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예박물관 올해 공공건축상 대상 선정
풍문여고 리모델링해 건축물마다 '공예' 담아
시간 흔적들 연결한 캠퍼스형 박물관으로 각광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실을 감는 '얼레'로 보이는 건물이 있다. 동서로 창덕궁과 경복궁, 남북으로 북촌과 인사동을 잇는 4대 문 안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이 건물은 서울공예박물관이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2021년 11월 개관 이래 '인증샷' 명소로 명성을 얻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최근 매년 우수한 공공건축물을 선정, 국토교통부가 시상하는 올해의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 수상작으로도 선정됐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서울시가 우리나라 최초 공예 전문 박물관으로 발주한 건축물이다. 천장환·송하엽 건축가가 설계했는데, 설계자의 의도를 최대한 구현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예박물관은 '모두의 공예, 모두의 박물관'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맞게 옛 풍문여고 건물 다섯 채를 리모델링하고 일부를 신축해 캠퍼스형으로 조성됐다. 첫인상부터 공예의 향기를 풍긴다. 어린이박물관 건물은 주입 성형으로 만든 백자, 청자, 분청사기의 고유한 색과 질감이 되살린 도자 타일 2,800여 개로 만들어져 그 자체로 공예품 같은 면모를 보여 준다. 어린이박물관에서 곡선형 콘트리트 틀로 완만하게 경사를 고른 정원을 따라 들어서면 커다란 운동장을 따라 'ㄴ'자로 세워진 옛 풍문여고 건물이 나오는데 말끔하게 정돈된 건물과 함께 옛 운동장의 공간감을 그대로 살린 넓은 공터 조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국내외 관람객 누구나 쉽게 접근해 공예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담을 없애 일찌감치 '핫플레이스'로 자리를 잡았다.
400년 수령 은행나무가 말해주듯 박물관 터의 역사성은 장소의 깊이를 더한다. 박물관 터는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안동별궁'이 있었던 곳이다. 세종의 여덟 번째 아들 영응대군의 제택과 세종 자신이 요양차 머물 동별궁을 건립해 20세기 초까지 별궁으로 기능했다. 이곳에서 세종이 승하했고, 고종이 순종의 혼례를 치렀다. 1936년 재단법인 휘문의숙이 이왕직으로부터 부지를 매입한 후 풍문여고를 세운 후 박물관이 들어서기 전인 2017년까지 학교로 쓰였다. 풍문여고 담장을 허는 과정에서 발굴된 안동별궁의 담장은 그대로 노출해 전시하고 있다.
공예박물관 교육동 옥상 전망대에서는 캠퍼스형으로 조성된 공예박물관 건축물들뿐 아니라 인왕산과 경복궁, 송현동 공터 등 주변의 전망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수상을 계기로 박물관을 공예적 감수성이 느껴지는 열린 예술공간으로 꾸준히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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