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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등산화 이어 중장비 회사도 '이 옷' 만든다...고프코어룩 잘 나가네

입력
2023.11.09 04:30
수정
2023.11.09 14:4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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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비 회사 밥캣, LF와 손잡고 '밥캣어패럴' 론칭
자전거 '브롬톤', 등산화 '살로몬'도 의류 밀어
무신사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고프코어존'도

미국 중장비 브랜드 밥캣의 의류 브랜드인 밥캣어패럴이 올해 출시한 대표 상품 제트 하드 셸 재킷. 밥캣어패럴 홈페이지 캡처

미국 중장비 브랜드 밥캣의 의류 브랜드인 밥캣어패럴이 올해 출시한 대표 상품 제트 하드 셸 재킷. 밥캣어패럴 홈페이지 캡처


얼핏 보면 가슴 부분에 주머니가 두 개인 평범한 재킷인 줄 알았더니 가슴의 덮개를 열면 또 다른 기능성 포켓이 달려 있다. 재킷 하부에는 지퍼로 크로스백 가방을 붙여 새로운 주머니처럼 쓸 수도 있다. 고프코어 브랜드 밥캣어패럴의 대표 상품인 제트 하드 셸 재킷이다.

밥캣(Bobcat)은 195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중장비 브랜드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건설 기계 회사인 밥캣은 소형 중장비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두산이 인수, 두산밥캣이 사업을 관리한다.

그런 밥캣이 올해 국내에서는 패션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두산밥캣은 LF의 관계사인 트라이본즈와 상표권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고, 트라이본즈가 밥캣 의류의 생산과 유통을 맡는다. 9월 첫 번째 컬렉션을 내놓은 밥캣은 옷에서도 중장비 회사의 정체성인 '어태치먼트(탈부착)' 시스템을 적용했다. 중장비에 다양한 종류의 탈부착 부품을 활용해 작업을 하듯 재킷에도 다양한 주머니와 덮개를 탈부착하면서 옷의 형태를 바꾸고 기능을 추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밥캣 관계자는 "입는 사람의 취향과 환경에 따라 길이와 두께를 다양하게 연출 가능한 레이어 시스템의 셸 재킷, 경량다운 등으로 25~35세 남성 고객을 겨냥한 스타일리시하고 실용적인 고프코어룩을 추구했다"고 밝혔다.



중장비, 자전거, 등산화 회사 의류 속속 론칭

지난 9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밥캣어패럴의 팝업스토어 모습. 밥캣어패럴 제공

지난 9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밥캣어패럴의 팝업스토어 모습. 밥캣어패럴 제공


최근 몇 년 동안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고프코어(gorpcore·아웃도어 아이템을 일상복과 매치해 연출하는 개성적 스타일)' 열풍에 기존 노스페이스, K2 등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뿐만 아니라 밥캣과 같은 중장비 브랜드부터 자전거, 등산화 브랜드까지 의류 상품을 본격적으로 밀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야외 활동이 늘어났다"며 "편안하고 실용적이면서도 캐주얼한 스타일링, 스트리트 무드를 원하는 젊은 층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고프코어룩이 인기를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기존 브랜드 정체성, 의류에도 반영

7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오픈한 영국 자전거 브랜드 브롬톤의 의류매장 '브롬톤 런던' 국내 1호점 모습. 신세계백화점 제공

7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오픈한 영국 자전거 브랜드 브롬톤의 의류매장 '브롬톤 런던' 국내 1호점 모습. 신세계백화점 제공


1976년 영국에서 설립된 접이식 자전거 브랜드 브롬톤의 의류브랜드인 '브롬톤 런던'은 7월 재단장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국내 1호 매장을 냈다. 런던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담은 컨템퍼러리 룩을 지향하면서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실용적 의류임을 강조했다. 후드를 붙였다 뗄 수 있는 하이브리드 카디건, 고신축 나일론 원단을 사용해 활동성을 높인 시보리텍 퀼팅 점퍼 등이 대표 상품이다. 브롬톤 런던을 운영하는 더네이쳐홀딩스는 9월 강남점 한 달 매출이 1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고프코어 강화한 신백 강남점, 매출 60% 증가

프랑스 등산화 브랜드 살로몬의 의류와 신발. 신세계백화점 제공

프랑스 등산화 브랜드 살로몬의 의류와 신발. 신세계백화점 제공


1947년 탄생한 프랑스의 등산화 브랜드 살로몬은 유럽에서 스키·스노보드 등 겨울 스포츠 브랜드로 명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무신사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스니커즈가 특히 인기를 끌었다. 살로몬 역시 7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국내 최초로 의류 상품을 론칭했다. 정체성인 등산화처럼 등산이나 트래킹 등 활동성 높은 아웃도어 활동과 일상생활에서 모두 불편함 없이 입을 수 있는 의류를 지향했다. 겹쳐 입을 수 있고 땀에 젖어도 보온 성능을 발휘해 체온을 유지시켜 주는 모디세이 프로재킷 등이 인기 상품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고프코어 브랜드에 공을 들인 강남점 스포츠관 리뉴얼 이후 100일 만에 전년 대비 스포츠관 매출이 60% 올랐고 방문객도 1.6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국내에서 고프코어룩 인기가 점점 높아지면서 다양한 고객층을 흡수하고 브랜드 외형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브랜드의 의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홍대 무신사에는 '고프코어 존' 별도로

아웃도어 브랜드 킨의 등산화 재스퍼. 무신사 제공

아웃도어 브랜드 킨의 등산화 재스퍼. 무신사 제공


MZ세대의 고프코어 인기를 이끌어 온 무신사에서는 올해 대표적 고프코어 브랜드로 아크테릭스를 꼽았다. 최상급 아웃도어 의류 및 장비로 대표되는 아크테릭스는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입은 빨간색 패딩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유명해졌는데 올해는 그룹 뉴진스의 멤버 민지가 뮤직 비디오에서 맨 백팩으로 입소문을 탔다. 무신사는 올해 1~3분기 아크테릭스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57%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고프코어 브랜드도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무신사는 10월 대구에 문을 연 플래그십 스토어와 17일 서울 마포구 홍대 입구에 여는 또 다른 플래그십 스토어에 별도로 고프코어 존을 마련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고프코어 스타일에 대한 고객층의 높은 관심과 수요를 반영해 고프코어 무드로 떠오르는 △고요웨어 △웰터 익스페리먼트 △밥캣 △그레일즈 등 새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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