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파생상품 평가손실 962억 드러나
우리은행 "자체 점검 통해 발견" 자평
금융권 "내부통제 안 되고 있다는 방증"
우리은행에서 주식파생상품 관련 1,000억 원에 육박하는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 측은 “자체 점검을 통해 발견한 건으로,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한 사례”라고 자평했지만,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을 방치한 것 자체가 내부통제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우리은행은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관련 파생거래에서 시장가격 변동에 따라 평가손실 962억 원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은행 측은 이 손실을 2분기 결산에 반영했다.
ELS는 코스피, 홍콩H지수 등 기초자산(통상 1~3개의 지수)과 연계해 투자하는 상품이다. 기초자산이 사전에 정해진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이 나지만, 한 번이라도 그 이하로 떨어질 경우 투자금을 모두 잃을 수도 있어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ELS 발행 증권사는 ELS 운용으로 발생할 손실 가능성을 다른 거래를 통해 줄이는 위험회피(헤지)를 한다. 우리은행은 이런 증권사들 대상으로 수수료를 받는 주식옵션 상품을 팔았고, 이를 한데 모아 손실 관리(헤지포지션)를 했는데, 이 헤지포지션 설정이 잘못돼 1,000억 원 가까운 손실을 낸 것이다.
은행 측은 6월 리스크 관리 실태 점검에서 해당 손실을 파악하고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급격한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던 헤지포지션에 대해서도 재검증 절차를 거쳐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또 손실 책임이 있는 관련 직원(담당 딜러 등)의 징계를 위해 이날 인사협의회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건은 은행과 증권사 간 투자 거래에서 발생한 손실이므로 고객 손실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하면서 “우리은행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선 리스크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은행 측 설명은 ‘어느 날 봤더니 손실이 1,000억 원’이라는 얘기로 내부통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도 “주식옵션 가치 평가를 할 때 시장 변동성 등을 평가해 평가 이익이나 손실을 반영해야 하는데, 우리은행은 그 평가를 그때그때 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도 틈만 나면 투자 종목 관련 위험 요인을 점검하는데, 고위험 파생상품을 다루는 금융회사가 점검을 안 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손실을 보고하지 않은 딜러, 시장 변동이 큰데 손실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은 부서장, 리스크관리부서 등 전반적으로 내부통제가 안 되고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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