A제지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들 제품의 품질이 최근 상당히 개선됐고, 납품 과정에서도 품질이 나쁘다는 항의를 받아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품질 문제가 불거지는 건 주로 질 낮은 종이를 사용하는 중국·동남아시아 수입품이라는 것이다. 그는 “일회용품 규제로 종이 빨대 시장이 활성화돼 가격경쟁력이 점점 개선되고 있었는데 (규제 철회로) 하루아침에 회사 문을 닫게 됐다”고 토로했다. 종이 빨대 업체들은 이날 오후 세종정부청사 앞에서 갑작스러운 규제 완화에 따른 생존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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