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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가는 성장 엔진을 재점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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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가는 성장 엔진을 재점화하자

입력
2023.11.10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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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디지털이노베이션 대상] 기고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우리 경제에 드리운 암운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잠재성장률의 추이를 보면 앞날이 두려울 정도다. OECD가 전망한 올해 우리 잠재성장률은 10년 전의 절반에 불과한 1.9%로, 사상 첫 1%대를 기록했다. 이를 외부 충격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도 어렵다. 내년에도 회복은커녕 1.7%로 하락세가 가팔라질 전망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다른 주요국에서 최근 몇 년간 잠재성장률이 다시 오르는 추세와는 정반대다. 이미 일본처럼 장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대로 제로성장 시대를 맞게 되는 것일까?

더 돌이킬 수 없기 전에 저성장의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할 시점이지만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는 않다. 자국 우선주의, 기술패권 경쟁, 세계 각지에서의 전쟁 발발 등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다시 ‘유럽의 병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에 맞닥뜨린 독일의 상황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내연기관차, 기계 등 전통적 제조업에 집중하다 전기차 등 첨단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고, 에너지 공급과 높은 중국 의존도에 따른 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속도의 저출생‧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급속히 줄고 있다. 과거에 누려왔던 젊은 인구구조의 혜택이 희석될 암울한 미래를 대비해 성장 엔진의 본질적 구조를 손봐야 할 때이다.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그 중심에는 과학기술 혁신의 결과를 우리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켜 줄 역동적인 혁신생태계 조성이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기존의 틀을 깨는 첨단기술로 무장하고 이를 내재화함으로써 우리 경제를 뒷받침할 산업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의 분야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지만 그 이후를 담보해 줄 미래 먹거리가 분명치 않다. 다만 절실함이 앞서 폐쇄적 혁신에 갇히는 우를 범하지는 않아야겠다. 급한 만큼 차분히 주변으로도 눈을 돌려보라 권한다. 특히 지난 50여 년 동안 그 자리에서 꾸준히 미래를 준비해 온 공공 R&D 부문의 원천기술은 위기의 돌파구 마련에 큰 힘이 되어주리라.

개발된 기술을 기업이 이전받고, 산업화까지 지난한 과정을 밟는 과거의 선형적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혁신은 기술이 사업화되는 모든 과정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위해 혁신 주체들이 더욱 자주, 긴밀히 소통하며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공동연구실 운영, 인력교류 등을 통한 KIST와 대기업 간 협력체계는 좋은 사례다. KIST는 보유 중인 미래 원천기술로 LG화학과는 탄소중립, 포스코와는 인공지능, 수소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신산업 개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혁신생태계 조성의 성패를 가를 다른 한 축은 기술 기반의 창업 활성화다. 기술 창업기업은 급변하는 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주체일 뿐만 아니라 산업 구조의 고도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담당함으로써 건강한 혁신생태계의 핵심 구성원이 된다. 최근 미국 보스턴이 혁신생태계의 성공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까닭은 바이오부터 AI, 로보틱스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수천 개의 창업기업이 기술 혁신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창업 열풍으로 많은 기술 창업기업이 생겨났었지만 대부분 실패에 그쳤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올바른 기업가정신의 부재, 개발된 기술들이 산업화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외면받은 것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그동안 성공 사례가 축적되었음은 물론이고 사회의 눈높이에 맞는 창업 의식도 갖췄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연구자들의 용기에 더해 엑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탈, 기술지주회사 등 투자와 행정을 도와줄 인프라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어떨까? 우리도 보스턴 부럽지 않은 세계적인 혁신생태계를 키워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원천기술을 중심으로 뭉친 기업과 연구기관 간 협력, 그리고 기술 기반 창업 활성화로 만들어질 혁신생태계가 꺼져가는 성장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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